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감-그 미지?

090727

외나로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에요.

첫날 아들을 데려다주러 갔죠. 차를 몰아가는데 그냥 바다로 빠져들고 싶었죠.

저는 동해보다 서해나 남해바다를 더 좋아해요. 특히 남해는 옹기종기 작은 섬들이 바다와 어울려 아기자기함을 더해

동화의 나라로 안내하곤 하니까요.

그곳에 가면 그림도 그리고 싶구요. 저 그림 잘 그리진 못하는데 그리고 싶은 맘은 맨날 들어요.

이러다보면 언젠가는 미치도록 그리지 않을까요?

저도 그 마음 알아요. 언젠가 청산도엘 1년 근무한 적 있었어요.

우리 애들 초등학교 다닐 적에.. 저를 바래다준다며 완도까지 온 식구가 갔었죠. 지금은 연육교가 있을라나, 그 당시엔

배를 타고 들어갔어요. 명사십리. 신지도에 있는 명사십리였어요. 아마도 그 날이 제 생일이 아니였나 싶네요.

큰놈이 쉽게 대합의 숨구멍을 알아버렸죠. 잘 파는 거에요. 몇 개 파다말고 뒤돌아섰지만 그때의 감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파는 재미가 먹는 재미보다 좋았죠. 먹기위해서 판다면 그 재미가 아마도 없었을 거에요.

낚시를 해서 놓아주는, 대합을 파서 약간만 가져오고 놓아주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도 좋겠지요.

그것들과 시간을 나누긴 하는데 서로 즐기기만 하는.. 그런 시간들이라면 더 좋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저 모처럼 이번 정읍 산에가서 고사리를 꺾었어요. 둘째가 따라갔는데, 어떻게 해먹는지 몰라 자꾸자꾸 묻길래 엄마노릇 한 번 해보겠다고 다짐을 하고 고사리를 꺾기 시작했지요. 그날 비가 오는데 말입니다.

제법 꺾었죠. 그러면서 느낀 게 있어요. 산행은 산과 호흡을 같이 하고 싶어 갔었다는 것,, 고사리가 산 맛을 줄여버렸어요.

다시는 고사리를 꺾지 않고 오로지 산행에 열중하겠다고 다짐 했지요.

샘!! 고사리를 꺾으러 갈 때는 두 가지를 하려고 하지 마세요. 오직 고사리만 꺾어야겠단 일념으로 꺾으세요.

그래야 고사리 꺾는 재미에 풀 빠져들 수 있어요. 산도 보고싶고, 고사리도 꺾고 싶고 자칫 두 가지다 놓치는 경향이 있어요. 하나의 재미를 톡톡히 맛보는 게 큰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산악회 야유회!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했죠.

그 소릴 들으면서 왜 이리 저와 비슷한 구석이 많지, 했어요.

저도 야유회같은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음식 만들어 먹고 노는 것... 특히 술 마시고 남에게 미치도록 권하고, 시끌버끌 하는 것 질색이거든요.

산악활동 20년 가량 했는데 설계사무소 소장님이 그랬어요. 어느 식당에서..

'샘이 술 잘하는 것 이제야 알았다구요.' 저 아무데서나 잘 마시지 않아요. 분위기로 마시거든요.

특히 차에서 술 따라주고 놀게 하는 것 정말 싫어하거든요. 거기서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르죠.

전 차창으로 비친 풍경들 바라보는 게 더 좋아요. 혼자 명상에 잠기고요.

우리 문화도 각자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면 참 좋겠단 생각을 했죠.

무튼 산행에서의 즐거움, 버스안에서 뺏겨버린 것 같은 느낌 대개 많이 받아요.

외국에서 좋은 점 하나 말하라고 하면 바로 그것이에요. 차안에서 떠들썩하게 놀지 않는 것, 관광명소에서 떠들지 않는 것...

종교 순례지에서 노래부르지 않는 것...

언제가 이집트 시나이산(?) 갑자기 그곳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요.

새벽 3시에 올라갔죠. 일출을 보러..

그 꼭대기에 교회가 있었어요. 기독교 순례지라고 할 수 있죠.

그곳에서 유일하게 어둠의 침묵을 깨우는 소리가 있었어요. 한국인들의 찬송가였죠.

조금 챙피했어요. 저는 한국 기독교를 그래서 별 좋아하지 않아요. 집단 이기주의 같은 행태...

머리카락 자르지 말라? 저 몇 년간 처녀들마냥 길게 늘어뜨려 다녔어요. 흰머리를 염색해가면서...

어느 순간 뒷모습은 아가씬데, 앞은 할머니였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겠어요? 꿋꿋하게 걷기 때문에 뒷모습 보면 처녀인 줄 알아요.

애피소드 한마디!

둘쩨와 파키스탄 갔을 때였어요. 어느 식당에서 아들이 "엄마!" 하고 불렀어요.

갑자기 사람들이 박수를 요란하게 쳐줬어요.

그동안 둘 사이를 의심했던 거죠. 분명히 늙었는데 아가씨처럼 하고 다니거든요.

부적절한 관계라고 오해를 했었데요.

그러다가 모자지간이란 게 밝혀지니 환영의 박수를 보냈던 거죠.

엊그제 외나로도에서 보건지소에 오신 한 할아버지 환자분께서 아들한테 '사모님이세요?'

저는 기분이 째지게 좋은 데 아들은 죽을 맛이였겠죠.

어찌나 엄마가 젊으시네 소릴 많이 들었는지 비아냥거리데요. '엄마는 좋겠수.'

슬프죠. 속은 늙었는데.. 그래도 기분이 좋습디다.

저 지금 티벳의 카일라스에 갔다 왔어요. 박범신의 카일라스 가는 길을 읽었거든요.

그런 책을 가끔씩 읽어주면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요. 조금은요. 그래서 제 마음이 삭막해지거나 욕심이 생길 때면 전 그런 책을 읽곤 해요.

모든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거든요.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는 것도 부질없게 느껴지구요.

그런데 눈을 크게 뜨고 한 바퀴 돌고 나면 금새 현실이 되요.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책을 통해서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는 것.

샘의 야유회와 산행의 차이점과 같은 것...

질펀한 먹거리가 때론 정신을 혼탁하게 하기도 하죠?

--------------*****---------------

오늘은 어떻게 보냈소?

가보지 않은 외나로도,

장맛속의 그의 표정이 상상이 안 되는구려.

전 여름바달 좋아하지 않지만(새깜 피부가 타면 일년 내내 니그로가 됨에) 한 가지 외엔 있죠.

흐리다거나 가랑비가 내릴 때.

왜냠?

몇 년 전에 군산 앞바다가 준 선물에 폭 빠져서, 그 입맛에, 그 행복의 달콤함을 잊질 못한 탓이지요.

그 바다의 선물(린드버그의 책을 읽긴 했는데 망각 속에서 진즉 썩었습니다)을, 조개 캐기 맛을 요즘은 영 맛보질 못하고 있네요.

흐린 날, 새만금 간척으로 주인 잃는 양식장 갯벌에서 꾀 많은 바지락 캐오던 재미에 빠져 날씨만 꾸무럭하면 달려가 호미로 갯벌을 긁었지요.

‘싸르륵’하고 호미 끝에 닿는 전율에 이어 손에 잡히는 바지락, 때론 손등만한 대합이며 탐스런 갯 우렁이를 건질 때의 쾌감에 미치다 이낸 일념으로 집중이 되고, 그 몰입에 밀물이 들어 쫓겨 나오던 무아의 경지?-.

그 몰입의 경지에서 벗어나 쫓겨 올 때의 아쉬움은 그제야 느끼는 피곤함도 잊게 하지요.

몰아(沒我)의 시간이 안긴 나일론망사 포대의 적잖은 바지락은 물질의 풍요였지요.

바지락을 파내는 순간의 재미는 시간이 정지 된 무아경이지요.

캐는 재미가 먹는 재미보다 한 수 위인 것은 일념에 이르는 무맛(순수) 땜이라 생각했습죠.

나도 시간도 다 놓아버리는 한 생각만을 좇는 순정의 그 무엇은 무엇으로도 살 수가 없는 것이지요.

바다는 유와 무가 일궈주는 행복감을 동시에 갖다 주는 천국인 게지요.

그 형언할 수 없는 맛과 짭짤한 포만감을 난 눈감을 때까지 기억하고 사랑할 겁니다.

이 세상에서 맨 몸에 영과 육을 동시에 흐뭇하게 해 주는 곳은 바다와 산뿐일 겁니다.

그들은 알몸에 절대의 행복을 안기면서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지요.

봄엔 저는 야산을 누빕니다. 고사리를 채취하러 말입니다.

고사리 하날 발견하고 손을 그에 대고 주윌 훑으며 또 다른 고사리가 눈에 들어오길 기다려 꺾는 겁니다.

그 짓을 되풀이 하다보면 조개 캐기와 별반 다르질 않더군요.

일념에 이르는 길입니다. 몰아의 행복에 깃드는 거지요.

근데 요즘은 바다의 선물을 맛보기가 여간 어려워 졌습니다.

산에서 며칠 더 맛보는 수밖에-.

그렇게 보면 만족이나 행복은 단순하고 가까운 곳에 있음인데, 무명(無明)한 난 크고 화려하며 많은 것만을 눈독들이지요.

몸에 덕지덕지 밴 게지요.

쓰다보니 옆으로 한참을 빠졌구료.

어젠 ‘+++ 산악회’가 여름철 야유횔 간다고, 회장인 정 선생이(영어) 옆에서 꼬득여서 덕유산 계곡으로 따라갔더이다.

맑은 산정기보다 더 풍성한 먹거리에 흠뻑 빠졌지요. 한참을 즐기다 불현 듯 생각 킨 건 난 늙었다는 사실 이였죠.

거기에 낄 내 자린 없다는 생각을 했죠. 술 먹고 물장난 치는 걸걸한 후배들과의 물놀이는 산행이 아니고말고요.

엊그제 끼워줄 때 부지런히 끼라는 변샘을 핑계 댈 생각은 눈꼽도 없지만, 뒤 보고 밑 안 씻은 찝찝한 기분을 나누고 싶대요.

정 선생은 늘 옆에서 코먹은 소리로 내 똥구녁을 긁어 파내려 했지만 어디 쉽게 파지간요.

산악회 야유회가 어떤가? 하고 끼었드랬는데 이젠 안 낄 구만요.

참 아까 샘 머리칼 잘라 내버린다고 했던가.

푸석거려도 좀 더 간직하죠. 왠지 난 그러라고 해보고 싶네요.

보다는 샘의 헤어스타일이 도무지 생각나질 않음에 그냥 긴 머리가 좋은 거지요.

그렇게 긴 머린 아닌 것 같고-.

쓰다 다시 읽어보니 영양가 없는 주둥일 깐네요.

이만 잡시다.

하긴너무 일르긴 하오만-.

'교감-그 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0727-3  (0) 2010.05.10
090727-2  (0) 2010.05.10
090725  (0) 2010.05.10
090724  (0) 2010.05.10
090724  (1) 201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