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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그 미지?

090716

빨리 답장을 띄우고 불빛 답사기를 보려고하는데 우리집 주인 나으리 나타났죠.

조금 보수적이라 진보적(?)인 저를 이해 못할 때가 많아 그냥 쓰다가 보내버렸어요.

그래서 모가지가 부러진 글이 되고 말았지요.

글이랄 것도 없지만도..

선생님! 샘보다 어감이 좋네요. 샘 하니까 당장 농담을 하잖아요.

재밌는 이야기 해줄까요?

언젠가 유니소니언 교사 동호회에서 지중해 여섯 나라를 20여일에 걸쳐 여행을 했어요.

근데 재밌는중년 부부(?)가 왔어요. 특히 ++여상에 근무하는 부인이 엄청 재밌었어요.

얘기를 달콤하게 아주 잘했죠.

그리고 통하는 구석도 많았구요. 그림에 관심이 많다고나 할까?

저도 그림은 못그리지만, 그림책은 많이 보거든요. 서울 미술전에도 자주 다녀오구요.

그냥 좋아해요. 님처럼 고갱 그림도 좋아하구요. 우리나라에도 고갱 못지않게 고갱풍의 그림을 잘그린 화가도 있어요.

천재화가도 있는데 월북해버렸어요. 월북 작가들이 참 훌륭한 사람들이 많지요?

시인으로 말하면 백석이구요. 화가는 누구더라, 갑자기 생각이 안나요. 군상을 많이 그린 화가에요. 정말 잘 그려요. 미켈란젤로처럼 인물군상을 잘 그리죠.

말하다보니 흐름이 이상한 곳으로 가버렸네요.

아무튼 그렇게 지내다 왔어요. 근데 그 부부가 제게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 중년부부를 위해서 제목을 알기쉽게 붙이느라 엄청 고생했죠. 사진만 봐도 여행의 역사가 보이도록 말입니다.

보내주곤 종종 메일을 썼지요. 여샘과 아니라 정년해버린 남샘과요. 남샘도 여샘 못지않게 재미가 있었거든요.

근데 둘이 메일을 주고 받다가 제가 농담을 했죠.

이렇게 편지 주고 받는데 사모님이 아무렇지 않나요? 라고..

편안한 내용의 안부 정도의 글이라 두 분이 같이 읽어도 좋은 그런 정도의 내용이었어요.

근데 우스운 건 그 한 마디에 편지가 단절되버렸어요.

우리나라 남정네들의 단점이죠. 농담을 하면 왠만한 사람을 제외하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더라구요.

설마 님은 그러시지 않으리라 봐요. 책 속에서 그렇게 말해줬어요.

그래서 님 글이 젊다고 표현했구요.

오늘은 시누이와 우리 둘째가 살고 있는 외나로도에 갔다 왔어요. 외나로도? 바로 그곳이 우주센터가 있는 곳이에요.

그곳에서 공보의를 하고 있어요 앞으로 3년.. 외나로도 보건지소에 있어요.

거기 갔다와서 걷기 운동을 나갔죠. 그런데 비가 또 억수로 오데요.

갔다와서 시시컬렁한 글을 한 번 써봤어요. 오랜만에 쓰니 말발이 사라지고 없데요.

아, 이것이 바로 함정이구나. 예전 자주 편지를 쓰거나 뭔가를 끄적거릴 땐 술술 나오던 언어가 꼭꼭 숨어버렸다는 걸 알았어요.

웃지마시고 한 번 읽어보실래요?

앞으로 제가 혹시 실례를 하더래도 그냥 어린 것이 하면서 웃어넘기세요.

아, 같은 한메일이면 혹 실례를 하더래도 메일 취소를 하면 되는데 샘의 메일은 같은 한메일이 아니라 그럴수가 없어 한 번 보내놓으면 그걸로 끝이네요.

그 점 양해바랍니다.

비오는 날의 깨달음

요즘 정치행태를 보면서 ‘멍청한 부지런은 게으름만 못한데’라며 심히 걱정스런 표정을 짓던 둘째가 생각난다. 바로 내가 그 꼴을 하고 있으니. 지그시 기다리면 될 것을 굳이 심술꾼 호우와 맞짱을 뜨려다 쫄딱 젖은 생쥐꼴을 하고 걷고 있으니. 그래도 그 속에서 번뜩이는 두 가지가 있었으니! 하나는 살아갈만한 가치가 아직 내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난 평소에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하게 걷는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날이면 엉거주춤 불안정한 자세로 돌변한다. 혹 내 발밑에서 지렁이가 꼼지락거리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난 운동할 때면 일부러 안경을 쓰고 가지 않는다. 아는 사람들을 만나도 그냥 지나치기 위함이다. 그 사람들이 날 오해하든 말든. 모르고 지나쳤으니 미안한 마음 들리 만무하다. 그런데 비오는 날이면 반드시 난 안경을 챙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 했던가. 얼마 전 둘째를 산행에 억지로 동참시켰다. 태양이 그곳을 이글거리게 하던 날, 지리산의 한 자락 삼정산 정상을 지나 영원사로 하산하여 시멘트 길 위를 한참 걷고 있을 때 그 뜨거운 열기에 온 몸을 달구어 죽어가던 지렁이를 풀밭에 옮겨주던 우리 둘째. 여러 마음이 교차된 순간이었다. 혹 그 아이의 맘 속에 내 마음이 들어있는 건 아닐까. 난 오늘 빗속에서야 용기를 내었다. 살아갈만한 가치가 내게도 남아있다는 것을.

또 하나는 이런 날 운동하면 200퍼센트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집 애들이 내게 붙여준 별명이 있다. 얼음 공주. 마음이 차갑다나. 하지만 난 그 말을 내 편리한 대로 해석하곤 한다. 냉철이라고. 해석은 내 자유니까! 그 별명만큼 난 운동할 때 땀이 나지 않는다. 산을 오르다보면 비실비실 산을 오르는데 땀을 줄줄 짜내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난 쉼표 한 번 찍지 않고 부지런을 떠는데도 약간의 열기만 달아오를 뿐, 여전히 배는 냉장고다. 그런 내가 비오는 날 젖어드는 빗물이 왜 반갑지 않겠는가!! 흠뻑 젖어들 때면 빗물이 땀으로 착각되는데. 몸통에서 줄줄이 짜내는 사람들은 웃긴다고 하겠지만. 너도 한 번 당해봐라, 배부른 소리 한다고? 나라고 어찌 그 마음 모를까만, 땀을 줄줄 흐르는 걸 보면 고놈의 지방 덩어리가 서로 먼저 나가겠다고 아우성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을.

이런저런 잡생각에 몰두해 걷고 있는 우레탄길 옆으로 시커먼 몸통에서 쿨렁쿨렁 열기를 내뿜으며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는 기차, 나도 그 속 한 자리를 차지해 어딘가로 간다. 하지만 멍청한 부지런함은 게으름만 못하다는 둘째의 말처럼 요즘 FTA 맺는다며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다니는 대한민국호 선장님 때문에 우리 미래가 조금은 걱정스러워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촘스키가 말했던가. ‘신자유주의는 기업이 개인의 권리를 빼앗아가는 것이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빠른 템포의 음악을 틀어주면 빨리 먹어치운다나. 느긋하게 즐기며 먹을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을 알게 모르게 박탈당하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길…

빗속 행보에서 두 가지의 지혜를 깨달은 양 어리석은 나를 포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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