해운대해수욕장 숏츠(Shorts)
7월은 빗장을 열고 태양의 계절을 환영하느라 거추장스런 것들을 죄다 치웠다. 해운대해수욕장도 1년에 한번 맞는 진객을 위해 진즉부터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을 송두리째 안겠다는 듯 드넓은 백사장이 좁다싶어 배로 모래까지 실어와 깔았다. 근디 자연은 참 얄궂다. 빗장을 연 7월에 쏟아지려는 태양을 시샘하는 비구름의 행패가 햇살에 뒤엉켜 떨어지질 않는다. 뜨거운 태양도 어쩌질 못하는 건 그들은 천지개벽 이후 공생관계여서일 테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웃지도 울지도 못한 채 어영부영 1주일을 보낸다.
여름 같지 않고 장마 같지도 않은 해운대해수욕장은 그들 눈치 보느라 바쁘고, 해수욕장 손님들은 관리원들의 수신호에 일희일비한다. 살판 난 건 파도다. 냉탕온탕을 밥 먹듯 하는 바다의 변덕에 해원은 요동치고, 파장은 바람이 되어 등허리에 파도를 싣고 가까운 뭍을 향한다. 성난 파도를 잠재울 수 있는 곳이 육지란 걸 꿰뚫고 있어서다. 그 파도에 덩달아 춤추는 꼬맹이들의 동심(童心)에 얼싸절싸 아우성치며 파안대소하는 어른들도 모래톱에서 일상탈출 한다. 해운대해수욕장엔 지구상의 인종전시장이다.
그들의 놀이경연장이기도 하다. 여자들이 거추장스런 옷을 벗고 자연을 맘껏 희롱하는 파라다이스 같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어린이와 여자들의 천국이다. 남자들은 모처럼 보디가드의 낭만을 의시대보는 모래사장이다. 나는 물기 밴 백사장을 맨발 트레킹하면서 그런 해수욕장의 백태(百態)풍경 1주일 치를 모아봤다. 몰카질(?) 하다 봉변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였다. 참 해안모래사장 맨발걷기는 황토걷기 보다 낫단다. 발바닥에 각질 있는 분들에겐 최상의 치료처란 걸 나의 체험으로 강추 하고프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에 행복이 깃든다. 2024.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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