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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억새의 순정 (영축산)


억새의 순정


봄볕 나른한 어느 날

가슴 찢어 키운 모가지여

연둣빛 소망을 모아

기도만큼 긴 염원을 키워

여름날, 해바라기 하다

검 자주 덕지 더덕지 돋은

여드름 꽃 당신, 얼굴

햇살은 그리도 따갑게 내리 쬐야 했고

풀어헤친 가슴

풀빛 멍이 되어 간절하게 나붓기며

응시했던 뜨거웠던 삶


찬란했던 나날들, 여름날

은 가고 흰 머리칼 숭숭

씨알 매단 백발은

긴 여정에 오른다. 바람 등 타고

가을의 여행

억새의 가을, 흰 머리칼 죄다 떠난

뼈마른 모가지 들어

훠이 훠이, 건성으로

산릉을 향한다, 영축산을 넘고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숨 고르다

영산회상을 찾아


억새-ㄹ, 업은 굽은 등바람은

떠나고, 너덜 난 갈색 가슴 비벼댄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노래하는

억새들, - 하늘 바람 태양 단조습지

09.11.07


^&^첨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