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황토찜질 방에서 갓 나온 붉은 얼굴로
뜨거운 햇살과 마주하는 여름꽃이 타일벽에 피어났다.
지 아랫도리로 일어서지 못하는,
죽었던 살았던 누군가를 보듬어야 살 수가 있는,
붙었다함 떨어짐이 죽음인 듯 파르르 떠는 새끼넌출에 치렁치렁
매달려 있는 해맑은 얼굴을 왜 양반꽃이라 했을까!?
홀로서지 못하는 저 놈을,
뭐든 보듬어 죽이는 저 놈을,
양반임 네 척함이 못마땅했던지 고향친구는
저 놈을 천대했고, 나는
그 놈이 측은해 대려다 화단에 심은 지 다섯 해.
새색시 볼우물 패인 수줍은 미소의
능소화는 간밤에 포도위에 눠 있다.
그를 주워 볼에 댄다
생기도 향도 없다
어제까지 뜨거운 태양빛 한 자락 보듬고
승천하려다 낙화 했나보다.
그러게 보듬을 게 따로 있지
태양 말고 여름만 보듬어라!
2011. 08.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