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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꽃게잡이 - 목숨뺏기 놀이?

꽃게잡이 - 그 생명?

 

서해안은 수심이 얕고 완만하여 썰물 땐 갯뻘이 수km에 이른다.

새만금이 대표적인 곳인데 방조재가 만들어진 후 엘도라도를 잃은 바다생물들 중 일부는 인근 바닷가로 터전을 옮기는지 바로 옆 변산해수욕장 모래뻘에 느닷없는 꽃게어장(?)이 생성됐다는 게다.

발 없는 소리 소문은 방안퉁수인 내 귀에도 들려 썰물 때를 기해 꽃게잡이에 나섰다.

우리부부가 바닷가에 도착했을 땐 바닷물은 이미 수백 미터를 달아났고 뻘은 민낯으로 수십 명의 인파를 맞아 난장을 치루고 있었다.

여기 뻘은 진흙이 아닌 새모래가 다진 뻘이어서 빠지지도 않고 촉감도 좋았다.

그 모래뻘을 굵은 철사 다섯 개로 만들어진 갈퀴로 긁어대면 꽃게새끼들이 올라오는데 잽싸게 잡아 그물망에 담으면 포획하는 게다.

게들은 모래 속에서 더듬이를 내놓고 있느라 깊이 파묻히질 않아 갈퀴질이 힘들진 않았으나 순전히 재수 상관이어서 운 좋아야 그놈들이 숨은 곳을 긁게 되는 거였다.

물 빠진 뻘이거나 물속이거나간에 갈퀴로 긁다 뭔가 ‘탁’하고 걸리는 게 있으면 게이기 십상인데 그때의 ‘탁’하는 감촉과 삐져나오는 게를 잡는 묘미는 형언할 수가 없다.

좀 아쉬운 건 씨알이 너무 잘았다. 태어난 지 얼마나 됐을까? 간혹 꽃게다운 게 잡히기도 했지만 모두를 살려줘야 할 새끼 게들 이였다.

허나 그놈으로 간장게장을 만들어 먹으면 일품맛깔이 난다고 새끼 새끼까지 남획하는 데야 입맛이 쩝쩔음했다. 줄잡아 오십 명은 넘은 인파가 각기 이십여 마리씩 잡는다고 하면 일천 마리고, 그 짓이 매일 반복된다면 어디 씨알이 남겠는가?

그놈들의 생명에 대한 집착은 상상을 불허한다. 잽싸게 잡아 올린 게를 망에 넣으려는데 놈은 집게발로 내손에 낀 장갑을 물고 늘어져 놓지를 않는다.

몸통을 잡아당기면 놈은 자기의 집게발을 스스로 때어버리는 게 아닌가! 살기위해서 자기 신체일부를 절단해 버리는 자절(自切)행위인 것이다.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 내놓고 달아나듯 게도 발 몇 개라도 때어주고 삼십육계를 치며 살려는 거였다.

그렇게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놈을, 아직 어린놈을 포획하느라 그땐 정신이 없었다. 오로지 잡는 재미에 미쳐서, 잔인성을 즐기느라 혈안이 돼서, 귀로-차 속에서 게의 생명이 눈에 밟히는 거였다.

허나 어쩔거나? 놈들을 방사하기엔 나의 의지는 너무 빈약한 것을! 게장 맛이 더 절실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맘때 잡히는 게는 대게 수놈 이란다. 꽃게는 가을에 짝짓기를 하는데 암컷 찾아 (살이 찔 데로 쪄 힘이 넘쳐)오두방정을 떠느라 정신없이 나대는 게 수놈인 탓이라.

짝짓기 한 암놈은 알배느라 등껍질[殼]이 흐물흐물해져 포식자들의 밥이 되기 쉬워 바다 밑에서 겨울을 난 뒤 3월쯤 산란하러 바닷가로 나오는데 이때 잡히는 놈은 대게 암놈 이란다. 봄 꽃게는 암놈, 가을 게는 수놈이란 말이 나온 까닭이라.

암게는 풍성한 알을, 수게는 쫀득쫀득한 살을 그리고 껍질은 키토산이란 약까지 제공하니 우리에겐 더 없이 고마운 바다생물이라.

그 바다생물의 삶의 터전-엘도라도를 방조재를 막아 빼앗고 어부들은 황금의 보고-어장을 잃게 됨은 어리석음인가? 현명함인가?

게를 영문으로 Flower crab 함에서 꽃게라 부르게 됐나 싶은데 암놈 한 마리가 2만 개의 알을 낳으니 아내와 내가 오늘 삼십여 마리 잡았다고 어쩌겠냐?고 눈 딱 감는다.

그나저나 발 때어놓고 도망가던 게, 어쩌다 놓친 게는 눈 깜짝 할 새에 발열개로 모래를 헤치고 몸뚱일 숨기는 민첩성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니 오래 기억에 머물게다.

‘내일 한 번 더 갈까?’ 라고 묻는 내게 아낸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2011. 10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