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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 무채색의 세상 - 설화(雪花)의 나라 (덕유산) ☆

☆ 무채색의 세상 - 설화(雪花)의 나라 (덕유산) ☆


하늘이 없습니다.

땅도 사라졌습니다.

수풀과 바위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다만,

그들이 수많은 세월을 치열하게 살아냈던 흔적들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살고파

서로의 체온이 그리워 다가서다 만 굴곡진 생의 모습이

보듬으려다 폐가 될까싶어

직립을 포기한 치열했던 생의 모습이 순수의 세계에 상징의 무늬가 됐습니다.


색이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공간도 비워있질 않은 우윳빛은 그만큼 한 무게로 밤 새워 회사후소(繪事後素)를 만들었습니다.

그대를 위해

그대의 꿈을 그리라고

오늘 그대를 초대했습니다.

꿈을 그리기 위해 맘을 비우라고

순수해지라고

그대를 동화시키기 위한 열정으로 순수의 세계는 설화를 피웠습니다.

순수의 세상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건 눈꽃의 난무일 것 같습니다.


꽃이 아름다운 건 제 때에 제자리에 피어있어서입니다.

모든 수풀들이 제 자리에서 한 평생을 담금질하며 열정을 쏟아 피워낸 게 꽃입니다.

아름다운 건 씨를 잉태하기에 눈부신 게지요.

철 잃은 꽃이 예쁘긴 할망정 결코 아름답질 못한 건 결실을 걷을 수 없어서입니다.

아름다운 꽃인 것은 제자리에서 제 때에 피워 결실한 - 영원한 꿈이 있어서입니다.

사람도 아름다운 꽃으로 남는 건 좋은 결실을 맺을 때일 것 같습니다.



멈췄습니다.

삼라만상이 사라졌습니다.

그것들이 증발해선지 시간도 멈췄습니다.

흐르는 건

움직이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얀 설화만이 어지럽게 만개한 정적의 순간일 뿐 시간도 사라졌습니다.

오직 살아있는 건 바람입니다.

설국의 팔할은 바람이 만들었다 싶습니다.


설화의 나라 - 무채색의 세상은 바람의 세상입니다.

신비한 설국의 비경은 바람의 창조물이기에 바람은 주인입니다.

바람의 위대함에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음입니다.



눈꽃이 아름다운 건 위대한 바람에 의해 그 때

거기에 만개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멈춰 선

살아있는 것들이 사라진

유채색이 무채색으로 변한

시간이 비켜 간

아무것 없음에서 피워낸 꽃이기에 아름답습니다.

순수의 꽃 - 거기에 빠져 든 그대가 순수해질 때 눈꽃은 참으로 아름답게 보이겠지요.

순수만한 아름다움이 있을까요!


죽은 것 같으면서 살아있는

멈춰버린 것 같으면서 흐르고 있다는

그 끈질긴 생명의 영원성을 깜박 할까봐 바람이 소릴 지릅니다.

서릿발을 일켜세워 품고와선 미흡타 싶은 순수의 세상을 보수합니다.

그의 소린 형언할 수가 없습니다.

그대로 멜로디입니다.

극과 극을 오르내리는 훌륭한 교향곡이지요

설국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전당인 게지요.


설국엔 색 한 점도 티끌이 될 수 있습니다.

눈꽃의 세상에 유채색인 건 곧 흠결이 됩니다.

그대의 옷색깔이 혹여 순수의 세계에 티끌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그대의 개성 있는 패셔너블이 아름답게 보일 땐 유채색의 세상일 때 일 것입니다.

순수에 어울리지 못한 건 쓰레기이기 십상일 테니까요.


눈꽃의 나라

바람의 세상,

순수의 덕유 산릉선 백두대간은 겨울 한 철

칼바람 난무하는 매서운 날

그 때를 기억 해 찾는 그대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꽃을 피웁니다.

무채색의

순수한 누리를 펼치는 게지요.

그대의 마음, 정신 - 영혼까지도 무균질로 만들어 줄지 모릅니다.

거기에 빠져 죽고 싶었습니다.

그대로 차디찬 시(詩)의 뼈다귀로 파묻히고 싶었습니다.


#갈묀,

나를 무주리조트-설천봉-향적봉-중봉-백암봉-동업령-돌탑-무룡산-삿갓골재-황점까지 5시간 반 동안을 설국에 빠뜨려 자맥질하게 놔뒀었다.

차라리 ‘현고학생(顯考學生;송회장이 잊을 만함 코빼기 뵈는 나를 유쾌한 비아냥으로 꼬집었던 인사말)'을 시킬 일이지~!

2011.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