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년에서의 갈증


잠 못 이룬 라스베가스를 뒤로 하고 93.40.64번 도로를 연이어 달리기를 6시간 여, 우리는 그랜드캐년 빌리지(Gand Canyon Village)에 드디어 입문 하였다.

갑작스레 이루어진 서부관광 이였기에-큰애(주리는 시험 땜에 포기하려 했음)의 빠듯한 일정에 짜 맞추느라 좌면우고 할 겨를 없이-주마간산식의 눈요기도 제대로 못한 아쉬움의 답사를 그랜드캐년에서 마무리하기란 통한일 수밖엔 없었다.

책에서, 영화에서, 그림으로 간헐적이나마 접했던 그 웅대하고 심오한 자연의 보고를 현장에서 얼핏 목도한다는 걸로 자위하고 만족해야 했다.


마더포인트(Mather Point)에서 시작하여 Vavapia, Grandeur, Maricopa, Hop, Mohave 그리고 헤미츠 식당(Hermits Rest)에 이르기까지의 10km 남짓한 트래킹 답사로 그랜드캐년을 말함은 곧 그랜드캐년을 능멸함에 다름 아니라 하겠다. 그랜드캐년은 콜로라도 강(347km) 중 양변(남북170km)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함이니 내가 트래킹한 코스는 고작 5% 정도-그것도 쫓기다시피 서둘렀으니 말이다.

바쁜 관광객들의 일반적인 조망 포인트(上記포인트)에서 훑어본 그랜드캐년은 “가늠하기 어려운 웅대한 자연이다.” 라는 말 대신에 유구무언 이였다.

콜로라도 강은 대협곡(2600여m)아래 폭27m, 깊이1000m나 된다는데 조망 포인트에선 마치 뱀(黑蛇) 한 마리가 느리게 꿈틀대는 형태만 보이고, 북쪽 래드록 포인트는 쏟아지는 햇빛에 붉으스레 반추되어 파란 하늘 끝자락 속에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콜로라도 강이 그렇듯 그랜드캐년의 이쪽과 저쪽은 지평선을 넘어 그 길이가 장장4500km(경부고속도로보다 길다)이고, 깊은 협곡의 깊이는 1600m를 넘는다니 상상을 초월한다.


BBC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1위’로 선정한 그랜드캐년은 17억 년 전엔 바다였다는데, 지구생성과정에서 지반의 융기작용으로 인하여 형성된 사암산맥이 콜로라도 강물의 급류에 500만년간 깎이고 깎여 더 깊은 협곡이 됐으며, 산들은 풍화작용으로 분지가 되어 일부는 애리조나 사막을 이루게 되었단다.

콜로라도 강(인디언들은 ‘샘이 솟는 천국’이라 불렀다)은 장장 2200km를 달려 캘리포니아 만에 이르는데, 폭포와 소와 급류는 레프딩족들에겐 꿈의 도전장소라. 그 레프딩은 언감생심이고 콜로라도 강을 따라 트래킹 하는 꿈(NG 영상 다큐에선 노새를 타고 인디언루트를 답사하며 1920년대에 만든 카이만다리를 통해 강을 건너서 캄캄한 동굴 속을 지나 미루나무 숲에 있는 옛 정취가 물씬한 펜텀하우스에서 일박하는 트래킹)을 얼마나 동경 했었던가!

사우스림(Souoth Rim)에서 조망한 협곡은 수십 개의 지층 대를 이루고 있었고, 각 지층에서 발견되는 화석(특히 수억 년 전 바다에서 살았던 해양 동식물들)들은 지구생성과 공존했던 동식물들의 성쇠과정을 연구하는 ‘자연의 보고’란다.


지구의 역사를 수억 년 거슬러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지구상에 아직까지 그랜드캐년 이외는 없다니 그 또한 미국은 천혜의 복토를 갖고 있다 할 것이다.

살아있는 지구역사의 표본-그랜드캐년은 그래서래도 미국은 “자연은 자연 그대로를 보전 한다”는 모토아래 철저하고 세심한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랜드캐년의 아름다움의 절정은 일출과 일몰 때의 햇빛에 반사 내지 굴절되는 신비란다.

그때의 빛에 프리즘 되어 변하는 색깔의 마술과 명암이 일구어내는 협곡의 살아 움직이는 그림자의 장관은 경탄이외 달리 언어도단이란다. 사우스림에서 맞는 일몰과 일출의 현란함은 이 지구상 어디에서도 관망할 수 없는 ‘신비의 그림’임을 난 사진 속으로 얼마나 빠져 들었던가~! 최소한 일박은 했어야 했다. 하지만 두 딸애에게 내 전부를 맡긴 나는 그들의 일정에 목 메일 수밖에 없었고, 나 아니, 우리의 아쉬움을 ‘언제 다시 오자’라고 기약 없는 다짐으로 눈 뻔히 뜬 채 서로를 속이면서 달래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위무해야만 했다. 그 갈증이 너무 서글퍼지지 않게 말이다.

참으로 그 장대한 자연의 신비를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하고 발걸음을 때야 했으니, 큰 애는 한사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쨌거나 사우스림에서 조망한 그랜드캐년은 ‘웅대한 자연의 신비’에 경외심뿐 이였다.

그랜드캐년을 관망하면서 또 하나 절감했던 것은 자연 앞에서 선 인간의 왜소함 이였다.

인간이 자연에 도전하고 자연의 섭리를 꿰뚫어 보겠다고 노심초사 애태움이 얼마나 미숙하고 하염없는 일일까 하고 자문해 보게 되었다.

인간의 그런 도전의 과정이 2000m 아래 협곡 한 켠에 점점이로 나타난 인디언 촌락의 왜

소함에 다름 아닐 것 같아 보였다.

그랜드캐년은 가늠할 수 없는 대 크레파스의 산이라. 그 산은 우리의 허를 찌르는 게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등정도 통념의 산과는 달리 먼저 하산하고 나서야 오르게 된다. 사우스림(or 노우스림) 들머리에서 설악산 높이만큼 내려갔다가 그때서야 오르는 산이 그랜드캐년이다.


내려갔다 오르면서 목도하는, 지구의 생성연대기를 살필 수도 있는 지구의 산 곧 ‘지구의 화석산’인 것이다. 하여 그랜드캐년에서 꼭 지켜야 할 일은 “그랜드캐년을 존중하라.”는 경외심을 갖는 일이란다.

협곡을 굽 돌아 하얀 실처럼 이어져 있는 트래킹코스를 따라 내려가면 콜로라도강물에 손을 담글 수 있음인데, 아쉬움으로 돌아서야 하는 나는 장탄식을 되새김할 수밖에―.

왜? 시간 없는 무모한 일정으로 그랜드캐년을 찾았는지!?

지금껏 그림이나 영화(63빌딩에서 ‘대탐험’이란 아이맥스 영화가 가장 실감 났었다) 속에서 그랜드캐년의 장관에 심취하여 그리움과 상상의 꿈만 물신 꾸어왔던 나는 오늘, 그 못 다한 갈증을 냉수 한 모금 삼키기도 바쁜 황망함에 쫓겨 떠나야 했으니 타는 목마름을 언제 다시 해갈시킬 수 있을지 맥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필히 일주일 정도 캠핑을 하면서 그랜드캐년의 품속에서 머물러 보았음 여한이 없겠다는 부질없는 욕심을 곱씹으면서 말이다.

그랜드캐년의 관광은 시간을 갖고 트래킹 아님 승마(노새)로 해야 할 것이로되, 일정이 빠듯하다면 셔틀버스나 궤도열차로 둘러보고 아님 헬기로 조망하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빌리지 입구 매표소에서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상냥하게 웃어주던 인디언 여자의 모습이 처연한 아림으로 오래도록 맘에 남았다.

그랜드캐년도 옛날엔 그들, 인디언들의 요람 이였지 않나?

‘샘이 솟는 천국’의 요새~!

0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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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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