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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배산 예찬 - 박경철시장에 거는 기대

배산 예찬

 

 

내가 배산을 본격적으로 날마다 찾다시피 한 건 칠월 하순경부터다. 아내가 무릎이 아파 당분간 무리한 운동은 삼가 하라는 의사의 권유에 따른 까닭이다.

천천히 걸어야하는 아내와 동행한다는 건 때론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아낸 나의 그런 눈치를 챘던지 홀로 산보를 고집하여 이젠 각기 편할 데로 한다.

 

혼자 트레킹을 하다 보니 모든 코스를 다 밟아봤고, 그래 배산의 속살을 훤히 꿰게 됐다.

해발 97m 배산은 약50만평을 차지한 채 큰배산과 작은배산으로 나눠있어 맘먹기에 따라 2~3시간의 트레킹은 식상하지 않고 즐길 수가 있다.

 

 

서해바다와 맞닿은 넓은 평야지대에 솟은 배산은 높이 그대로를 오르내리는 암송(巖松)의 산이라 은근한 멋에 취하게 된다. ‘배산은 노인네나 찾는 소공원이란 나의 그간의 선입견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됐다.

배산은 트레킹을 선호하는 산님들이 좋아할 만한 조건을 왠만큼 갖춘 산인데다, 체육공원과 야외공연장까지 딸리고, 넓은 주차장까지 조성 돼 시민들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했다.

 

배산은, 이름 그대로 바위(바위바이배의 변음)산이라 바위와의 숙명의 짝인 소나무가 기교를 부리며 들어서서 멋들어진 풍경을 이루고 있다.

제 멋대로 비비꼬며 바위산을 빼곡히 점령한 소나무들은 수십 수백 년간의 그들의 질곡의 공생을 엿보게도 해 우리들의 삶을 관조케도 한다.

 

더구나 근래엔 편백나무단지를 조성하여 소나무가 못 다한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어 시민들의 쉼터로 사랑받기도 한다.

이래저래 배산은 익산시민의 쉼터며 허파노릇까지 하게 되니 많은 시민이 찾아와 몸살을 앓게 되는 성싶다.

 

 

배산정엔 연주정이란 2층 정자가 난렵하게 있는데 시가지는 물론 드넓은 만경평야와 서해바다에 발 담구고 있는 군산까지도 조망할 수 있다.

연주란 말은 배산을 정점으로 평야에 조그만 오름-동산들이 구슬처럼 빙 둘러 있다 해서 부른 이름이란다. 작은배산엔 배산정이란 정자가 단아하게 널바위 위에 정좌하고 있다.

 

 

배산정에서 푸른 송림사이로 다가서는 시가지의 하얀 아파트숲은 자연과 문명의 이기에 대해 한 번쯤 생각케 한다.

배산은 연일정씨(延日鄭氏)의 문중산이란다. 정씨가 어떤 공적으로 나라에서 하사받은 진 모르겠으나 도처에 정씨들의 선묘가 있다.

 

 

큰배산과 작은배산 사이골에 관한(寬閒))약수터가 있는데 정학포씨가 개발, 옆에 저택을 지으면서 지금까지 시민의 약수로 사랑받고 있다.

그 약수는 연지(蓮池)를 만들고 옛날엔 만경강의 지류가 돼 서해로 통하는 뱃길이기도 했을 터다.

 

 

익산시민은 연일정씨의 은덕을 흠뻑 향유하면서 한편 죄를 짓고 있음이라. 탐방객들로 인해 성역이어야 할 묘역이 소음과 발길에 망가지고 있어서다.

문제는 묘역뿐이 아니다. 넘치는 인파로 산책길은 무분별하게 늘어 산속은 흡사 거미줄 친 듯하다.

 

 

 나도 많은 인파를 피해 산책을 하기위해 샛길을 선호하지만 이렇게 방치하면 배산 속내는 상처투성이가 돼 불원간에 폐허로 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구나 편백 숲엔 지자체에서 다인용평상과 일인용 와상(臥床)을 설치하여 폐허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자리를 깔고 음식을 먹으며, 종일 얘기와 음악으로 소란 떨고, 오수를 즐기는 쉼터가 돼버렸다.

 

 

지자체에선 많은 시민이 산보하다 잠시 쉴 자릴 만들려 쳤다면 2~3인이 걸터앉을 긴 의자로 만들었어야 함이다. 평상이나 와상은 몇 사람을 위한, 세금낭비와 자연훼손을 부추기는 짓이다.

이제 배산은 연일정씨의 산도, 익산시의 것도, 시민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다. 우리들 후손들의 것이기에 우린 잠시 동안 잘 관리해야 할 위탁의무만 있는 게다.

 

 

미국에선 그 많은 국립공원에 1950년대 이후 어떤 시설물도 설치하지 않는단다

국립공원 홈피엔 "공원엔 현세대 및 미래세대가 즐기고 배우며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훼손되지 않은 자연적 문화적 자원과 공원시스팀의 가치를 보전한다" 고 했다.

 

 

배산이 배산(바위산)이기 망정이지 흙산이라면 십년도 버티질 못할 거란 생각은 나만의 기우(?)일까?

시에서도 간선도로화단에 심는 일회용 꽃을 다년생 화초로 바꾸고(처음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도심미화에 쓰는 비용을 배산 가꾸기에 사용했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또한 탐방객들도 스마트폰노래 틀고 걷는다던지, 음식 싸와먹고 떠드는 행윈 삼가 해야 함이다. 산은 거기에 살고 있는 동식물이 주인이고 우리는 손님일 뿐이다.

평소에 얼마나 마땅한 장소가 없어 잠 못 자고 굶주렸으면, 얘기 하지 못하고 억눌려 살았으면, 맘 편하게 노래 듣질 못했으면 배산에 나와서 그 짓을 할까? 예의와 상식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트레킹을 하면서 막 날개짓 하는 비둘기새끼를 연이틀 그 장소에서, 또한 토끼와 오소리도 목격했었다. 화들짝 놀래 숨는 그들이 배산의 진정한 주인들이라.

그들은 우리들로 인해 생존의 터울을 뺏기고, 몇몇 나무도 고사하고 있음을 목도한다. 슬픈 현상이다.

 

 

배산은 우리와 후손들의 안식처요 숨 쉴 허파노릇을 하기에 겸손과 애정으로 보존해야 함이다.

난 익산에 터 잡아 이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축복의 땅이라고 굳게 믿고 자랑한다. 여태 천재지변 한 번 난 적도 없을 뿐더러, 식수고갈로 애태운 기억도 없고, 풍부한 농수산물로 신선한 식탁을 마주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도심에 익산의 보배인 배산공원이 있어 자랑스럽다. 더구나 체육공원과 야외공연장에 넓은 주차장이 다목적 배산으로 거듭나 좋다.

그렇듯 지자체는 익산을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들려면 배산을 잘 보호하는 정책이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침 환경보호와 시민운동에 각별했던 박경철시장이 취임하여 기대하는 바 크다. 그가 재임 중 배산을 잘 보전케 할 알찬 로드맵만 완성해도 훌륭한 시장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거대한 철재계단으로 미륵산을 망친 최**시장은 귀감이 될 터이다. 무분별한 샛길을 차단하며, 시민들이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속에 산책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지자체였음 좋겠다.

 

배산은 우리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무장하여 아낄 때 맑은 허파로 영원히 살아남게 될 것이다.

                            2014. 0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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