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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애호랑나비의 기똥찬 생식(生殖)과 족도리꽃

 애호랑나비의 기똥찬 생식(生殖)과 족도리꽃

 

 

이른 봄기운이 느껴지기 무섭게 족도리꽃이 피면 허발나게 바쁜 곤충이 있으니 애호랑나비( 호랑나비보다 작아 아기 호랑나비라는 뜻 )와 개미다. 그들은 기발나고 끈질긴 생식(生殖)으로 공생하며 종족을  이어가야 해서다.

근데 이른 봄에 벌을 먼저 보면 그 해는 일을 많이 하게 되고, 반대로 나비를 먼저 보면  나비처럼 춤추며 놀듯 한 해를 즐기면서 보낼 수 있다는 옛말이  있다. 꽃이 귀한 이른 봄에 나비 보기가 쉽잖아 나온 말이다.

하지만 이른 봄 낙엽이 쌓인 숲 바닥을 기는 듯 나는 듯 움직이는 나비를 볼 수 있는데 바로 애호랑나비이다. 애호랑나비는 유독 족도리풀(꽃말 : 모녀의 정)에만 알을 낳는다. 이른 봄 족도리풀 잎 뒷면을 들춰 보면 에메랄드 빛의 작은 애호랑나비 알을 흔히 볼 수 있다.

 

 

알에서 깬 애벌레는 족도리풀 잎을 먹고 자란다. 숲에서 족도리풀이 사라지면 애호랑나비도 사라질 것이다.  애호랑나비의  기똥찬 생식기능은 상상의 허를 찌른다. 잎 뒷면에 애호랑나비는 딱 한 번 알을 낳는데 애호랑나비 암컷은 한 번 짝짓기를 하면 두 번 다시 교미할 수가 없다.

짝짓기 한 수컷이 교미 후 암컷에게 교미방지주머니를 채워버리기 땜이다. 일종의 정조대를 채우는 셈인데 딱 한 번의 교미로 일생을 마쳐야하는 암컷의 운명이 여간 처연하지 않는가 

옛날 십자군전쟁 때 전장에 출병하는 남자가 아내가 바람피울까봐  정조대를 채우곤 했었는데 애호랑나비로부터 배웠는지 모르겠다. 허나 인간의 정조대는 일시적일 뿐이였다.

 

족도리꽃은 작고 동그란 꽃 모양이 시집갈 때 색시가 머리에 쓰는 족두리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족도리는 족두리의 옛날 명칭이지만 족도리풀은 그 이름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항아리처럼 생긴 꽃받침 안쪽에 선명한 줄무늬가 있고 윗부분이 3갈래로 갈라지는데, 뒤로 말리거나 평평하다. 족도리꽃은 3~4월에 산지의 나무그늘 밑 땅에 바짝 붙어 꽃을 피운다.

늘 조각으로 덮인 뿌리줄기 마디 끝에서 2장의 잎이 나오고 그 사이에서 꽃대가 나와  크기 510cm의 홍자색깔의 꽃잎을 피운다. 족두리풀이 꽃을 피우면 주변을 서성이는 나비가 있게 마련이다. 바로 애호랑나비다. 애호랑암컷나비는 잎 뒷면에 보석처럼 에메랄드빛을 품은 알을 줄지어 낳아놓는다.

 

 

족도리 풀에 알을 낳는건 오직 애호랑나비 뿐! 또한 애호랑나비는 족도리풀만 먹는다. 매운맛이(독성물질) 나는 족도리풀에 면역이 된 애호랑나비의 변신이 놀랍기도 하다,

추워서  벌`나비가 태어나기 전이라 매파가 없어 족도리풀이 꽃대를 키우는 건 낭비고 사치다. 그래 땅에 대고 꽃을 피워 생선비린 냄새를 풍기며 매파(주로 파리)를 유혹한다.

비린 냄새로 곤충과 벌레들을 불러 모아야 수정을 할 수가 있어서다. 그렇게 매파를 불러오지 않곤 종의 번식을 할 수가 없어서 유구한 세월동안에 진화한 생식의 비법인 것이다

 

 

꽃 속 씨앗이 터질무렵엔 부지런한 개미들이 찾아와서 씨앗을 물고 간다. 맛있는 단물은 먹고 씨앗은 그냥 버린다. 그 씨앗이 잘 자라 다시 풀이되고 족도리풀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열매는 89월에 결실하며 장과(漿果)이고 끝에 꽃받침조각이 달려 있다한방에서는 뿌리를 세신(細辛)이라고 해서 매운 맛이 나는데 기침이나 가래를 없애는 약재로 쓴다.

발한, 거담, 진통, 진해 등의 효능이 있어 두통, 소화불량 등에 사용한다. 족도리뿌리 세신은 강장제로 유명해 한약제상들의 채취로 멸종 희귀종이 됐었다

2015.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