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불우들의 서울식물원 소요
어제 깨복쟁이 친구들 여덟 명이 모였다. 근디 어째 내가 뭔가를 소홀한 땜인가 싶어 맘이 아렸다. 꽃샘추위가 살짝 움츠리고 봄 햇살 실은 봄바람이 간질대는 나목에 새싹이 움트는 아픔이 차라리 부러웠다. 그저께는 상규가 ‘못가 미안타’고 했을 때만해도 봄바람 불 내일은 아삼삼한 얼굴들 맞댈 꿈에 부풀었다. ‘콩이다 팥이다로 시작해 귀신 씨나락 까먹은 그동안의 얘기’를 중구난방 토해내는 카타르시스의 하루를 기대해서였다. 근디 마곡나루역 1번 출구엔 낯선 사람들만 설레발치고 눈에 선한 얼굴이 뜸했다.
병배가, 영성이가, 정자와 정란이가 암 소리 없고, 휴대폰도 침묵일관이다. 병배는 더 아픈가? 영성인 병수발에 발 묶인 끄나풀 그대론가? 정자와 정란이는 또 뭔 핑계거리가 생긴 걸까? 성광이야 노코멘트할 때 예상은 한 터고, 양원이는 어제 만원이와 통화를 하면서 이미 기대 접은 나였다. 참 야속(?)들 하다. 어찌 그리 벙어리흉낼 잘 할까? 말 못할 사정이람 카톡에 띄우든가? 문득 시인 이채의 시(詩) <중년에도 봄바람이 분다>의 끝 구절이 생각난다.
“이 나이에도 봄바람이 부나 보다 / 이런 날 혼자 누워 있으면
나뭇잎 바람을 그리워하듯 / 아득한 누군가가 문득 그리워지는
봄밤 벚꽃 흐드러진 창가에 / 참 오래도록 기억나는 그 사람은
언제 왔는지 / 잊었던 풍경 한 장 그리고 서 있다”
이채의 위 시(詩)를 패러디 해 봤다.
"이 나이에도 미련은 남았나 부다 / 바람 맞은 날밤 책상머리에 앉아 있응께
창문 두드리는 나뭇잎 바람소리 / 오늘 못 만난 지우들이 그리워진다
코흘리게 깨복쟁이 때부터 / 참 오래도록 기억끝자락을 붙드는 친구들
담엔 얼굴 보겠지 / 오늘 허허한 풍경 한 장 그리고 서 있다"
오늘 오후 숲길을 거닐다가 병배와 영성이에게 전활 넣어 목소릴 들었고, 신랑 허리가 무질근해 수술하느라 정신없었다(?)는 정자의 미안말도 들었다. 정란이는 쇼팽의 <이별의 노래>를 카톡에 띄웠는데 어째 ‘이별’이란 단어가 갱키긴 하지만 ‘이별은 만남을 위한 고차원의 다른 약속’이라고 이해하는 우리다. 우리또래에 몸 아픈 건 삶의 훈장이란다. 내일은 다시 해가 뜨는 새날이다.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의지만 잃지 않음 건강은 챙겨진다. 신록의 계절 5월에 환하게 웃으며 보듬어보고 싶다. 2024. 03. 17
# ‘27불우회’ 다음 모임은 2024년 5월 18일(셋째 토요일)입니다. 뚝섬 '서울 숲'에서 화사한 신록의 정취에 맘껏 취해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밝은 모습으로 5월 셋째주말(토)에 만납시다. 참, ‘27불우회’ 정기모임은 홀수 월(1.3.5.7.9.11) 셋째 토요일로 못 박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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