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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부패방지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

2002년1월25일, 오늘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실로 뜻 깊은 날로 기억될 것을 신망해본다.

다름 아닌 부패방지위원회가 개청한 날이기 때문이다. 부패지수 세계 42위인 불명예에서 탈피하여 ‘살맛나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획기적인 출발점이 되길 기원해본다.

요즘 우리는 매스컴에서 연일 보도하는 ‘게이트’소동으로 울분과 자괴심에 젖게 된다.

이른바 4대 의혹사건이 시일이 지나감에 따라 해명, 진정되기는커녕 거대한 미궁 속을 헤매는 것 같아 게이트 안이 무엇인지 불신과 의혹만 난무할 뿐이다. 마치 온 나라 상층부가 게이트 속에서 그들만의 잔치로 부패공화국을 만들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몇의 지도층의 모럴헤지드 현상이 무분별한 부패의 고리사슬을 낳았고, 거기에 기생하여 사욕을 채우는 모리배들의 파렴치행위일 것 같다. 거기에다가 일부 상업주의 매스컴의 이슈화 속성이란 것도 한 몫 거들었지 않나 싶다.

모름지기 언론은 부정부패를 철저히 규명하는 촌철살인의 정신으로 사회의 목탁 됨을 게을리 해선 안 되겠다. 그러나 그 필봉이 불편부당하다거나 아전인수 격이 돼서는 안 됨이다.

그간 언론은 역대정부의 비리와 불의에 본연의 책무를 다 했고, 더는 자신의 환부를 은폐 내지 간과하려 하지 않았다고 자부하진 못할 것 같다.

언론자신들의 모럴헤지드나 비리에 대한 정부의 지적에 그들 특유의 언어의 유희로 수성하려드는 안쓰러운 수구주의가 역겨웠다. 짐짓 ‘깨끗한 언론’ 이였다면 정부가 나서기 전에 자신을 송두리째 발가벗기고 나서면 될 일인 것이다. 또한 그간 역대 최고위층들의 천문학적인 비리(비자금)에 대해서 유구 무언한 저간의 사정을 고백하고 국민께 사과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오래전 프랑스 총리 베레고부아가 비리혐의 땜에 권총 자살한 외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는 16세 때부터 공장노동자로 시작하여 노조활동에 가담하였고, 이어 사회당에 입당 90년대 초 재무장관에 기용되어 불안정한 물가를 안정시키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총리까지 오른 인물 이였다. 가난한 노동자 출신인 그는 프랑스 상류층을 형성하다시피 한 그랑 제콜 출신과는 거리가 먼, 그래 총리에 취임하여 부패와의 전쟁에 앞장 선 인물 이였다.

그런 그가 야당시절 절친한 기업가 친구로부터 약 1억5천만 원을 이자 없이 대부받은 것이 문제가 되자 자결이란 극단적인 방법으로 ‘비리정치인’이란 오명을 쓰고 싶지 않은 선택을 했던 것이다.

그의 미망인도 각계각층에서의 후원금도 고사하고 월급50만 원의 자원봉사자의 길을 기꺼이 택하였던 충격적인 사건 이였다.

허나 우리네 고위층에선 비리혐의로 석고대죄는커녕 여론에 떠밀려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컴백하는 불사신 같은 위인(?)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들은 재수 없어서 잠시 여론의 눈총을 받았을 뿐이라고 거들먹거리고, 그 죄명이란 것도 대통령특사란 은전(?)으로 깨끗해지는 대야 모럴헤지드에 빠지지 않음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에드워드 기번(1737~1794)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는 ‘역사란 인간의 범죄행위, 어리석은 행동의 결과 내지 재난이나 재앙의 기록이다’라고 설파하고 있다.

매스컴 특히 언론매체엔 부정적인 사건사고가 더 요란하게 지면을 메꾸기 일쑤다. 그것은 곧 이 사회가 살기 좋은 - 긍정적인 그래서 발전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강조함이기도하다. 부정불의의 사건사고가 더 많은 사회였다면 우리네 인류사는 벌써 오래 전에 타락의 늪 - 지옥의 세계로 빠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스컴의 선정적인 부패, 비리, 부정이란 기사의 홍수 속에서 우울하고 분노하면서도 결코 희망과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내일을 기약하는 삶을 꾸리는 것이다.

그런데 ‘부패위원회’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기왕 문을 열 바엔 내실을 기해서 열었음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다. 권력상층부의 비리를 척결해 갈 수 있는 힘 -기소권이나 수사권한도 없이 다분히 적발위주의 솜방망이 부서만 하나 더 생기지 않나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무소불위의 힘도 실어주고, 비리연루자에겐 추상같은 중벌을 가해 10년 이상 공직에 재취업할 수 없게 하며, 고발 자에겐 철저한 신분보장과 인센티브를 주는 보다 획기적인 내용을 담았으면 한다.

하긴 선진국에서도 이런 법을 제도화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요했다니 하루아침에 배부를 수야 없겠지. 보다 간절히 바라고 싶은 건 고위층들께서 제발 ‘부패방지위원회’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도록 심기일전해 주길 바라는 게다. 나아가선 그들이 먼저 법과제도를 충실하게 수범하고 운영하려드는 자세를 가져야 함이다.

‘동방예의지국’이 부패지수 42위인 국가가 된 까닭을 우리 모두가 자성해야 함이다.

2002. 0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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