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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노동이 매스컴을 도배질 하면 좋겠다.

노동이 매스컴을 도배질하면 좋겠다

화장실 생각에 잠에서 깨보니 세 시 반이 지났다. 어께쭉지가 뻑적지근하고 온 몸이 천근만근 찌뿌대한 채 몸뚱이가 녹초가 돼 일어서느라 실변했다. 어제 하루 뜬금없이 잡부노릇 하느라 내 딴엔 대견했던 모양이다. 노동이란 게 얼마나 힘든 건가를 통감한 하루였다.

아침 7시쯤이었다. 군산에 사는 처남한테서 전화 왔었다.

안 바쁘면 지금 현장으로 와 도와달라는 거였다. 처남은 신축건물의 일정부문을 하도급 받아 동분서주 하는가 싶었는데 요즘은 현장이 익산에 두 군데가 있어 여간 바쁜 것 같았다.

지난번에도 한 번 기계를 옮기는데 (내 차가 코란도 밴이라)도운 적이 있었기에 그러려나 싶어 서둘러 달려갔었다. 역시 공구 몇 가지를 이쪽 현장에서 저쪽으로 옮기는 일 이였다.

공구를 내려놓자 처남이 미적거리더니 내 눈치를 살피다가 말문을 텄다.

"오늘 바쁘요?" 백수건달인 내가 바쁠 턱이 없음을 빤히 알고 있는 처남에게 되물었다.

"아니 왜?"

"잡부가 하나 안나와갔고 지랄이네요." "그래서 내가 뭘 할 수 있는 일이냐?"

"땜빵 하는데서 시멘트를 한 삽씩 떠 주면 되는데 매형이 한나절만 도와주면 좋겠소만."

"못할 것도 없겠구먼, 오전 만하면 되냐?" 라고 시작한 시다바리(보조 심부름꾼)역은 큰 힘들 것 같지도 않았다.

시멘트골조에 끼어 넣은 사시문`창틀 사이를 미장공이 몰탈 건으로 몰탈(반죽한 시멘트)을 뿜어내 메꾸는 작업에 내가 그 몰탈을 바께스에 담아다 주는 역할 이였는데, 내가 오야지(처남) 매형이고 또한 완전 초자란 걸 안 미장공은 거의 자기가 해치우고 있어, 난 그저 건둥대다가 나중엔 내 보조역할이 어떤 것일까를 알아 채 요령껏 심부름해야 했었다.

현장엔 젊은 장정 네 분이 모래와 시멘트포대를 골조공사가 끝난 건물 1~4층까지 날라 옮기고 있었고, 전공과 배관공이 각기 작업하느라 드릴과 망치소리로 휑한 건물 안을 불협화음으로 메꾸고 있었다.

그런 어수선 속에서 내 눈길을 잡는 건 네 분의 막노동 이였다.

플라스틱들통에 모래를 가득 담아 등에 지거나, 시멘 한 포씩을 어께에 얹고 각 층에 옮기는데 그 발걸음이 어찌나 경쾌했던지 뛰어다녔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았다.

10시쯤 쉴 때 난 처남의 지시(?)로 커피포드에 물을 끓여 컵라면에 부어 제공해야 했는데, 물의 양을 얼마쯤 부어야 할지, 컵에 물을 붓고 뚜껑을 다시 덮자 뚜껑이 들떠버려 각목을 가져다 눌러놓는 둥 아홉 개의 라면을 참거리로 내 놓느라 식은땀을 흘러야 했다.

좀 창피한 소리지만 난 컵라면을 직접 끓여 먹은 적이 여태껏 없었다는 사실이 자괴스러웠다. 다시 커피용 물을 끓이느라 정신을 쏟다보니 좀 전까지 벼루었던, 쉴 때 그분들과 말문 좀 터보겠단 생각은 짬도 내지 못하고 말았었다.

그렇게 오전이 마무리 됐다. 처남이 점심 먹으러 가잔다. 식당에 들어서니 모두 착석해 있었다. 갈비탕이 나왔다. 먹을 만했다.

저만치 테이블에서 식사한 장정들을 힐끗 훔쳤는데 후딱 식사를 끝내긴 했어도 여분으로 나온 공기 밥은 그대로였다. 의외였다.

밥 먹다말고, "오후까지 좀 도와주면 안 되겠소?" 라고 묻는 처남을 쳐다보며 "그렇게 하자."라고 난 싱겁게 대답하고 있었다. 이미 난 오후에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걸 알고 있었다.

오후엔 몰탈매꾸는 순서를 익혀 미장공이 해갈 일의 순서에 맞게 솔선하여 내가 바지런히 준비를 해갔었다. 한 군데라도 더 메꿔야 처남에게 도움이 될 터에서였다.

미장공과 내가 2층에서 3층으로 작업장을 옮길 때쯤엔 장정인부들도 3~4층에 모래와 시멘트를 나르느라 분주히 오르내렸다.

각 층엔 8평쯤 되는 원룸이 6개씩 있는데 복도와 그 방마다 시멘트 여덟 포와 모래를 쌓아놓고 있었다.

오후 3시가 지나자 장정들은 각 층 계단입구에 한 분씩 서서 시멘트를 릴레이바톤 넘겨받는 경주처럼 하고 있질 않는가!

1층에서 4층까지 혼자 짊어지고 올라가기엔 너무 힘들고 녹초가 된 탓에 그들이 터득한 노동의 노하우를 나누고 있을 터였다.

그들의 옷은 땀으로 멱 감은 듯 젖어있고, 땀범벅으로 상기 된 얼굴만큼 지쳐있을 테지만 누구하나 해찰하지 않았다. 저들이 내일도 나와서 똑 같은 일을 되풀이 할까?

나중에 나의 궁금증을 처남이 답해 줬지만 계속된단다. 그들의 일당은 14만 원이라 했다. 적잖은 액수이긴 하지만 그들이 흘린 땀의 대가치곤 결코 후한 대접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다바리 했던 미장공의 일당이 18만원 상당이라니 말이다. 물론 기능공과 단순노동의 인부 일당이 같을 순 없겠다.

참으로 대단한 장정들 이였다. 그들이 흘린 인내와 의지의 땀방울이 건물 곳곳에 떨어졌고, 그 결과물이 훌륭한 건축물로 태어날 것이다. 우린 그들의 노고로 안락한 실내에서 평안한 행복을 맛보게 될 테고 말이다.

그렇게 피땀 흘리며 성실한 탑을 만들어 사회를 이뤄가는 착한 시민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기사화 돼야 살맛나는 세상이 될 텐데 부정, 불의,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오살잡놈들의 사기행위가 연일 매스컴을 도배질하는 세상이 싫다.

피땀 흘려 모은 쌈짓돈을 몇 푼 이자 더 불리겠다고 제2금융권(저축은행)에 예탁해놓자 제 돈 인양 마구 꺼내 개지랄연병 떤 회장들, 그 짓을 감독하라고 세금 거둬 고액월급 준 금감원은 콩고물이나 얻어먹을까 궁리하고 그걸 방기한 정부고관들, 사기 치고 온갖 꼼수 부려 몇 억, 몇 십 억 원을 꿀꺽 잘도 착복하는 가카의 이너서클이 우리들에게 주는 트라우마는 이젠 곪아 화농이 돼 터져 병든 사회를 만들고 있다.

가카의 이너서클, 정부고관들은 건설현장에서 하루 동안만이라도 막노동하는 선량한 인부들의 하루를 보았으면 싶었다. 그들이 흘리는 피땀을 목도하면 단 돈 천원의 세금도 허투로 사용하진 않을 것 같고, 짜고 치는 음흉한 개지랄 더는 안할 것 같아서다.

건설노동자들의 건승을 빌어봤다.

그들이 건강해야 사회는 밝게 건설돼 갈 것이다.

2012. 0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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