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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설빔 만두

설빔 만두

설이 낼`모래지만 오늘(토)부터 연휴라서 아내는 몸과 맘이 여간 바쁜 게 아니다.

이번 설은 온가족이 - 홍콩에서 근무 중인 큰사위나 중국출장이 잦은 막내사위까지 집에 머물 예정인데다 우리부부도 집에서 해방된 탓에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게 될 명절이 된 셈이다.

오늘은 만두를 빚는다고 막내사위만 뺀(오늘 오후 귀국한다)모두가 둘째 집에 모였다.

잘게 썬 돼지고기 2kg에 두부와 잡채, 대파와 양파 그리고 당근 등을 넣어 버무려 살짝 데친 만두소에 참(들)기름을 뿌려 식힌 만두소는 큰대야를 가득 채웠다.

난 밀가루반죽을 전담하곤 하는데 오늘도 2kg을 반죽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반죽이라는 게 물을 얼마나 섞어야 하느냐가 관건인데 그게 한두 번에 되는 게 아니다.

수많은 스펙을 쌓아야 가루분이 필요 없는 만두피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내가 (식구들이 호칭하는)‘반죽의 달인’이 된 까닭은 40여 년 전부터 밀가루를 주물러 온 탓일라.

밀가루음식을 좋아해 (팥)죽이나 찐빵도 곧장 만들어 먹었고, 만두도 이따금 빚곤 했는데 우리내외의 식성이 애들에게 그대로 전수 돼 온가족이 즐겨먹는 음식이 된 땜일 것이다.

반죽은 물의 양과 가미한 소금에 알맞은 뜸(시간)이 정성을 품어 녹여들어야 하고 거기에 약간의 식용유와 식초 몇 방울이 첨가되면 찰지고 매끄러운 만두피를 만들 수가 있다.

반죽엔 중노동이 소요됨인데 내 손안에서 푸석푸석한 밀가루가 매끄럽고 찰진 반죽이 돼 가는 과정의 즐김과, 말랑해진 부드러운 촉감은 여인의 젖가슴 만지기보다 더 좋아 자연스레 일념에 들어가는 마음공부도 하게 된다.

반죽을 떡살처럼 길게 늘려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내 둥근 밀대로 동그랗게 펴면 만두피가 된다.

그걸 온 가족이 빙 둘러 앉아 만두소를 넣어 생만두를 만들어 놓으면 아내는 스무 개쯤 갖다 끓는 물에 쪄내놓는다.

그러기를 열 번쯤 하다보면 한나절은 훌쩍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해야 서너 집이 몇 뭉치씩 나눠가질 수가 있기에 물량이 상당해야 되는 것이다.

만두는 갓 쪄냈을 때가 가장 맛있고 식혀 냉동시켰다가 꺼내서 촐촐할 때나 한 끼의 식사로 해동 후 기름에 살짝 튀겨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또 다른 일미를 맛보게 된다.

그래 우리집은 만두를 빚는 날은 꼬박 한나절은 온식구가 즐거운 전쟁을 치루는 거였다.

우리집 만두는 왕만두다. 또한 영양 만점이고 깔끔하며 담백하다.

그놈들을 빚는 시간은 온가족이 숨소리까지 교환하며 우애를 나누고 공생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별도의 선물도 얻게 한다.

또한 나는 사위들 앞에서 여자들을 돕는 아량(?)을 뽐내며 자랑함을 즐긴다.

어쩜 청소건 설거지건 간에 사위들 앞에서 부러 솔선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남녀구분 없이 공유하자는 속셈인데 딸만 둔 애비로써의 알량한 꼼수로 비칠지도모르겠다.

그럴라치면 사위들은 황급히 내 손에 든 걸 빼앗아 대신하고는 하는데 그럴 땐 난 여간 뿌듯하지가 않다.

어른 여섯에 애들 세 명이 북새통을 이룬 만두 빚기는 모처럼 우리식구가 한 속임을 체감하며 얼굴 째지게 웃고 배 터지게 포식하는 날이 돼서 좋다.

오후 7시에 막내사위가 왔다.

걸판지게 저녁을 먹고 모두 (골드싱글인 둘째가 회원인데 우리식구는 그걸 고리삼아 무단으로 드나들며 얌체노릇을 한다)크럽으로 향한다.

길 건너 P호텔 휘트니스 크럽에서 사우나, 헬스, 수영을 하며 땀을 씻고 소화를 시키잔다.

사실 그 크럽은 나와 아내가 서울에 오래 머물게 하는 매력적인 장소의 한 축인 것이다.

틈만 나며 크럽으로 달려가 몸뚱일 맡기기에 최상의 장소여서 말이다.

행복은 소박한 마음 가까운 곳에 상존해 있다.

2012. 0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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