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티골 여궁혈(女宮穴)의 비밀 [괴산 악희·마분봉] ★


우리가 충북 괴산. 연풍. 입석리 은티골짜기에 들어선 때는 오전 10시가 채 못됐었습니다.

며칠 전에 내린 단비가 그간의 가뭄의 때를 말끔히 씻어간 탓 일가요. 숲길 바닥은 촉촉 깨끗하고 연초록 이파리들도 한껏 청록색을 띄어 청량감이 내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상쾌해 집니다. 넓은 은티골은 녹색으로 메워졌고 수십에서 수백 년을 살았을 적송,굴참나무,잣나무, 일본잎갈나무등의 거목들이 두터운 녹색을 들어올려 신록의 차일을 쳤네요.

깊은 골이 녹색의 차일 속에서 고요합니다. 무수한 새들의 지저귐 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아닙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아니라 청정수의 재잘거림 이였습니다. 그놈들이 골짜기의 돌멩이들을 어루만지며 달리다 하얗게 부서지는 비명 이였지요.

그 비명에 연초록 이파리가 미동을 하고 거기에 매달려있던 하얀 꽃송이가 낙화하고 있습니다. 흰 꽃송이가 뭉텅뭉텅 녹색차일에 붙박였네요.

때죽, 말채, 산사, 괴불, 쪽동백들이 눈처럼 흰 꽃을 매달았고, 어느 촌부(村夫)는 그 꽃을 그냥 보내기가 아까워서 벌통들을 요소요소에 숨겨 안치를 했습니다. 근데 어쩐 일로 꿀벌이 보이질 않네요.

숲 바닥에 엎드린 둥굴레조차도 은빛초롱꽃을 터뜨렸고 수풀 속에서 병꽃도 빨갛게 타는데 충매쟁이 꿀벌은 소식 없습니다. 말벌들의 습격이 있었을까요.

하여 그 순하디 순한, 속임수를 모르는, 딴눈 팔지를 않는 꿀벌들이 모두 벌통 안으로 피신을 했을까요.

넘 올곧아, 순정이 삶의 가치인양 추구했던 바보 노무현님은, 그 순수의 가치가 꺾일까 봐 우리 곁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꿀벌과 오버랩 됨은 이 또한 무슨 상상의 비약일 런지요. 온갖 범법자들(비자금,탈세,내란,선거법 위반,위장전입,위장취업,위계등등)이 낯 두꺼운 얼굴로 말벌처럼 달려드는데 순수한 얼굴로 대면하느니 차라리 외면해 버린 님이 보이지 않는 꿀벌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허나 철면피 말벌의 난무도 언젠간 끝나게 마련이지요. 인류의 역사는 꿀벌의 역사와 나란히 했답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역사도 종언을 고하게 된다네요. 일찍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간의 세상도 끝나게 된다.”고 갈파 했지요.

우리가 섭취하는 과일과 곡식의 80%는 꿀벌의 충매에 의해서 열매를 맺으니 말입니다.

꿀벌의 생사에 우리들, 지구상의 인류의 운명이 달렸으니 자연의 섭리를 어찌 경외치 않을 수가 있겠는지요.

꿀벌은 곧 나오겠지요. 고 노무현님 같은 순수한 바보들이 우리사횐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 생각에 한 시간여를 보내니 악희봉을 향하는 백두대간의 능선에 올랐습니다. 파란 하늘도 찢어진 녹색차일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네요.

악희봉 턱밑부턴 집체만한 바위들이 군데군데 동네를 만들고 그들은 거기에 적송들을 기막히게 키워 우리들을 붙잡고 있습니다. 훼절의 멋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적송들은 실증하고 있네요. 그가 메고 떨어뜨린 밧줄에 난 운명을 걸고 바위를 오르고 내립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즐기니 악희봉(845m)에 오릅니다. 정오의 바위 정상엔 산님들이 빼곡히 점심자릴 펼치고 있습니다.

나도 방석을 꺼내 햇살, 평화, 겨울바다와 지랄님이 세 낸 자리에 끼어들어 오디와 복분자 술까지 뱃속에 부었지요. 내 얼굴이 빨갛 꽃이 됐답니다. 평화님도 넘 붉게 화장을 했고요.

반시간을 만끽하고 있는데 경기도서 온 산님들이 빨리 방을 빼라고 빙 둘러 시위(?)를 하고 있네요. 공짜로 빌린 터니 안 비킬 뱃장이 없지요. 못된 권력 휘두르며 매스컴에 방방 뜨고 있는 철면피 말벌들이 아닌 우리 산님들이야 자연의 순수한 가치를 알다마다요.


간혹 말벌 흉내를 내는 산님들이 있긴 있지요. 꼭 흔적을 무슨 업적인양 남기고 가는 오만 말입니다. 쉰베르크 말을 차용해도 될까요. (돈.권력)가진 자들은 그 탐욕의 전과와 습성 땜에라도 우아한 삶(순정한 가치)을 살긴 어렵다고 좀 비뚤어 보지요.

악휘봉을 막 내리려니 그는 옆구리에 거대한 입석을 거느리고, 입석은 외로웠던지 소나무 두 그루를 폼 나게 건사하고 있네요. 거기서 관망하는 마분봉의 바위능선도 절경입니다.

또 한 시간 남짓 바위능선과 씨름을 했지요. 씨름도 재밌습디다. 적송들이 치어걸마냥 바위사이에서 멋지게 응원을 해 주니 말이외다. 밧줄잡고 오르고 내리고, 소나무 끼고 박고 찍어도 자연은 군소리가 없습니다.

시쳇말로 지랄을 떨어도 포용합니다. 근데 말벌처럼 횡포부리며 개지랄(?) 하는 산님도 간혹 있지요. 높은 하늘 놔두고 바위 가슴만 파며 옆으로만 자란 소나무를 밟고 올라타서 사진 찍느라 폼 잡는 산님 땜에 제 명까지 살기나 할는지, 그 소나무에 몹쓸 짓 하는 산님 말입니다. 마분봉(776m)을 넘었습니다.


우주선 타러 우주바윌 찾아가다 굵은 마사토에 미끄러져 우측무릎을 심하게 꺾인 나를 산님들이 에어파스 물대포를 쏘아대고, 평화님은 보호대를 줘서 응급처칠 한 땜인지 다행스럽게도 걸을 만해 다시 밧줄을 잡고 서커스 곡마단 짓 무던히 했지요. 마술능선 입구까지 말입니다. 벌써 3시 반이 됐습니다. 그래도 좀은 불편한 난 햇살님과 입석골로 하산에 들었고 평화, 겨울바다와 일행은 마술을 타러 능선을 올랐습니다.

골짜기 끝은 집결지인 은티마을 이지요. 깊고 호젓한 골자기를 내려오며 여궁혈에 대해 도통(?)을 한 신라 선덕여왕을 생각했습니다.

“남근이 여성의 성기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는다(男根入於女根則必死矣)”라고 정곡을 찌른 여왕은 인근 영묘사 여근골의 옥문지(玉門池)에 매복하고 있던 백제병사들을 찾아내어 몰살시켰다는 삼국유사의 야사가 떠오른 게지요.

겨울인데 옥문지에선 개구리가 울었고, 그 개구린 남정네[백제군]며 옥문지는 여궁혈 이였으니 여왕은 귀신같이 알아냈던 게지요. 그 은티골을 반시간 남짓 걷고 있습니다.

한 낮인데도 조용합니다. 개울물 소리가 어쩜 슬픈 호곡소리 같기도 합니다. “면목이 없다”고 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이 녹음 속에 떠오릅니다. 그 실 면목 없어야 할 사람들은 목에 깁스를 하고 자랑하듯 철면피를 들이대는데 말입니다.

은티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조그만 남근석이 세워진 동구를 찾으려다 버스에 기여 들었습니다.

마음이 한 없이 무거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09. 05. 24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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