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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그 미지?

090725

운동을 하다말고 머리를 잘라야겠단 생각이 들었지요.

목욕을 하고, 머리를 탈탈 털어 말리고 손으로 손질을 했지요. 다듬고 가자,,

근데 쭈삣쭈삣하던 머리카락이 아주 예쁘게 다듬어져 그만 자르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버렸어요.

그래, 컴퓨터나 켜고 샘한테서 온 메일이나 봐야지, 하고 들어왔어요.

그 친구 이번엔 꼭 헤어질거야. 그러고 며칠을 보내죠. 시원한 맘으로, 랄랄라 노래도 부르면서.. 그동안 미운 감정이 오죽 쌓였었냐?

그래, 너 가버려, 아주 시원하구먼.. 이렇게 노래를 부르면서요. 근데 새록새록 옛정이 되살아나며 그 미웠던 감정만큼 그리운 감정이 솟구쳐 오르지요.

세상은 이래서 재밌는 걸까요?

왜 하필, 머리를 자르겠다고 감았는데 그 머리카락이 그 순간 말을 잘들어 예쁘게 보이는지. 심술궂게 말이죠.

그래도 싹둑 잘라야 할까요? 오늘만 보고 내일 잘라야 할까요?

자고 일어나면 부시시 할 텐데 말입니다.

지식이 뭘까요? 조금 앞서 그걸 알았다는 것 아닐까요?

전 아는 게 없어요. 그냥 아는 척 가끔씩 나불거릴 뿐이죠.

언젠가 30여년만에 옛친구(?)를 만났어요. 이야기를 잘 하데요.

아는 것이 많다고나 할까?푹 빠졌죠. 그래서 당연히 좋아했구요.

하루가 걸려도 모자랄만큼 이야기를 잘 하데요. 호기심이 발동했죠.

난 그러는 그 사람이 좋아 나도 거기에 빠져들기 시작했죠. 공부를 했어요.

근데 별거 아니데요. 먼저 책 몇 권 더 봤다 뿐이였어요. 그걸 알아버린거죠.

물론 전공을 살려 그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그 사람들이야 존경해야 마땅하구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구요.

그래서 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많이 많이 서로를 사랑했지요.

그런데 그건 사랑이 아니였어요. 별 게 아니였거든요.

전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물론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취향이 맞는 거였어요.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 이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학교가 무슨 필요합니까? 지식이 왜 필요합니까? 그 사람과 내가 그냥 잘 통하면 되지 않을까요?

지식을 조금 공유한다고 해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의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요?

반론을 제기할 수있겠네요. 아닌 경우도 있으니까요.

살아온 방식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마음이 잘 통할리는 만무하니까요.

하지만, 꼭 그렇지만않는 경우도 있지요?

왜 이렇게 이런 말 하기가 힘들지요?

'킬리만자로의 눈꽃'에서 주인공이 그러지요. 미스김 찾으러 새벽이면 나가죠. 같은 침대에 누워있다 혼자 슬그머니 나가는 거에요.

그런데 미스김이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요? 자기가 만들어놓은 허상이 어느 곳에 존재하겠어요?

어느 날 찾긴 찾았죠. 새파란 바이올린을 켜는 아가씨.그 음악속에 빠지면서...

아프리카에서 스스로 실종이 되고, 그 아가씨가 찾아오죠. 나는 네가 연주하는 음악에 대해 그 어떤 것도 다 공부했다. 하물며 그 작곡가의 태어난 날까지도 기억을 하죠.

그 아가씨가 이야기해요.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다른 젊은 애들은 그날 네가 입었던 옷이 끝내주더라, 입술이 예쁘더라.. 이렇게 말한다구요.

난 이 부분에서 아주 공감을 했지요.

미술사와 세계사를 접목시켜 종일 이야기 해도 부족한 그 친구에게 빠져들었던 경험, 또 내가 공부했던 순간들.. 난 그래야만이 내가 그 사람을 전부 사랑한다고 말이죠.

나중에 공부를 하다보니까, 별거 아니라고 했죠? 그 사람이 아무 것도 아니였어요.

난 그 사람의 실체를 좋아한 것이 아니였다구요.

우린 통하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것을 보지 못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둘 사이를 아프게 했죠.

짧은 지식에 빠져 순간 착각했을 뿐이란 걸.

마음은 서로 다른 길로 가는데.

샘!!

그냥 재미삼아 던진 말에 제가 민감한 반응인가요?

저, 샘이 많이 알고 적게 알고 그런 것때문에 편지 한 거 아니에요.

왠지 통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랍니다. 아는 걸로 치면 전 친구가 없겠죠?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말입니다.

전, 진지한 친구보다 재밌는 친구가 더 좋아요. 그래야 살맛나겠죠?

마음이 통한다면.. 그 통함이 없기에 남편자리에 그 친구를 두려고 했다는 생각을 했나봐요.

이젠 그렇지 않을려구요.

누구 대신 누구를 앉히는 것,,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것. 누가 누구를 대신하겠어요? 어리석은 짓거리죠.

아마 그래서 전 혼자서 시간을 잘 때우는가봐요.

자연을 좋아하구요.

이번에 산에 올라가다 폐가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인간이 만들어놓은 것은 인간의 입김이 있을 때 아름답구요. 자연은 자연이 만든 것이야말로 아름답다는것을.

자연에 인간의 손이 가해진 순간, 그것은 자연이 아닌 거라는 것을.

전 산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다니는 사람을 가장 싫어해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아마도 혼자 다니나 봐요.

누군가는 물소리, 새소리 이런 것들이 바로 오케스트라였다고 했어요. 그게 좋아 스님이 된 사람도 있었어요.

제가 그동안 샘한테 '척'을 많이 부렸나봐요.

그렇든 어떻든 그냥 우리 조크를 던지며 살죠. 아는 척 해봤자, 그게 그거겠지요?

자연이 우리를 아무 조건없이 받아주듯이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면 되는 것 아닌가요? ㅎㅎ

갑자기 진지해진 것 같다.

머리를 잘라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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