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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4월을 위한 108배

4월을 위한 108배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그 수사에 걸맞게도 하려 듯이 3월은 우리나라 사회가 여간 술렁거림이 대단했었다. 정부의 발전소 민영화계획에 반대해 온 발전노조가 한달 여를 지나 이젠 극렬행동을 서슴치 않고 있어, 정부는 3월25일 오전9시까지 직장에 복귀치 않은 자는 전원(300여명) 해고조치 하겠다고 마지노선을 그어버렸다. 뭔가 극적인 타협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미증유의 해고사태가 발생케 되고, 나아가선 4월2일엔 민노총까지 합세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해놓은 참이니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현재로썬 발전노조의 요구사항(민영화 무효화)을 수용할 수 없을 정부이고 보면 4월엔 그야말로 대대적인 파업투쟁으로 사회불안이 얼마나 심대해질지 쉬이 짐작이 가질 않는다.

돌이켜보면 ‘민영화철회’란 발전노조의 주장은 애초부터 잘못된 이슈였다. 그 문제는 이미 2년 전에 노사정위원회에서 ‘공기업 민영화계획’ 마련 시에 자기들 스스로 합의하여 성문화한 사항 이였다. 때문에 그걸 빌미삼아 하는 투쟁은 불법이겠다.

그런데도 작금엔 민노총이 4월2일까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발전노조의 투쟁에 동조하여 전국적인 파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내뱉고 있다. 반대를 위한 불법시위에 그것을 옹호하기위한 불법시위를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철도, 지하철, 항공, 가스, 자동차, 전교조노조원들을 앞세워 국민을 불모로 하여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뚝심을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교조선생들은 모두 집단 조퇴서를 사전에 제출하고 시위에 가담하겠다고 하여 대다수 국민들의 질타를 받고 있음에도 말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남의 직장문제 파업에 동참시위 하는 게 명분과 사명감에서 최우선이고 스승의 직분인가 의아해진다.

지하철, 항공, 가스, 철도노조원들 전체가 참여 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민노총의 으름장이 현실화된다면 4월은 진정 또 다른 잔인한 달이 될지도 모른다. 사회불안이 극에 달할 것이고, 발전소의 정상적인 가동도 담보할 수 없어 전력대란까지 있게 된다면, 2개월 후에 치러질 지구촌의 축제인 ‘2002 월드컵’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여 세계에 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어쩜 그 월드컵을 불모로 앙탈 해 보겠다는 속셈일 것 같아 더욱 가증스럽기까지 한다. 우린 이제 정신적으로 좀 더 성숙해져야 되겠다.

국가와 직장대표들이 한 약속을 팽개치고 얄팍한 이익에 불법을 자행하는 폭거는 국민들에게 빈축만 살뿐이고 이내 자해행위가 될 것이다. ‘민영화 한다’라고 약속했으면 우선 실행하고 볼일이다. 실행이후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해결점을 찾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약속을 실천하기도 전에 어떤 문제점을 예단하여 그게 마치 국민들께 해악을 미치는 것처럼 떠들며, 그래 국민들을 위한 시위처럼 가장하려는 가면의 속임수임을 우리 국민들은 간파하고 있음을 주지하라. 국민을 팔아 자기네들의 조그만 이익을 쟁취하려는, 그래 순수한 노조원들까지도 선동하는 강경노조원들의 위선과 꼼수가 영 마음에 들지를 않는다.

그들 강경노조지도부는 급기야 명동성당과 조계사구내까지 무단점령 하여 파업을 주도하기를 한 달여가 되 가고 있어 신도회에서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간 다른 숱한 종교안의 집회에 언제 신도들이 철수를 요청한 적이 있었던가?

보다 못해 3월10일엔 경찰들이 조계사구내에 들어가 농성중인 노조집행부를 검거하려 했겠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정말 신선한 감동을 주는 기사 한 토막을 접할 수 있었다.

종로서장(김운선 총경)이 참모 몇 명을 대동하고 예고 없이 조계사를 방문한 것이다. 그는 마침 그를 규탄하는(지난 10일 발전노조집행부 검거를 위해 난입한 관활 경찰서장) ‘범종교청년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10여개의 불교단체와 대웅전 법당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그 불교단체는 경찰의 사찰 내 무단침입의 책임을 물어 서장의 파면을 요구하며 몇 일째 농성중인 또 다른 규탄대회 일원(400여명)이였던 것이다.

김 서장은 대웅전 법당에 자기를 규탄하는 그들 앞에서 참회문을 공개낭독한 후에 그 참회문에 친필 서명하여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안기영 교수)에게 전달했단다. 그리고 그는 대동한 참모들과 함께 부처님을 향해 108배를 올리기 시작했다. 백팔 번째 경건히 절을 마친 서장과 일행은 땀으로 멱을 하였겠다. 사실 30여 분에 걸쳐 공배를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김 서장이 108배를 끝냈을 때는 부처님의 감화였던지 을씨년했던 법당안의 공기는 지극히 훈훈하고 여유로웠다고 한다.

서장 일행과 법당 안의 그를 규탄했던 대중들의 어떤 마음의 벽도 웬만큼은 누구러졌다,는 기사를 읽고 나는 얼마나 속으로 쾌재를 읊었는지 모른다. 자기를 조금만 낮추고 뒤로 한 발 물러서서 나 보다는 다중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들도 해법의 길이 열릴 것이기에 말이다.

나는 발전소의 민영화문제는 노사정의 합의대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언론매체에 기고하는 식자들의 칼럼이나 논조도 대게 그렇게 지향되고 있음을 보아왔다. 왜냐면 민영화가 국가발전과 수익자에게 가는 혜택에도 더 빨리 다가설 수 있으리라는 실증을 이미 선진 실행국가들에서 보아왔으니까.

불법반대를 위한 발전노조원들, 그 반대를 위한 민노총의 불법파업 주동세력들이여!

그대들도 김 서장처럼 몸을 낮추고 국민을 향해 108번의 절을 경건하게 올려보라. 개인 김 운선 총경이 당신들에게 무얼 그리 잘못하여 참회문을 낭독하고 108배를 올렸겠는가. 그가 결코 자기의 일신만을 위해서였겠는가.

우리 모두는 나 자신보다는 사회-국가를 위해 한 발 물러서서 겸허하게(부처님 전이 아니어도) 108배를 올려야 할까보다. 이 우울하고 침통한 3월 끝자락의 공기와 황사를 녹이고 훈훈하고 넉넉하며 신선한 공기로 환원시킬 것을 합심진력 해야 함이다.

그래서 국가적인 ‘잔인한 4월’이 되지 않기를 기원하자.

20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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