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꼭 해야 할 일?
이 세상에 영원한 삶은 없다. 하여 이것만은 꼭 하고 죽겠다는 욕심도 부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살아생전에 이것만은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을 테고 혼신을 다해 이루고자 했던 것을 성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만의 순간적인 만족일 뿐이고 역사는 그 성취물에 초라한 더께를 씌워 시간의 먼지 속으로 묻어버린다.
죽기 전에 꼭 하고야 말겠다는 욕심 땜에 자연은 더 망가져 세상은 복잡하고 삭막해진다.
우리들 앞에 그 많은 선지자들과 위인과 영웅호걸들이 인류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거창한 일을 했는데도 할 일은 무한하고, 더는 다하지를 못했다고 세상이 변한 건 없다.
태양은 언제나 이글거리고 바다는 타는 땅덩이를 안아 식힌다. 자연은 외롭거나 슬퍼 의기소침 한다 던지 분노하여 내치지 않는다.
위인이 되겠다고 많은 것들을 꼭 해내려고 과욕을 부리다보니 자연은 상처투성이가 되고 우주는 분노하여 우리에게 시련을 내리는지도 모른다.
요즘처럼 펄펄 끓는 분노한 태양엔 얼음조끼 한 벌 선물하고 싶고, 해마다 온 천지를 할퀴고 무너뜨리며 미친년처럼 발광 대는 폭풍우에겐 손연재의 리듬체조무대에 초대하고 싶다.
그런 후, 기억 가물 했던 옛날 떠나왔던 땅이 사막이 되도록 잊어버린 폭풍우의 가슴에 내비게이션을 달아 찾아가는 길동무로 동행하고 싶다.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없다. 자연에 순응해 자연에 반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죽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일테다.
오늘날 일부 위정자들이 위인인척 흉내 내느라, 자기현시욕에 빠져 기필코 해야 할 일 인양 공익이란 이름으로 산야를 개발하여 생명체를 내쫒고, 강을 파 해쳐 생태계를 뭉개는 무뢰한 짓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하고 있어 슬프다.
자연은 우리의 미래세대가 잠시 보호 관리를 맡긴 위탁물 일뿐이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한다고 덤벼 훼손하는 행위는 후예들에게 범죄행위다.
누구나 생명의 값은 똑 같고, 그 삶은 뜬금없이 태어나 느닷없이 죽는 날까지이리니 자연과 동화하는 소풍의 일생을 살아야 함이다.
잘난척하는 위인이 죽어도 세상은 티끌 하나 변하지 않고, 생전에 할 일 다 못했다고 아쉬워해도 세상은 한 치의 빈 틈새 없이 구족한 곳이다.
이 지구상에 내가 소유할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직 미래세대가 맡긴 것을 잠시 빌려 쓸 뿐인 것이다.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그들로부터 위탁한 물건을 아껴 써야 함이라.
2012. 0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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