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예찬
봄나물을 상징하는 냉이가 양지바른 곳에서 지금 막 좁쌀만 한 꽃망울을 내민다. 두해살이 풀인 냉이는 월동을 하느라 보랏빛 잎을 땅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라 얼른 눈에 띄질 않는다. 하여 이맘때 야생 냉이를 채취하기가 쉽잖다. 초록잎냉이를 채취하려다보면 꽃이 만발한 이후라 특유의 알싸한 맛과 영양이 덜해 서울근교 야생냉이 채취는 2월 중순전후이지 싶다. 나는 해동(解冬)이다 싶으면 냉이채취에 나서곤 하는데 금년엔 2월 초순에 이어 두 번째 행주산성 둘레길 산책에 나섰다.
겨울잔영이 짙은 흑갈색산야에서 퇴색한 보랏빛 냉이는 얼른 눈에 띄질 않지만, 군락지를 발견하는 흥분은 돈 주고 살 순 없는 자연의 노다지이다. 더구나 금년엔 겨울강수량이 많아 지심(地心)이 물러서 냉이 캐는 재미가 옹실하다. 겨울가뭄 땐 굳은 땅에서 뿌리 채 뽑으려면 땅을 여간 깊숙이 파야하는데, 금년엔 땅이 물러 꽃가위나 끝이 뾰쪽한 막대기로도 뿌리까지 수월하게 캘 수가 있어 좋다. 냉이 옆의 흙을 살짝 파내고 냉이를 잡아당기면 한 뼘쯤 되는 뿌리가 뽑혀 나오기도 한다.
젓가락 두께의 튼실한 놈의 상체를 잡고 뽑아내는 촉감과 전율은 자못 흥분된다. 2년생 인삼 한 뿌리를 캐내는 횡재의 뿌듯함은 냉이채취 삼매경의 마력에 빠지게 하고, 이듬해 봄을 기약하게 된다. 냉이의 쌉쌀한 맛과 향이 된장국, 무침, 전 등 다양한 요리의 레시피가 되는데 울`집은 주로 된장국을 끓인다. 국을 곁들인 식사를 선호하는 나는 냉이국은 그 어떤 국보다 뿌리 씹는 맛과 식감이 일품이고 뒷맛까지 개운해 좋다. 한방에선 겨울을 난 냉이를 봄에 먹는 건 인삼보다 좋은 명약이라고 예찬한다.
냉이는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여 피로해소와 춘곤증예방에 좋단다. 냉이의 베타카로틴, 리놀레산은 혈관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 좋으며, 칼슘은 뼈를 튼튼하게 해 골다공증이나 퇴행성 관절염에 도움이 되고, 아연, 인, 철분과 단백질은 유아성장발육에 좋다. <본초강목>에서는 혈액순환을 도와 간(肝)을 보호하고 눈을 맑게 하며 오장을 실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됐다.
또한 단백질 함량이 매우 높고 철분과 칼슘도 풍부한 채소로 특히 잎의 비타민A는 조리해도 손실이 적단다. 봄철에 캔 냉이의 된장국이나 나물무침은 춘곤증을 이겨내는 보약이다. 나는 제일 선호하는 채소로 냉이를 친다. 각종 영양가와 맛과 향을 즐기는 기호식품이기 전에, 냉이를 채취하러 산야를 소요하면서 채취하는 재미와 흥분은 보너스로 챙기는 치유의 당의정이다. 땅속 깊이 뿌리내린 냉이를 뽑아내는 촉감과 흥분, 그놈을 코밑에 대면 알싸하게 풍겨내는 향은 언어도단이다. 짐짓 놈을 욕심내지 않을 수가 없다. 눈 내리는 겨울에 봄이 기다려지는 소이 중 하나다. 2024.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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