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주의 마력
“야 봉숙아, 택시는 말라 잡을라꼬.
오빠 술 다 깨면 집에다 태아줄게.
저기서 술만 깨고 가자.
딱 삼십분만 셔따 가자.
못 드간다. 못 간단 말이다.
이 술 우짜고 집에 간다 말잉고.
묵고 가든지 니가 내고 가든지.”
-노래 ‘봉숙아’에서
저 지난 주, KBS2탑밴드 서바이벌에서 <장미여관>이란 5인조 밴드가 부른 노래 ‘봉숙아’가 대박(?)을 쳤는데 술 핑계로 여친을 꼬셔 보려는 남자들의 속마음이 절절하게 묻어나 공감한 탓이리라.
예나 지금이나 술-쇠주는 우리네들의 희로애락의 감정을 에스컬레이트하는 신통술을 부려 되는 일도 안 되게, 안 되는 일도 되게 하여 사람들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했다.
<장미여관>이 부산갈매기들이라 그쪽 창녕현감이 분통 터져 쇠주 먹고 꼴까닥한 사건이 생각났다.
1534년(중종29년)창녕현감 남효문이 아들이 없자 조카 남순필을 양자로 맞았다.
근디 그놈(남순필)이 아내와 붙어먹었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하루는 그놈이 아내에게 쓴 연애편지를 입수하게 돼 현감은 머리통이 빠개질 것 같아 어머니 앞에 아내를 불러 앉혀놓곤 간통사실을 추궁했다.
아내가 더듬거리자 화가 난 현감은 어머니를 붙들고 울다 쇠주를 마시기 시작해 쇠주에 절여죽는 신세가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효문의 첩이 정실(아내)을 투기 모함하여 꾸민 헛소문에 가짜편지였었다.
팜므파탈은 쇠주가 아닌 첩 이였다.
또 2년 후(중종31년), 충북 영동에 오여정(재상 이 항의 처남)이라는 쇠주마니아가 살고 있었는데 매형 빽을 믿고 개잡지랄을 하다 아버지(오 찬)의 애첩(돌지)까지 배꼽 맞춰 놀아났었다.
간통사실이 들통 나자 아비를 죽이고 돌지를 돌려꿰차고 경상도로 삼십육계를 쳤었다.
년놈은 변장한 채 생선장수를 하다가 포도관에게 발각 돼 극형에 처해져 이름처럼 ‘돌지 돌지 돌다’ 돌아되졌다.
역시나 팜므파탈은 쇠주가 아닌 돌지였다.
쇠주마니아론 이방우가 으뜸일 테다.
이성계의 장남인 그는 날마다 술독에 빠져 결국엔 술처럼 발효 돼 죽었다.
‘술 먹고 죽은 놈의 얼굴은 빨갛다’는데 그렇게 술로 죽은 방우는 행운이라.
뒷날 동생(태종의 왕자의 난)의 난동에 죽었담 죽은 얼굴이 새까맣게 멍들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방우의 팜므파탈도 쇠주 아닌 시절 이였다.
2012.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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