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를 찾아


네바다에서 아리조나주에 걸쳐 끝없이 펼쳐진 모하비(Mojavc)사막을 질주하다보면 미국이란 나라의 또 다른 실체에 부러운 한숨을 쉬게 된다. 편도 2.3차선으로 된 고속도로는 중앙분리대가 대게 폭이10m이상 되는 녹지대이고, 그 분리대 양쪽의 고속도로는 광대한 평원에서 하나의 점으로 만나 지평선을 향하는데 두어 시간을 달려(시속55~65마일)도 그대로였다. 모하비사막의 교통요지 바스토우(Barstow)에서 점심과 쇼핑(잠시 쉬면서 들른 매장에서 The North Face.Gore Tex재킷이 내게 딱 맞는 게 하나, 내피가 없다는 구실로 $35에 흥정)을 하곤 15번 고속도로를 달려 베이거스를 향했다. 모하비사막은 조수아나무(가시선인장)가 듬성듬성 큰 키를 뽐내며 이름모를 건초(?)들을 거느리고 있어 사막에 대한 고정관념을 헷갈리게도 한다. 그 끝도 없는 사막을 도로를 따라 철조망을 쳐놓았는데 그게 동물보호를 위해서란다.

열악한 사막에서 자생하는 희귀동물이 고속도로를 횡단하다 변을 당할까봐 만든 보호망인 셈이다. 믿거나 말거나 사막에 서식하는 동물이 방울뱀을 비롯하여 300종이 된다나. 암튼 그네들의 자연보호는 유별나게 철저함을 새삼 절감하면서 이따금 황량한 모래벌판을 바람에 뒹굴러가는 둥근 건초더미가 살아있는 초목-덤블링트리(Tumbling tree)는 그렇게 떠돌아다니다가 적당한 곳에 뿌리를 내리곤 또 뒹굴고 하는 요상한 일생에 신비감에 젖게 된다.

내가 달리고 있는 도로의 끝점을 좌우로 조수아나무가 간헐적으로 손짓하고 덤블링트리가 곡예를 하는 것 외엔 밋밋한 구릉을 넘나드는 사막의 단조로움인데 좀 높다싶은 구릉에 웬 팔랑개비가 하나 둘, 아니 수백~천 개가 열중쉬어 차렷으로 쉬는 놈, 천천히 도는 놈, 성질

급하게 도는 놈들이 떼거지로 옹기종기 군락을 이뤄 장관을 연출하고 있지를 아니한가!

바로 풍력발전단지였다. 그 발전기는 거의 개인 사유물이고 거기서 만들어진 전력은 주정부(?)에 팔아 짭짤한 수익을 창출한단다. 발전기는 바람에 날개를 회전하여 전기를 만드는데 충전 만땅이면 회전을 멈추고 잔류전력이 떨어지면 날개가 회전하여 멈춘 놈과 쉬는 놈, 느릿느릿 도는 놈이 있게 마련이어 팔랑개비 돌아가는 모습도 각양각색 케세라세라였다.

사막 먼발치에 공단마냥 창고가 즐비했고 활주로에선 경비행기가 떳다앉다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이른바 에드워드(Edwards)공군기지였다. 사막기후가 건조하여 기계류 부식이 더디고 무인지대라 공군아지트론 적소이겠다. 생각해보니 그네들은 사막까지도 자연스럽게 잘도 선용하고 있었다. 들은풍월엔 그 넓은 사막에 부존된 지하자원은 지금 아끼고 개발을 안는다나.

모하비는 언제 바통을 네바다에 넘겼는지 pm5:00쯤 벌판 끝머리에 빛이 명멸하고 이윽고 은하세계인 것처럼 불빛이 무수히 반짝이는 라스베이거스가 신기루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초원’이란 스페인어 Neadows란 단어에서 유래됐다고 하고, Nestra Senora de los polores de las vegas(광야의 슬픔인 우리의 성모)라고 부르던 지명에서 따왔다는 소리도 들린다. 인구 26만여, 1855년 모르몬교도들에 의해 시가지가 조성되기 시작하여 1905년 철도개통, 1946년 벅시 시겔(Bugsy Sigel)이 플라밍고 호텔을 오픈(워랜비티의 ‘벅시’란 영화도 있다)하면서 갬블의 메카로 발전되었단다. 지금은 수많은 초대형 호텔이 즐비한데 한 호텔이 소비하는 전력양이 인구 6만 명의 도시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나.

객실 5005실의 MGM, Bellasio호텔 등세계의 10대 호텔 중9개가 이곳에 웅거하고 있단다.

우린 다운타운에 있는 Hotel Lady-luck에 여장을 풀었다. 2류 호텔인데 큰 건물 두개를 연결해 서민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할 것 같았다. 체크인 하자마자 우린 냅다 번화가인 The Strip지구로 달려가서 각 호텔에서 10여 분씩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하는 이벤트를 구경하기로 했다. 스트립지구란 Las Begas Bivd라는 중앙도로변에 즐비한 특급호텔들이 발산하는 네온과 정원의 일류미네이션의 휘황찬란한 번화가를 말함이라. 우린 먼저 Bellagio호텔로 들어서 1층의 꽃의정원를 찾았다. ‘꽃 예술의 천국-플라우어 아트 유토피아’에서의 감상은 한마디로 ‘죽여준다.’였다. 눈부신 빛깔과 진한 향의 꽃의 향연! 짧은 혀로 표현할 말이 없다. 수많은 꽃들이 아티스트들의 손에 조형된 테마 꽃정원은 예술이었다. 누가 어느 때 어떻게 이 꽃들을 심고 가꿔 싱싱함을 유지시킨다는 말인가? 이 많은 꽃들의 이름과 원산지와 꽃말과 향의 질은 어떤 것일까? 아마 이 꽃정원을 관리하는 조직도 웬만한 회사규모일 것이다. 매일은 헛꿈이고 일주일 아니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이 꽃천국엘 와서 머물 것 같으면 우리들의 시름, 미움, 질투, 오만 같은 악심은 절로 사라질 것 같았다. 해서일까? 베이거스엔 도둑도 없고 경찰도 쬠이란다. 라스베이거스 초입에 붕 떠버렸으니 다음은―!? 어둠이 내리자 호텔앞 정원에선 분수 쇼가 펼쳐졌다. 분사노즐 1200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4800여개의 조명을 받아 음악리듬에 맞춰 오만방자를 떨고 있었다. 탄성과 박수갈채와 괴성 속에 여기저기 카메라 후래시까지도 거들어댄다. 분수 쇼가 끝나자마자 우린 냅다 뛴다. pm8:00부터 Caesars Palace에서 벌어지는 불구덩 속의 시이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호텔로비에 세워진 로마시대의 조각 동산-안내원 멘트 뒤 동상은 사라지고 불구덩 속에서 로마식투구와 갑옷을 걸친 장군이 등장하여 사자후를 토한다. 줄리어스 시이저가 환생한 것이다. 그의 옆엔 왕비와 아우구스트스가 턱도 없이 떠들더니(?) 시이저가 격노했고, 다시 불바다가 되어 그들도 로마도 사라진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위력인데 난 처음엔 깜박 속았었다.

pm9:00. 주리와 유리 그리고 난 또 뛴다. Treasure Island Hotel로 말이다.

호텔 앞 호수정원에서 영국해군과 해적 간에 보물 뺏기 전투가 한창이다. 소총이 난사되고 함포사격으로 돛대가 부러지며 선창은 포탄에 불기둥이 솟다가 사람들은 바다로 뛰어들어 익사하고 해적선은 바다에 침몰한다. 상황 끝-? 근데 말이다. 한참 후, 익사한 사람들이 바닷물 속에서 하나씩 살아나오고 침몰했던 해적선도 수면으로 떠오르는 게 아닌가! 미치고 환장할 일인데 요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나? 우리 셋은 또 냅다 달려 나와 택시를 잡았다. 예매해 놓았던 pm10:30분 공연의 나이트쇼를 관람키 위해서였다.

나는 호텔에서 쇼 예매를 할 때 반대했었다. 딸애들하고 쇼 구경하기가 뭣해서였다. 헌데 애들 왈, “라스베이거스에 와서 쇼 한 프로도 안 볼 수가 있느냐?”고 하여 다수결원칙에 의하여 내가 두 손 들었던 것이다. 가까스로Gold Goast 나이트클럽에 쇼 개막 전에 입장했고 무희들의 댄싱과 코미디와 묘기행진, 마술의 신비에 빠져 두 시간을 잘도 보냈다. 셋이서 $180로 여독 푼 셈 이였다. 자정이 훨씬 지난 라스베이거스의 밤거리는 불야성으로 더욱더 휘황찬란하다. 밤의 도시를 더 이상 설쳐대기엔 몸이 파김치여서 숙소로 기어들었다.

살인적인 택시비가 겁나 시내버스로 말이다.

* * * * *

낮에 후버댐(여기서 공급받는 값싸고 풍부한 전력 땜에 라스베이거스는 존재함이다)을 둘러보고 The Strip의 불빛을 찾아 다시 부나비가 된 시점은 pm5:00을 지나서였다.

Bellagio호텔 앞 분수 쇼를 재탕하고(참 분수 쇼는 계절마다 패턴이 바뀐단다) Monte Carlo, New York NY, Excalibur, MGM Grand를 뭐 간식(구경)거리 삼을게 없나하고 섭렵하였다. 1층은 대게가 카지노여서 갬블(Gamble)하는 사람들로 북적대는데 애초에 난 관심 밖이라. 헌데 또 애들이 어느새 환전을 해와 갬블 하란다. 슬롯머신 상자에 동전을 집어넣고 레버를 당겼지만 날름날름 동전만 꿀꺽하고 있음이다. 유리가 대타하다 다시 주리가 바통을 이었지만 허탈한 웃음만 짓고 음료수(팁$1주었다) 마시며 속 차리자고 자리를 떴다.

룰렛, 키노, 블랙잭, 크랩스, 바카라, 비디오포커 등등 이름 외우기도 한참일 갬블에 미처 부나비가 된 수많은 갬블러들이 있기에 나 같은 놈도 여기서 재미를 봄 이렸다. 여기 호텔의 숙박비는 아주 싸다. 까닭은 오랫동안 묵으면서 갬블 하여 돈이나 많이 잃어주라는 거다.

갬블러 말고도 별종이 또 있다. 여긴 이혼과 결혼의 파라다이스란다. 다운타운에 있는 결혼신청소엘 가서 $55지불하고 결혼증명서 발급받아 여권(외국인인 경우)과 증인1명만 대동하면 호텔이나 웨딩채플에서 각자 원하는 데로 맞춤 결혼해 준단다. 해서 일년이면 15만 쌍이나 생겨난다.

pm10:00, 호텔 Mirage앞. 갑자기 굉음에 지축이 흔들리다 바위가 갈라지고 호수물이 끓고 연기가 솟으며 물불이 튀는 용암이 솟구치는 게 아닌가. 바위산과 호수는 불바다가 되었다(이른바 볼케이노 쇼) 그 화산폭발의 현장에서 우린 용케 살아나왔다. 살아났기에 우린 호텔 안에서 멸종위기의 백호랑 이를 만날 수 있었고, MGM그랜드 호텔에선 유리 막을 두고 사자와 대결(?)하기도 하였다. 호텔내 풀장과 분수에서 살고 있는 맹수들과 유리창을 방패삼아 별짓을 다하며 즐기는 어트랙션의 백미-라스베이거스에서 가능하다.

pm11:00, 지구상에서 오직 다운타운Fremant street에서만 만끽할 수 있는 레이져쇼가 아니 카니발이 열린다. 450m에 이르는 4개 블록의 길(폭15m)에 원형지붕을 만들고 그 천정에 1250만개의 LED전구로 발광장치를 하여 (주위의 모든 건물들은 소등하고)현란한 빛과 흥겨운 노래에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춤을 추기 시작한다. 베이가스 다운타운의 카니발인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레이져쇼였다. 이런 이벤트가 일년 내내 속행되고 있으니 라스베이거스를 축제의 도시라고 하며, 카지노의 도시, 컨벤션의 도시, 결혼의 도시, 불야성의 도시라는 다양한 별칭을 향유케 되었음이다.

특히 9.11테러 이후 강화된 비자발급과 까다로운 공항검색에 이번 중국에서 발생한 샤스로 라스베이거스는 불경기탈피를 위해 컨벤션센터 건립에 혈안이 됐단다. 컨벤션센터는 도박의 도시에서 비즈니스의 도시로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세계인들을 맞고 있었다. 21세기 최첨단산업의 전시장을 만들어 세계의 비즈니스들을 불러 모아 막대한 수입창출에 나선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밑, 베네치아의 수상도시, 파리의 에펠탑, 동남아의 휴양도시, 로마나 뉴욕의 명소들, 그리고 세계최상의 특급요리를 여기에 오면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밤이 낮이 되고 낮이 밤이 되는 라스베이거스! 사막 아닌 사막의 도시!

인간이 지구상에 해낼 수 있는 최첨단의 모든 것을 집약시킨 초현대의 유토피아, 시뮬라크르의 도시 라스베이거스가 존재한다. 라스베이거스를 가보지 않고는 21세기를 살았다고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21세기의 박물관, 도박의 메카, 컨벤션과 비즈니스의 메카 - 라스베이거스를 찬양한다.

03.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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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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