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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허허~! 나 온 참, 낙영`도명산 & 화양구곡

허허~! 나온 참, 낙영`도명산 & 화양구곡

 

 

어제 석양 무렵, 나는 산너머 총무를 찾아 오늘 낙영산행에 끼어주길(이미 만원일거라 미친 척 하고) 청했던바 용케 오늘 자릴 하나 꿰찰 수 있었다.

더구나 산너머엔 처음이라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다. 아침 715, 산너머에 끼어들었는데 한 분씩 오를 때마다 인사로 떠들 썩 하나 난 면면을 힐끔거릴 뿐이다.

산너머는 만원인 채 산너머 산 넘기 위해 본격 고속도로를 달리자 누군가 20cm쯤 될 푸른 막대기 하나씩 꺼내 나눠준다. 뜬금없는, 참말로 얼쳐구니 없는 단수수막대기였다.

이빨로 파란 껍질을 갈라 벗긴다. 속대를 한 입 물고베어 질근 씹으니 달짝지근한 즙이 임안에 가득, ~! 눈을 감았다.

 산너머 산을 몇 개 넘어 풋풋한 고향의 아련한 초딩시절로 나는 타임머신여행을 떠나는 거였다.

단수수인지 수숫대인지도 잘 분간 못하고 챙기는 대로 씹어대던 군입거리 귀한 시절로 말이다. 참으로 그동안 세월이란 산너머 많은 산을 넘었으니 까마득하게 단수수를 잊을 만했다.

 

 

10시무렵 산너머는 나를 충북괴산 공림사부근에 내려놓고 산을 넘으라는 게다. 공림사에 들어섰다.

단출한 말사는 옆구리에 수백 년 묵은 귀목에 보호수란 명찰을 붙여 불침번을 시키고 있었다. 솔직히 내 눈엔 볼 게 그것뿐 인 것 같았고, 잘못이라곤 그것 쬠 보느라  해찰한 일뿐 이였다.

근데 산너머가 죄다 썰물처럼 사라졌다. 산너머를 뒤쫓아 골짝을 파헤친다. 빼곡한 숲은 짙은 음영 속에 여린 귀뚜라미울음소리만 들릴 뿐 적요하다. 바람도 단수수 먹고 여행 떠났나?

20분쯤 오르니 일단의 여산님들이 거북이가 됐다. 그 중에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 스마일 이였다. 스마일 말따나 그간 글로만 교우하다가 오늘 아침에 인살 나눴다. 참으로 반가웠

 

 

산너머 면면 중에 스마일은 내가 살갑게 인살 나눈 유일한 분이였. 스마일은 활달하고 붙임성 좋은 스마일한 분일 것 같았다.

동행하자고 제안해 놓곤 앞섰다. 왜냠, 도중에 해찰을 워낙 잘 하여 잠시 후 다시 만날 거란 생각에서였다. 골능선에 올라 산너머를 따라 낙영산을 향한다. 쬠 가파르다. 본격 능선줄기를 타나싶었다.

느닷없이 선두에서 산너머 빠꾸해요라고 연발탄을 쏘아대며 토끼 몰듯 내려온다. 단수수 먹여 초딩생 만들더니 시키지도 않은 ()반장을 뭣 땜시 하면서 유격훈련 시키는지 모르겠다.

나도 산너머따라 꼬리를 늘렸다. 아까 안부까지 내려와 도명산을 향한다. 그럼 낙영산을 오르지도 않고 훌러덩 곡예 하듯 산너머 버린다는 건가?

빠꾸한 까닭은 낙영산정상에서 길이 끊겨 되돌아서야 한다는 건데, 선두 산너머는 성깔 급했던지 산너머들을 깡그리 빠꾸시킨 것이다. 어찌 싱겁다 아니 할 텐가? 첨이라 입 닫았다.

 

 

도명산행 골짝길은 평탄한 육산이어 트레킹하기 좋았다. 창한 푸나무는 녹색차일을 쳐 삐집고 든 햇살이 미아가 돼 발길에서 춤춘. 안부에 닿았다. 일단의 산너머들이 웅성댄다.

나는 왼쪽 바위산이 궁금해 들여다본다는 게 거대함에 빠져들어 자꾸 기어올랐다. 볼거리가 좋아 산너머를 불러봤지만 메아리만 산너머다. 암 위에 가날픈 소나무 한그루가 처량하다.

놈을 폼 나게 잡으려 바윌 기어올랐다. 근데 올라가서보니 이건 완전히 바위산이라. 경사가 완만하기도 했지만 바위와 소나무의 연애질 교태가 나를 훔쳐보는 변태색골로 만드는 거였다.

점점 그들의 교태에 빠져들다 너무 올라왔단 생각이 들어 뒤로 나자빠져 내려간다. 이때 저 위에서 인기척이 났. 바위에 누운 채 나타나기만 기다렸다. 두 산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가워서 나는 소릴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그들도 뒤로 자빠져 바윌 내려온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어디서 오십니까?” “도명산이요. 아래에 길이 있습디?”

, 낙영산쪽에서 왔는데 잘 못 왔지요?” “어디 가시는데?”

도명산이요.” “계속 올라가면 됩니다. 우리가 거기서 옵니.”

길이 있습니까?” “바위라 없지요. 그냥 찾아가면 됩니다.”

위험하면 내려가서 등산길로 갈까싶네요.” “갈 만해요. 저리 뺑도는 것보단 여기가 훨씬 멋집니다.”

그래요. 저 아래에 등산로 있습니다.” “천천히 올라가세요. 경치 좋습니다

난 엎어져 바윌 다시 기어오르고, 그들은 뒤로 자빠져 미끄럼 타듯 내려간다. 괴상한 바위와 꼬부라진 소나무의 연애질은 오를수록 극성을 떤다.

 

 

바위동네 고샅을 찾고 찾아 정상에 오르자 바로 앞 건너 바위정상에 산님들이 와굴대고 있잖은가! 안도의 한 숨을 깊게 내 쉬었다. 소나무 아래 평퍼짐한 바위에 배낭을 풀고 육포와 다이제스트이브를 꺼내 시장기를 때웠다.

계곡 건너편에 기차바위가 녹음속을 달린다. 그 뒤로 아스름하게 속리산이 하늘을 갉아먹어 하늘금이 리드미컬하다.

도명산정상에 섰다. 거대한 바윌 네 쪽으로 동강 낸 정상엔 산님들로 울긋불긋 가을꽃이 피었다. 마침 산너머 몇 분을 조우해 인증사진도 찍고 마애삼존불을 찾았다.

거암에 삼존불을 세군데 음각했는데 큰 건 14m나 된단다.(충북무형문화재140) 삼존불이 품은 설화가 재밌다. 당나라 수도 장안하늘에 불현듯 황금밀탑(黃金密塔)이 떠있었다

 

 

그게 동쪽으로 이동하는지라 황제는 추적하도록 하명한다. 신하가 거시기 빠지고 불알 떨어지게 쫓아오자 황금밀탑은 예 허공에 머물다, 그림자가 산정에 떨어지며 바윌쪼개니 밑에선 석간수 솟았.

하여 황금밀탑을 모시고 각 바위에 삼존불을 음각하여 영험한 기도처가 됨이라. 그래 마애삼존불은 민간신앙의 신성한 재단이 됐다. 또한 황금밀탑 그림자가 떨어진 곳이라 하여 낙영산(落影,746m)이라 부르게 됐단다.

하산한다. 1시 반이 됐다. 하산길도 트레킹코스로 제격이다. 참나무가 주종을 이뤘는데 간혹 내 몸통만한 놈이 하늘을 뚫을 기세다. 군데군데 불침번인양 서 있는 거송(巨松)들에게 주눅들을 참나무 과속들에게 놈은 자존심인 셈이다.

백척간두처럼 우뚝 잘린 단애에 새긴 만절필동(萬折必東)은 선조의 친필이란다. 명필인 지고~! 려와 별을 헤었다는 첨성대에 섰다. 밤에 예까지 올라와 별자릴 살피는 낭만이라니~!

 

우암과 그 제자들의 풍류를 떠올리게 한다. 우암이 읊었다는 시 한 수 옮겨본다.

錄水暄女怒 ; 푸른 물 성난 듯 소리쳐 흐르고

靑山默似瀕 ; 청산은 찌뿌린 채 말이 없네

靜觀山水意 ; 가만히 산과물의 뜻을 살피니

       嫌我向風塵 ; 풍진세상을 향한 내가 미웁다

멀리 채운사가 숲 속에서 선을 뵌다. 앞 구불구불한 계곡이 우암의 향기를 간직한 화양구곡이 자리한다. 능운대 앞을 흐르다 채운사를 담고 암서재 그림자를 비추는 물길은 갈수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대신 북벌을 외치다 41세로 요절한 효종을 그리며 우암이 엎드려 통곡했다는 검은 널판바위 읍궁암은 선명하.

좌측에 사대주의사상이 골수까지 배인 조선의 선비들은, 임진란 때 릴 도왔다는 명나라 황제 신종과 의종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세운 만동묘가 을씨년스럽게 있어 나는 샅샅이 훑어봤다.

 

짐짓 명나라군사들은 원군답게 우릴 도왔을까? 거드름피우며 우리백성들 고혈을 빨고 뒤 똥구멍으론 왜놈과 협잡해 전공만 앞세운 오랑캐는 아니었던지? 약소국의 설음을 되씹는 장소로서의 의미는 있겠다 싶었다.

금사담의 금빛모래알갱이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개울가 숲길체험길 따라 화양매표소분소 주차장에 닿은 시각3반이 못 됐었다. 산너머들은 어떻게 산너머를 했는지 죄다 와서 뒤풀이에 빠졌다.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했는데, 냉수 한 컵이라도 마셨음 했는데, 돼지머리고기 몇 점으로 갈증을 풀었다. ‘에는 이라갈증엔 짠 새우젖과 김치에 머릿고기라고 우정 여기면서~.

 

근데, 버스 속 의자에 파묻히자 앞에서 누가 아까 물 찾으셨?” 라며 생수 한 병을 내게 준다. 아침에 버스에 같이 오른 산너머였. 아침에도 여간 친절한 산너머였다. 그 산너머 정성이 감개무량했다. 그래선지 오늘 산행은 무척 편했다.

다만, 동행도 사진도 찍질 못한 스마일에게 미안했다.

                                2014. 09. 21

 

         -위 사진은 스마일님 제공. 예서 홀로 빠져  뒤 바위를 타고 도명산 숨은 비경을 탐했다-

 

 

#, 카메라칩을 pc와 부팅하면서 잘못 오작동하다 실행하지 않아야 할 포맷을 한 통에 오늘 찍은 사진이 몽땅 사라졌다. 허허~! 얼마나 허망한지~!? 인터넷상에서 쉬이 접할 수 없던 도명산의 숨은 비경을 기억창고에 간수하고 있어야 한다니, 나 온 참! 치매기마져 갈수록 성할 텐데~.

 여기 사진은 디카 꺼내기 뭣해 스마트폰에 담은 사진이. 스마트폰에라도 자주 담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