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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뱀사골 이끼폭포 도전기 - 지리산

뱀사골이끼폭포 도전기 - 지리산

 

지난 수요일(13) 오후, 엉뚱하고 요상한 메시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깡쌤, 안녕하세요. 이끼폭포엘 도전해보지 않으실래요? 지금 답주시면 합니다.”

얼른, 금오산에서의 한 장면이 얼핏 떠올라 뭔가 감이 잡힐 듯해 짐작이 가긴 했지만, 전혀 뜻밖의 메시지가 아리송해 당황스러웠다.

가고 싶지요. 왜요?”

 

갈려면 16일 아침에 나오세요. 이건 특별한 기횝니다

근데 거긴 통제구역 아니던가요?”

그니까 쌤 알아서 하세요. 가시고 싶어 했죠?”

고맙죠. 근데 왜 절 끼워주시는지?”

그럼 가는 겁니다. 얘긴 그때 해요이후 메시지는 끊겼다.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청문회 하듯 단 답만 요구하고, 악의는 없는 성싶어 기다렸다. 이틀이 지났다.

안녕하시죠. 낼 아침 7시반에 엘지 앞에서 뵈요. 기다릴께요

“내가 준비할 게 있습니까?”

그냥 산행하시는 거지요. 낼 뵈요이끼폭포보다 더 궁굼 하고 호기심 끄는 사흘 이었다.

 

금오산행 귀가 길에 어느 휴게소에서 이끼폭포얘길 하고 있기에 끼어든 나의 궁금증이 최**이 기억했다가 메시질 띄운 거였다. 하여 주저할 건 없었다.

오늘(16) 아침 7시 반에 엘지 앞에 나가자 최가 반갑게 맞아준다. 좀 있다 두 여자 분이 나타나 지들끼리 인살 나누다 내게도 인살 한다. 덩달아 나도 인삿말을 꺼내는데 최가 승차하란다. 이정도면 납치도 호사스럽다(?)고 해야 할는지?

 

()를 언니라고 부르는 마()와 최가 언니라고 부르는 류()의 포로(?)가 된 나는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나를 끼워준 까닭을 알게 됐다.

나이가 지긋해 미쁨이 가고, 이끼폭포도전기를 상세히 쓸 테고, 무엇보다 이끼폭포에 대한 얘기에 귀를 쫑긋 세워 그 엷은 귀로 지네들 말도 잘 들어줄 것 같았단다.

 

10시에 뱀사골 입구 전적기념관 앞에서 내렸다. 마가 뭐가 그리 급한지 앞으로 치고 내닫는다.

계곡을 뒤흔드는 물소릴 찾아 자연관찰로에 들어선 우린 아니, 나는 흡사 경보경주를 하는듯한 최,,류에게 시합 나왔어요?’ 라고 빈정대다 그 말을 도로 주어 담아야 했다.

 

목적을 달성하고 오면서 봐도 충분하다.’ 라고 대꾸하는 통에 물기 잔뜩 묻은 돌길을 뛰다시피 한다. 발 밑에서 소용돌이 치며 포말 일으키는 물살에 눈 팔랴 신경 날 세워야 하며~.

와운교, 금표교, 병풍교, 옥류교, 제승교를 한 시간 반에 건너 '위험, 출입금지구역'이라고 쓰여있는 커다란 게시판을 넘어 금단의 구역으로 숨어들었다.

 

우리 같은 도적발자국이 선명해 길 찾아가는 덴 별 어려움은 없었다.

대신 70~80도의 삐딱한 급경사의 산비탈이 거친 나무뿌리와 너덜돌멩이들로 앙탈부리며 발목을 붙잡곤 해 안간힘을 다 쏟아야만 했다. 더구나 습기 흡씬 벤 너덜길은 긴가민가하며 애간장을 태운다.

 

바로 아래선 짙은 수풀 속에 흰 구렁이가 바위골짝을 치고 오르느라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숨을 할딱거리고 있는 게 얼핏얼핏 눈에 들어온다.

물살 가르며 허우적대는 소리와 포말을 토하며 악쓰는 물소리가 계곡을 진동한다. 허나 거기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희미한 길도 골짝 물길에선 그나마 사라져 애를 태운다. 워낙 길이 험로여서 잠시의 방심도 허하질 않는데-.

반 시간여동안 고행의 사투를 벌리니까 거대한 바위가 단칼에 토막 난듯한 단애 밑을 통과하니 보고의 전당이 펼쳐졌다.

 

 

이끼폭포! - 억만년을 서로를 애무해오는 푸른 이끼와 하얀 물살의 연애질 현장이라. 그 자연의 신비경은 딱히 뭐라 꼬집을 수 없는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이끼와 물은 서로를 보듬고 뒹굴다 밀치고 안기를 곡예 하듯 하며 청한수(淸寒水)를 쏟아낸다. 저 사랑짓은 질리지도 않나!

 

자연의 신비를, 경외를 실감케 하는 때 묻지 않은 비경이라.

급살 맞은 험로를 헤치고 도둑질할 만한 자연의 보고였다. 태초의 지구생성 과정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어느 산님들은 사진 찍느라 자꾸 그 비경 앞으로 다가선다. 도둑질 한 얼굴을 비경에 넣고 어쩌겠다는 건지?

그런가 하면 어떤 산님은 배고파 입가심하는 짓도 나가서 하잔다. 청정신비의 세계에 역한 냄새라도 풍길까 조심스러워서 일 테다.

 

그렇다. 비록 도둑놈처럼 숨어들었지만 우린 자연한테 온 손님이다. 손님인 주제에 제 멋대로 해서야 되겠나?

호주 어느 국립공원엔 탐방객들에게 스틱소리도 내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손님이란 사실을 잠시라도 망각하지 말라는 게다.

 

손님은 손님다워야 한다. 숲에 사는 동식물이 주인인 땜이다.

우린 주인을 괴롭힐 어떤 권한도 없다. 다시 죽을둥살둥 반시간을 되짚어 금지구역을 나와 기갈을 해결했다.

이제 살듯 싶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은 혹살이 아니다.

 

도둑질하다 들키면 벌금50만원에 망신살은 덤이라고 최마류가 이죽거렸다.

그렇다고 도둑질 아니면 그림만 봐야 해 후회될 것 같고, 웹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버젓이 탐험(?)을 잘도 하드란다.

나이 든 난 오늘 아니면 영원히 기횔 못 잡을 테니 지들에게 꾸벅 절해야 한단다.

 

그 실, 험한데를 마주치면 나를 향해 살려줘용~!’을 연발하며 길라잡이로 잘도 써먹고 말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

허나 산행길 쓸 때마다 자연훼손 어쩌구-’하는 나는 이제 최소한 최마류한텐 꼼짝마라가 됐다.  고얀지고~?

 

청한수는 골짝을 달리며 태양이 달군 바위와 땅을 식히면서 바윌 뛰어넘다 개 거품을 토하며 지가 만든 깊은 소에 곤두박질친다.

그 비취빛 소엔 푸른 하늘이, 주위의 푸나무들까지도 살아서 똑 같이 움직인다. 다가서는 모든 이들도 품어 보여준다.

 

그 비취빛 물은 바윌 미끄러지며 꼬릴치고 포말을 일구면서 계곡을 달린다.

물길은 항상 같은 모습일 것 같으면서 다르고, 장중한 합창도 여림이 순간순간 다르다.

그 다름을 한 속으로 만들며 간장소를, 병풍소를, 뱀소를, 탁용소를 만들고 반선으로 내달린다.

 

그 거울 같은 비취소를 빠져나온 물의 거품 뿜는 하얀 물갈퀴 짓은 골짝을 미끄러지는 이무기를 연상케 한다.

간장소까지의 녹음터널 속의 5km남짓의 산책길은 물의 춤에, 물의 노래에 취하며 피서하긴 최상의 힐링로드였다.

 

그 힐링로드 뱀사골을 걸으며 비극으로 가슴적신 서몽실의 로맨스를 생각해 봤.

194949일이었다. 여순반란사건의 핵심 김지회는 천여 명의 패잔병을 이끌고 뱀사골입구 반선마을에 들어섰다.

 

손준기영감 다섯째 첩인 서몽실이 운영하는 술도가(양조장)에 들이닥친 김지회일당은 모처럼 밥으로 허기를 달래고, 술도 원 없이 퍼마시고 휴식하다 피곤과 취기에 빠져든다.

옥상에 지휘부를 설치하고, 하룻밤을 야영키로 한 일당은 보초를 이중삼중으로 쳤지만 술독에 취해 헤어나질 못했다.

 

이때 (부러 술을 많이 퍼먹였다)서몽실은 실상사에 머물고 있는 국군3연대 정보참모에게 조동철을 시켜 전갈을 보냈다.

참모는 서몽실과 살을 섞은 전쟁 속의 애인 이였다. 몽실의 전갈을 접한 정보참모와 국군은 밤에 양조장을 기습 김지회일당을 섬멸했다.

 

나중에 공로표창을 할 때 장교는 모든 공과를 애인 서몽실에게 돌렸다. 그들의 애정은 그만큼 순수했다.

그 소식을 뒤늦게 접한 빨치산은 어느 날 양조장을 급습한다. 서몽실과 조동철, 그 일에 협조한 남두희와 손양섭을 붙잡아 뱀사골 잣밭머리로 끌고 가서 돌로 때려죽였다.

 

투석사형을  당했다. 서몽실의 비명은 사랑이 빚은 비극 이였지만, 세 명은 개죽음 이였다.

이때 천우신조로 조동철은 살아남아 현존하여 뱀사골비극의 산증인이 됐다고 소설 <태백산맥>은 말하고 있다.

 

빨치산의 피비린내 나는 비극은, 그 살벌함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는 심심골짝 뱀사골에 오늘도 물길위를 흐른다. 형제끼리의 시대의 아픔 이였다.

모든 건 보듬을 때 행복해진다. 이끼를 씻으며 지 몸도 씻긴 물살은 청정수를 유지하게 위해 쉼 없이 몸을 뒤척이며 서로를 보듬어 강을 이룬다.

 

 

이끼폭포! 도전할만한 곳 이였던가아니 올시다. 신비와 경외는 그림 속에 미지로 남아있을 때 더 아름다워진다.

제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고 해 따랐다 희생당한 세월호아이들을 기억하며, 학생들이 출입금지구역을 마주 치면 어찌 해야 할까? 를 생각해 봤다.  모든 게 우리어른들 책임이다.

2014. 08. 16

 

 

 

 

 

 

 

- 최, 마,류는 가상의 성씨다. 위 사진과는 무관하다 -

 

 

 

 

 

 

 

 

 

 

               - 서울서 온 커플, 몇 번 나와 숨바꼭질했다. 부러 먼 곳에서 포즈를 취했다.

                행복한 부부는 며칠을 그렇게  산에 파묻혀 산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