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간에도 충분히 가능한 얘기지요. 샘의 말마따나 회의적인 면도 있지만,
서로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사이.
문제는 서로의 마음이랍니다.
고백하자면 제 마음인 것 같아요. 저는 저자신을 잘 콘트롤하지 못해요.
뭔가를 시작하면 거기에 몰입하는 성향이지요. 점심을 굶고 그림 그리는 여자에요. 학원엘 가서 그 가족들이 점심을 먹던 말던
전 혼자 그림을 그렸지요. 자기들끼리만 먹어야하는 그 사람들에겐 그런 고역이 없었겠지요.
전 그 생각을 잘 못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짓이고, 배가 고프지 않거든요.
그것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지요.
그래서, 아마 사랑도 그렇게 했나봅니다.
그러는 제가 좋아서 상대도 그렇게 사랑을 하는데, 상대는 현실이 앞서기도 하지요.
저는 상대가 더 중요하다면 상대는 현실이 더 중요한게지요.
주말 가족과 같이 한 시간에 전화를 안줘서 서운한게 아니랍니다.
그것 저도 충분히 이해하죠. 저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한데, 방학처럼 긴 시간에도 그걸 조절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전 서운했던 거지요.
그런 모습을 진저리나도록 봐옴인지, 샘이 밤늦게 눈치보며 편지쓰고 있다는 말이 저를 아픔으로 끌고 갔답니다.
그 아픈 추억들이 되살아났던 거죠.
보세요.
우리가 만난지 두달도 못되었나? 그런데도 매일같이 편지를 썼으니 비록 전화로 할말은 없지만, 헤어지자고 해놓고
눈물이 핑그르르 돌잖아요. 저 원래 그래요.
그렇게 감정조절능력이 낮죠.
아무리 편지만 오래 주고받는다 해도 아마 시간이 흐르면 이런 감정이 계속되리란 보장이 없어요.
그때 또다시 예전친구 성향과 비슷한 샘이 또 그친구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저 감당할 능력이 없어서요.
한번으로 족하다 생각했어요.
당연히 눈치보며 편지를 쓰겠죠. 저도 그러니까요.
우리가 아무리 정당한 편지를 주고받는다 해도 상대들에겐 불쾌한 짓이거든요.
이해될 수 없구요.
하지만, 전 아직 상대때문에 이렇게 힘들어, 라고 잘 말하지 않아요. 나하고 관계를 맺고있는 그 사람을 배려해주고 싶어서지요.
그래서일까? 샘의 그 이야기가 저를 편치 못하게 하데요.
우리 둘째 ++에 살고 있다면 핑계대고 가서 놀다올 텐데, 했었죠.
샘의 반응이 시큰둥했어요. 저는 솔직히 농담이었답니다. 그렇게 해봐도 좋겠단 희망사항이었죠.
그런 희망사항마져 민감하게 반응하는 샘이 앞으로 우리 사이에서 어떤 또다른 반응을 보일까 두렵다고 해야 할까요?
저의 솔직한 맘입니다.
저, 누구와 마음을 주고받을 만큼 사유적이지 못해요. 지적이지도 못하구요.
특히 감화를 줄만한 능력은 진짜 없구요.
샘이 생각하는 그런 멋있는 여자가 아니랍니다.
조금 솔직한 여자일 뿐이죠. 한 번 맘 먹으면 다른 사람보다 빨리 추진하는 능동적인 여자라고나 해야 할까.
제게 기대가 크다면 얼마 안가 금방 시들해버리고 말거에요.
우리 둘째 성향이 저를 좀 닮았다고 해아할까요? 도전과 모험심이 가득한..
그래서 조금 독특할 뿐이죠.
샘과 좋은친구 오래하고 싶었어요.
메일친구도 있나요? 평생을 메일만 보내는 친구 말이에요.
전 그걸 장담하지 못하겠어요. 과연 내가 그걸 받아들이고 지속할 수 있는가. 의문이에요.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샘을 다 이해해줄 수 있을까.
5년 반동안 아픈 사랑을 해봤기에 이젠 성숙한 만남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요.
근데 보세요. 샘이 10시넘어 아내가 잠자리에 들때에야 비로소 편지를 보기시작한다는 말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잖아요.
그러는 절 이해할 수 있나요? 제가 자기본위의 사람이라고 했쬬. 맞는 말일 수 있어요.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이죠. 저만 그런 게 아니였거든요.
성의 차이점을 다 흡수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샘과 편한 친구관계가 가능할까?
편지만 오가는 그런 관계를 장담하지 못해요. 우리가 나이먹었음이죠.
우리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면 엄청 크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셨나요?
언제까지?????
편지를 쓰다 알았어요. 이건 우리가 매일같이 나누다보니 이런 맘이 생겼다는 걸.
왜냐? 이런 편지 주고받는게 뭐야, 부질없는 짓 아니야?? 저 이랬거든요.
사람 매일 보면 지루하듯 바로 그거였어요. 그것이 저를 하찮게 만들어버렸던 거에요.
괜히 샘한테 트집잡고..
원거리에 전화도 안하지, 그저 하는 게 편지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사이. 이것이 저를 지루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처음 얼마간 이런 편지가 신선하게 다가왔죠. 근데 시간이 흐를 수록 책읽은 즐거움이 더 컸거든요.
그래요. 우리 편하게 하면 될 것을 ,,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일상화된 편지가 부담을 주었던 거에요.
샘이 아직은 제가 필요하다니, 그렇게 할게요. 하지만, 매일 하진 않을게요. 저 편하고 싶어요. 이제사 조금 해방되어 살고 있거든요.
저를 찾아가고 있다고나 할까.
우리학교 젊은 여자들이 그러데요. 저를 좋아하는 이유가 도전의식을 심어주기 위함이고, 신선해서 좋다고 했어요.
엊그제 제가 전화한 날 만나자던 여자는 미술 선생이에요. 그 여잔 언니를 만나 산에 갔다오고 소주 한잔 마시며 나누는 대화가 미치도록 좋다고 했어요.
제가 그 여자한테 샘 얘길 했거든요.
그 여잔 자기 머리가 일상에 뒤집히면 저를 찾아요. 활력을 불어놓고 싶을 때. 그런 얘기를 들려달라고 하죠.
제가 철이 없음일까? 잘 몰라요. 전 가식을 별로 싫어해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노무현을 좋아했나 모르겠어요. 수평의 관계를 무척 좋아하죠.
남대문 시장에서 같이 술한잔 마실 수 있는 대통령이라면 그 누가 싫어하겠어요?
샘이 그런 사람이길 실은 바랬답니다. 서서히 아니게 보였지만.
저 들어갈래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알아서 하세요.
전 백미의 풍경을 보면 "야, 이 풍경이 너를 부른다"며 한번쯤 전화해주는 사람을 좋아해요.
박인희같은 시인.. 즉석에서 시를 읊어댈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화끈하고 좋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