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누구 앞에서건 시간을 초월해서 떳떳하고, 나이가 들수록 이래야 한다는 걸 많이 느꼈답니다.
한 사람 얻기 위해 많은 사람 잃어본 경험이 저를 이렇게 만들더군요.
그 한사람도 얻고 많은 사람도 잃지 않기 위해선 나름의 노력이 뒤따른다는 것을 여러 해가 지난 뒤에야 뼈저리게 느꼈지요.
샘 말씀처럼 이성간에 친구로 남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을 수반하지요.
각자가 노력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관계로 거듭나기가 무척 힘이 든다는 걸 알았답니다.
저, 정말 좋은 사람들 많이 잃었지요. 저같이 솔직한 경우엔 말입니다. 세상은 이성간에 친구를 허용하지 않아요.
비록 이해한 척 해도 그런 사람을 배척하는 게 우리의 정서지요.
서로가 사랑하고, 한 가정이 깨지고, 새로운 가정이 형성되었을 때 세상의 눈총을 감당해야 하는 게 너무 크다는 것도 느꼈지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지요. 저희학교^^ 말입니다. 조회시간에 옳은 이야기를 해도 그 사람은 이미 말할 자격을 잃은 사람이더군요.
비도덕적인 사람이 하는 말이 무슨 정당하겠냐고 하는데 말문이 막혔지요.
세상이 그랬어요. 그런 세상 속에서 전 버젓이 남친 얘기를 했었으니 앞에서는 멋있는 샘, 노래를 불렀을지라도 뒤돌아서면 얼마나 손가락질을 했을지 모르지요.
워낙 시선을 아랑곳않고 살아간다 할지라도.. 한 집단속에서 그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샘!!
외나로도에 가보고 싶다고 했지요.
혹 들릴 일이 있으면 보건지소 둘째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부탁했던 집에서 주무시고요.
--에 들리시면 제가 주변 아름다운 곳을 안내할게요.
--만도 아름답지요. 갈대와 칠면초.. 철새, 바다가 어우러진 --만. 제법 괜찮아요.
주변 섬진강도 아름답구요. 소설가 박완서씨는 매년 섬진강을 여행한다니 가장 자연적인 풍경이라 장담합니다.
여수 향일암도 괜찮구요.
19일 오후 4시~ 6시 사이에 나로호 발사한다니 그때 가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외나로도 말입니다. 저도 그때 거기에 있을지 모르겠네요.
혹 오신다면 동행해도 되구요.
제가 가지 않더래도 우리 둘째한테 연락하면 아마 잘 알려주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가 언제 만났다고 헤어지고 합니까?
그렇게 말해놓고 혼자 웃었지요. 만난 적 한번도 없으면서..
보세요. 편지를 주고받는 것마저도 사람 사이엔 특별하다고 생각하나봐요.
그런 친구하기로 했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이성간의 친구로..
샘이 말한 것처럼 이성간에 친구로 남기가 정말 힘이 든다는 증거지요.
만나지도 않았는데 헤어진다는 게 조금 우스웠지요.
그냥 아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어딘가에 아는 분이 있다, 이 정도로 말입니다.
그곳에 가면 연락할 수 있고, 주변 동행해도 괜찮을 지인으로 말입니다.
편하게 아주 편하게 가이드 할 수 있는. 저 그런 사람 많이 두고 싶어요.
우린 만난적도 없으니 헤어짐도 없고, 그냥 조계산에서 우연히 만나 알고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샘의 책을 읽고 그 책이 좋아 샘을 더 좋아하는 지인일 뿐입니다.
오늘 연수가 끝났어요. 간단한 시험 보고 부채에 수박과 잠자리 그려넣고, 어제 만들었던 칠보 연적 가져왔네요. 이번 연수에서 딱 하나 건졌다면 칠보 연적이 아닐까 합니다.
호염은 염료를 사다가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만든 호염은 볼품 없는데도 옆 사람들이 괜찮다고 한통에 그냥 액자를 맡기고 말았네요. 액자에 넣어 둘째 보건지소에 걸어라 할려구요.
나중에 호염을 많이 염색해보고픈 생각이 있습니다.. 재밌는 작품이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손이 조금 많이 가지만, 크랙에 따라 변화 가능한 호염의 매력에 빠지고 싶어요.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밑그림으로 해서 호염을 해보는 것도 괜찮으리란 생각이 들었지요.
모딜리아니의 여인을 아니면 우리나라 추상화의 대가 김환기의 단순한 그림을 밑바탕으로 해서 크랙을 넣어준다면 전혀 다른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요.
앞으로 실력이 쌓으면 제가 구상한 작품에 크랙을 해도 되구요.
샘!! 미안해요. 괜히 아프게(?)해서.아니, 기분 상하게 해서 말이에요.
순진한 샘께서 순정의 첫사랑을 다시 경험해보고픈 감정을 제가 싹둑 잘라버렸네요.
현실은 그렇지가 않더군요. 저도 몇년 전엔 샘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지요.
그렇지만 아름다운 작품이 나오질 않았지요. 헤어짐 아니면 원수보다 못한..
그런 인간관계 만들고 싶지 않았답니다.
지금도 산행하시나요?
샘이 산을 좋아하는 이율 알 것 같아요.
편지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자연 많이 많이 사랑하시고, 사람도 자연처럼 사랑하십시요.
그래야 헤어짐 없이 지속적으로 사랑할 수 있답니다.
절제된 감정으로.
안녕히 계십시요. 가끔씩 소식 전할게요.
책을 쓰는 열정으로 저를 용서해주십시요. 제 실수를. 오빠가 동생을 안봐주면 누가 봐주겠어요????
사모님과도 행복한 시간 보내시구요.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것 같아 부러웠답니다.
예쁜 딸들도 자기 길을 잘 가는 것 같아 부러웠구요.
전 다음주 목요일이면 개학을 합니다.
월요일에 미술 선생이 도자기 만들자고 학교에 오라는데, 전 놀러를 가려구요. 계획을 세워볼까 합니다.
봉하마을 가고, 거기 근처 미술관 한두군데를 들릴까 합니다. 좋은 곳 있으면 소개하리다.
이천 구년 팔월 십사일에 순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