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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냉이 예찬(禮讚)



냉이 예찬(禮讚)


온 몸이 나른하며 무기력하고 아지랑이처럼 밀려오는 졸음을 수반하는 춘곤증은 봄의 또 하나의 전령사이다.

그 春困症을 다소나마 덜어 볼 심산이면 지표가까이서 웅크리고 있는 아직 덜 깬 봄을 캐러 겨울 끝자락이 맹위를 떠는 바깥 양지바른 곳을 찾아보라.

겨울이 어슬렁거리는 차가운 들판에 햇볕 드는 밭두렁이나 언덕배기엔 겨울을 맨몸으로 이겨내느라 피멍으로 얼룩진 잎사귀를 땅바닥에 바짝 엎드리고 있는 냉이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어떤 놈은 잎줄기가 시래기처럼 되 있어도 괜찮다.

너무 일러 지표가 살짝 얼어 있어도 호미로 캐 보면 코끝에 대보기도 전에 알싸름한 냄새에 취해 그 상쾌함에 전율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2월초만 되면 우리부부는 등산 후 귀가 길엔 아직은 얼토당토 않을(누가 보기엔) 냉이 캐기에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곤 한다.

미륵산 자락을 뒤로한 남향받이 동구 앞 텃밭이나 고추밭이랑, 길 언덕배기나 가장자리에서 매년 누구보다 먼저 봄 사냥을 하는 즐거움에 빠진다

냉이는 다년초 식물에 생명력이 질겨 자생하는 곳에선 어김없이 또 있게 마련이고, 길 언덕배기나 가장자리엔 2 ̃3년간 자생한 것도 있어 잎줄기보단 튼실한 뿌리를 캘 수 있어 인삼을 캐 먹는 것 같은 횡재의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다.

날씨가 좀만 따뜻해지면 냉인 금세 줄기를 내 꽃을 피우게 되는데 그 땐 질겨 뿌리는 먹을 수 없게 된다. 냉이의 독특한 향과 맛은 식욕을 왕성케 하고 비타민B1이 다량 함유되어 ‘피로해소제’ 역할을 충분히 해 낸단다.

춘곤증은 우리가 매일 다량 섭취하는 탄수화물이 제때 분해 되지 못하고 축적되면 ‘피로유발물질’화 하여 발생한다는데 비타민B1은 바로 그런 탄수화물 분해제란다.

또한 냉이엔 비타민C가 오랜지나 감귤보다 2배 이상 함유된 풍부한 영양덩어리란다.

이런 비타민 B1. C는 열에 약하여 끓이거나 삶아서는 영양소가 몽땅 파괴된다니 반드시 끓는 물에 살짝 숨만 죽을 정도로 대처서 나물이나 국 또는 죽으로 먹어야 함이다.

야생에서 채취한 냉이는 요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과는 향과 맛이 비교될 수 없겠거니 좀 바지런을 떨어 운동 삼아 들판으로 나갈 일이다.

냉이가 집단으로 야생하는 곳을 두어군데 알아두고 매년 2월 초순께면 비닐봉지와 호미를 들고 早春이를 캐러 외출하는 낭만을 즐겨볼 일이다.

우리부부는 그런 냉이를 한 보자기나 캐 들고 세 딸애가 있는 서울로 나들이를 간다.

켜켜이 쌓인 겨울의 잔해가 창밖에 눅눅한데 알쌉쌀한 짙은 향을 집안 가득 진동시키며 만든 냉이 나물과 냉이 된장국이 풍성한 식탁에 온 가족이 두루 앉아 봄을 맞는 멋을 놓칠 수 없음이다.

우리부부의 냉이 사랑 - 냉이 예찬은 그렇게 죽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20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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