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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미국의 힘

미국의 힘


다양하고 복잡함이 결코 질서를 흩트리지 않는 사회-거대한 미국을 겨우 4주동안 머물면서 미국사회를 말함은 시건방진 편견을 낳기 십상이겠으나 우리일상에서 감지하지 못했던 감동의 현상을 몇 가지 기록해두고 가끔은 읽어보려 함이다.

1) 버스정류장의 풍경.

뉴욕시내의 버스정거장은 대게 투명 플라스틱판넬로 지붕과 뒷면, 우측면을 막아 놓았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째 일렬로 줄서 있지 않을 때를 종종 목도하게 되어 의아하게 생각하였으나 버스가 도착하면 그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어느새 차례로 줄을 서서 승차하는 모습 이였다. 그 줄을 설 때 누구하나 앞서려고 한다던지 새치기하여 옥신각신하는 자리다툼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설사 누가 새치기를 하드라도 군소리 없이 관용하는 것 같았다. 아마 자기가 그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에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먼저 대기하고 있었는지를 지래 짐작하여 양심껏 자기자리를 찾아 줄을 서는 것이리라.


2) 승객은 손님이고 장애자는 특별한 귀빈이라.

철저한 승객본위여서 버스는 서두르지 않고 승하차시 버스 승강구는 10cm지면으로 내려와 어린이와 노약자를 배려하며, 장애인일 경우엔 버튼을 눌러 승강구가 30도쯤의 경사판으로 변하여 휠체어를 타고 승강하기 편하도록 되 있었다. 더구나 이땐 기사나 손님은 장애인의 승강을 최우선으로 돕고 버스에 오른 장애인은 버스 앞 쪽 장애인석에 휠체어를 고정시키고 난 후에 기사는 버스를 출발시키는 거였다. 내가 잊을 수 없는 탄복함은 뉴저지에 있는 우드버리 아울렛(Woodbury Outlets)을 찾아갈 때 버스번호를 잘 못 알고 탑승하여 종점에 닿아(목적지인 환승터미널을 몇 정거장 못 가서 종점인 버스) 난처해하자 기사는 일회용버스표를 주면서 내려서 어떤 버스를 갈아타라고 친절히 가르쳐 주는 게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20여분 시내버스 타고가다 잘못 탓다 싶어 내리면 버스표를 내 주는 친절이 있었을까? *뉴욕시내버스는 사기업이 아닌 시 공용사업체이긴 하다.


3) 준법정신이 철저한 여유로운 교통문화.

뉴욕의 그 많은 교차로신호등엔 죄회전 표시가 없다. 땜에 좌회전 차량은 요령껏 해야 함인데, 어쩌다 죄회전 차로 인해 정체되어도 경적을 울린다거나 서두름 없이 서로 양보하고 기다린다. 번화가인 42번가(타임스퀘어)에서나 교통순경이 교통정리를 할 때(드물다)를 보았을 뿐 평시 러시아워에도 교차로에 교통순경을 목격하기 어렵다. 그래도 큰 사고가 없단다.

*미국의 교통벌과금은 상상을 초월한단다. 그리고 범법자엔 누구에게나 예외란 게 없다.


4) 몸에 밴 에티켓 문화.

인구밀집이 심한 상업지구, 타임스퀘어 근방, 백화점, 박물관, 유명빌딩 관광지, 지하철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선 자연스레 서로가 접촉하기 심상이다. 그 북새통 가운데서 서로가 접촉을 하게 되면 어김없이 상대방에게 미소 지으면서 인사한다. “I‘m sorry" 아님"That's OK"를 주고받는다. 고의가 아니어도 옷깃을 스쳤으니 당연지사라 치자. 허나 그들은 건물입구의 도어를 여닫을 때도 뒤따르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도어를 잡고 들어오기를 기다려준다. 이를테면 상대에 대한 배려- 에프터 유(After you)다.

그러면 또 “Thank's"나“Thank you"를 그리고 “Your Welcome"를 미소와 함께 건넨다. 나는 습관이 안 되어 그들의 인사에 머쓱해 하길 얼마나 했던지. 건성일망정 상대방에게 건네는 인사말과 미소는 우리를 기쁘게 하고 사회를 밝고 명랑하게 만든다.


5) 근검하고 개성 있는 옷차림.

그들에게 의복이란 이른바 자기의 몸을 보호하는 의미와 상대에게 혐오감을 주지만 않는 옷차림으로 활동하기 편하면 되는 실용주의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멋 부림의 사치스럽다고 생각되는 차림을 난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대개가 캐주얼한 차림 이였고 거기에 개성이 돋보였다. 그들의 정장이란 격식을 갖출 경우에만 입는 성싶고, 일상의 거리에선 월가에서 가끔 목도했었다. 오히려 서부 관광지를 여행할 때 투어버스에서 내리는 단체관광객의 톡 튀는 옷차림은 대개 우리나라 여성들 이였다. 뉴욕시내 유일의 종합대학 컬럼비아캠퍼스를 거닐며 생각났던 기사 한 토막, 언젠가 미국 어느 기자가 우리나라 신촌 일대의 대학생들의 사치스런(?) 옷차림을 기사화하여 물의를 일으킨 점을 이해할 것 같았다.

6) 주차와 거리청소.

뉴욕의 길은 새벽부터 오전 중에 청소를 한다. 거리마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청소를 한다고 고지한단다. 때문에 그 시간에 주차한 차는 어김없이 딱지가 붙게 마련이다. 허나 난 부러 일찍 일어나 거리를 훑어보았지만 딱지 붙어있는 차량을 보지 못했다. 뉴요커들은 간밤에 음주를 안했을까? 아니면 마셨더라도 약간만 하여 그 시간에 주차를 피하여 이곳저곳 옮겼을까? 어찌됐던 거리청소는 말끔하게 해 져 있었다.


7) 뉴요커와 애완동물

뉴요커들은 대게가 애완견을 키우고 있음에도 개 울음소리로 이웃에 피해를 준다거나 거리에 방뇨를 시키지 않는다. 주로 아침 일찍 개 운동을 시킨다고 한 마리에서 십여 마리까지 끌고나오는데 배설물을 챙길 비닐봉지를 필이 챙기고 있었다. 곳곳에 큰 건물의 동물병원이 산재해 있어 기르고 있는 개의 수량을 짐작할 수 있음이다.

자기가 기르고 있는 애완동물로 하여 타인께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세심함을 당연시한다.

8) 준법운전과 여유.

뉴욕에서 어쩌다 과속 운전하는 영업용택시를 보긴 했지만 대개 법규준수를 하여 체증을 일으키는 적이 드물었고, 고속도로에서의 추월선은 추월할 때만 이용하며 주행선에서 과속운전 하는 차량이 없다시피 했다. 특히 편도 1차선인 도로에서 대형차량은 뒤따르는 소형차량이 있으면 적당한 갓길에 차를 세우곤 뒤차를 보내고 나서 다시 주행하는 여유를 감동 깊게 목격하곤 했었다. 배려와 양보의 미덕이 몸에 밴 운전매너였다.


9) 자연보호에 대한 의식화.

미국의 자연보호란 다분히 인공적이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모토로 하고 있었다. 요컨대 천재지변으로 흠집 난 곳도 스스로 치유되게 자연에 맡긴다는 식이다. 라스베가스를 가다보면 한나절 정도를 모하비사막을 달리게 되는데 도로를 따라 광활한 사막에 철조망이 계속 둘러쳐진 거였다. 사람 살지 않는 곳에 웬 철조망? 그것은 사막에 사는 동물들의 안전을 위한 보호망 이였다. 불모지 사막에 기생하는 동물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 희귀동물이 도로로 나오다 횡사당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철조망 이였던 것이다.

10) 많은 박물관과 풍요로운 전시물.

나는 애초 하루에 한 군데씩 박물관을 섭렵한다는 속셈 이였으나 그것은 나의 무식의 소치였다. 미국의 근.현대의 회화와 조각 및 유물, 거대한 이집트 관을 비롯한 아프리카, 유프라테스, 아시안 제국, 오세아니아, 남태평양, 멕시코 아스텍문명을 위시한 남미의 문화 문명의 방대한 유물을 전시한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 Museum of Art)을 구경하려 해도 며칠은 족히 걸린다는 사실이다. 거기다 인류문명 발달사의 보고인 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History),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을 둘러보았는데 감동과 부러움에 피곤을 잊었다. 그 많은 관람객중에서도 학생들의 견학내지 자료수집에 열심인 현장학습을 보며 얼마나 부러웠던지~!

난 50여 년을 살아오면서 어찌 행운으로 여길 방문했으나 뉴요커나 아메리칸 들은 맘만 먹으면 약간의 거마비용을 갖고 이 위대한 역사의 문명 앞에 다가설 수 있지를 않는가.

메트로, 자연사, 구겐하임은 서로 지척 간에 있고 매트로 입장료는 정액제이긴 하나 성의껏 지불해도 입장할 수 있었다. 뉴요커들은 전철표 한 장이면 메트로에서 하루를 보낼 수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운인가!


11) 재활용의 검소한 생활

쓸만한 물건은 쉽게 내다버리지 않는다. 이사할 때도 미리 집 앞에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목록을 작성하여 고지해 놓으면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와 싼 값에 구매해 간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구식이여도 사연이 있는 물건은 망가졌어도 버리지 않고 알뜰히 보관한다. 거기에 집안 식구들의 진한 사랑과 에피소드란 역사가 스며있는 것이기에-.

12) 간판과 좌판이 없는 깨끗한 거리.

맨허턴 상업지구와 고속도로 휴게소엔 약간의 큼직한 간판이 있긴 하지만 미국 여느 도심에도 우리나라처럼 요란한 간판도배는 없었다. 간판이라야 사각 동판에 문패(?)처럼 글자를 새겨 건물벽면에 붙박이 해 놓았다. 1000여 개의 사무실을 임대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도 건물외벽에 ‘Empire State'란 글자뿐 이였다. 인도를 점령한 좌판도 볼 수가 없었는데 다만 레스토랑 몇 군데에서 노천카페를 운영하고 있음은 오히려 낭만적이기도 했다.

큰 간판 달기는 눈에 잘 띄게 함 일진데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큰 간판이니 시각적으로 더 어지럽고 흉측하여 찾기도 힘들뿐이니 재미 보는 사람은 간판장사라. 그야말로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니 각성하고 정부에서도 도시미관차원에서라도 규제해야 마땅타 할 것이다.

대신 도시계획이 잘 되어 건물 찾는데 거리 이름만 알면 어렵지 않게 되어 있단다.

13) 광대한 땅과 자원.

동부(뉴욕)에서 서부(센프나 LA)까지 최신 보잉707기로도 5시간 남짓 걸리는 미국이기에 국토의 광대함을 실감케 되지만, 캘리포니아 들판을 달리면서 가도 가도 끝없는 지평선의 넓은 들판에 주눅 들었고, 포도, 오렌지, 아몬드 등등의 대규모 과수농장에 어쩌다 집 한 채씩 들어서 있으니 대농이 아니라 부호농촌이라. 더는 광활한 목초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도 복 받은 놈들이라. 한우가 맛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된다면 아찔함이다. 그것은 소가 많아서가 아니라 좁은 울안에서 사육한 우리네 소와 맘껏 뛰노는 미국방목소의 육질이 상품으로 비교될 수가 없을 터여서 이고, 과일 또한 무한대의 생산량에 어떻게 가격 경쟁력이 성립되겠나 싶어서였다.


14) 뉴요커들의 수돗물 값은 공짜?

뉴욕인구가 780만 이라던가? 시민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천문학적인 요금을 록펠러재단에서 대신 납부하고 있단다(믿거나 말거나 귀동냥한 전언이고 확인은 못해봤다). 설사 뻥이라

해도 록펠러재단의 사회사업은 오래도록 인구에 회자도고 있어 그런 말이 나옴직도 하겠다.

아무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이 미국의 기업가들이고 부유층이라 할 것이다. 그들은 부의 사회 환원을 당연시하며 그것을 일생의 목표로 하기 위해 기업을 하는지도 모른다.

고대 로마제국이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은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라고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는 갈파했지만 오늘날의 미국이 초강대국이 됨도 사회지도층의 부의 사회 환원 정신에 힘입은바 아닐까 생각되는 바다.

헌데 미국여행시 우릴 역겹게 고국에서 날아온 토픽감은 전두환씨가 재임 시 착복한 비자금 추징금(대법원 판결)2200억 원 중 1900여 억 원을 납부치 않아(03.11/5) 법정에 다시 서야했고, 그는 특유의 유들유들한 모습으로 자기의 전 재산이 2억6천원밖에 없어(부인과 직계가족의 숨겨 논 재산은 수십. 백 억 원이 될 거라고 함) 못 내고 있다고 강변을 한다는 소식이다. 이제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불원간 ‘거지왕초’로 변신하게 되었다. 전두환씨여! 일국의 대통령까지 한 분이 어찌 나랏돈 때먹는 도둑놈이 되겠소이까? 이곳 록펠러센터 화장실 청소부라도 취업하여 한 푼씩이라도 갚고, 구린내 마시는 것은 공짜니 맘껏 들이키고 회개하면 거지신세는 면하고 후엔 화장실청소로 나랏빗 갚았다는, 짐짓 대통령감이기도 했다는 칭송을 들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전 두환씨여! 우리를 더 이상 슬프게 하지 마시라.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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