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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수국파도 일렁이는 장생포 (장생포 수국축제)

 수국파도 일렁이는 장생포 (장생포 수국축제)

꿈도 꾸지 못했던 행운의 하루가 된 오늘이었다. 야트막한 야산의 구릉은 수국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넘실대고, 그 꿈속 같은 꽃 세상에서 헤엄친 시간이 하도 뜬금없이 벌어져서다. ‘장생포 수국 페스티벌’이야기를 귀동냥 한 건 어제 전철 속에서다. 내 옆에 앉은 여인들 네 분이 장생포수국축제 얘기를 신나게 하고 있었다. 귀가한 난 인터넷검색에 들었다. 장생포숙구축제(6월7일~6월20일까지)의 각종 정보를 접하고 오늘 장승포행 열차에 오른 게다. 울산은 얼마 전에 ‘태화강국가정원’트레킹을 한 참이라 결코 낯선 땅이 아니다.

라벤더정원에서 조망한 장생포구
▲장생포 수국축제장 입구▼

장승포도 내겐 처녀지(處女地)인데다 수국축제라는 기대감에 한껏 고무됐다. 태화강역에서 808번 시내버스에 올라 반시간여 후 장승포고래박물관 앞에서 하차했다. 근데 버스탑승객 거의 다 내리는 게 아닌가. 수국축제장은 인파에 떠밀려 가면 됐다. 어디서들 왔는지 흡사 엑서더스장정 같았다. 야트막한 언덕 수국축제장입구는 옛날 고래잡이 전성기였던 장생포 그대로였다. 반세기 훨씬 전으로 타임머신 여행에 들었다. 우체국, 주막집, 다방, 빵집, 서점, 문방구, 고래기념품가게, 허바허바사장 등등에서 관광객들은 쇼핑을 한다.

▲옛날 장생포동네 모습▼
▲옛 장생포 가게들▼

거대한 고래해체모습은 리얼하다. 옛 마을을 빠져나오면 수국물결이다. 인파도 덩달아 수국파도에 떠밀린다. 수국이 이렇게 다양하고 또한 탐스러운 꽃인지를 미처 몰랐었다. 수국파도는 골짝을 휩쓸고 구릉을 넘실댄다. 색깔지어 일렁대는 꽃송이물결은 감탄과 탄성을 연발케 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 한 순간에 공감대를 이뤄 흥분한 감동을 오래 향유하는 현상은 자연의 신비인 땜이다. 참 아름답다! 우아하게 곱다! 은근한 감동에 희열케 한다! 누가 이 골짝에 수국바다를 만들고 수국파도를 일궈낼 생각을 했을까!

고래해체장

울산사람들은 참 기똥차다. 바다를 매워서 중공업도시를 만들어 울산을 중흥시키더니, 별 볼일 없는 야산골짝에다 수국을 심어 수국바다로 사람들이 일상탈출을 인도했다. 수국파도에 휩쓸려 눈을 감으면 어느덧 꽃 세상에서 부유하는 유토피아에 든 기분이라. 파라다이스가 따로 있나? 나를 잠시 잊고, 기분 좋아 흥얼대는 나를 의식하는 곳이 아닐까! 수국은 대체로 이해와 사과, 행운과 건강, 감사와 사랑을 의미하는 꽃말을 가지고 있어 선물용으로 좋다. 수국은 아시아와 남미가 원산지인데 네덜란드가 동인도회사를 통해 유럽으로 수입 번창시킨 꽃이다.

▲오색수국정원▼

붉은 수국은 어버이날, 발렌타인 데이, 웨딩부케에 장미나 카네이션 대신에 사용하기도 한다. 유럽에서 수국이 오만과 자랑을 뽐내는 상징으로 여기는 건, 소담하게 피우는 꽃이 열매를 맺지 못하는 탓에 임신 못하는 여인으로 상징돼서란다. 하여 유럽인들은 나의 애정에 대해 시큰둥하게 대하는 상대에게 냉정하단 의미로 수국을 선물했다. 허나 수국은 꺾꽂이 번식을 하면 한 달쯤 후 뿌리가 내려 이식하면 잘 자라고, 3~4일에 물을 주면 탐스런 꽃을 2~3개월 동안 피우는 다년생꽃이다.

▲수국공원▼

수국색깔이 다양한 건 토양의 산성도(pH) 수준과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알루미늄 이온의 영향이란다. pH 7 미만의 토양은 산도가 높아 파란색에서 짙은 보라색의 꽃이, 알칼리성인 토양(pH 7 이상)은 분홍색에서 빨간색 수국 꽃이 핀다. 보라색 수국을 토양의 pH가 5.5~6.5 사이에서 꽃피고, 흰색 꽃은 색이 바뀌지 않는단다. 음지에서도 꽃이 잘 피지만 햇볕이 들면 꽃이 더 풍성하고 오래간다. 5월중순~6월상순에 가지를 한두 마디씩 잘라 흙모래 밭에 꺾꽂이하면 1개월 후 뿌릴 내려 이식한다.

▲푸른 수국은 후회와 사과를 상징하는, 하여 이해와 깊은 감사의 감정을 전하는 선물용으로 좋다▼

수국의 왕성한 생존본능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소나무군락지나 비탈진 경사지에서도 번성하는 다년생 꽃나무란 걸 장생포수국축제에서 실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각 지자체는 도로변 화단에 해마다 1회용 화초를 심고 세 네 번씩 교체할 게 아니라 2~3개월간 피는 수국을 심으면 예산절약이란 일거양득의 행정이 될 테다. 각 지자체는 울산 장승포수국축제에서 벤치마킹 하여 아름다운 수국도시의 룰`모델로 삼았으면 싶다. 몇 십 년 만에 울산시만치 비약발전 한 지방도시가, 죽은 태화강을 살려 국가정원도시가 우리나라 어디에 있는가? 나는 두 번째, 몇 시간 슬쩍 다녀온 울산시가 정이 드는 도시가 됐다.      2024. 06. 17

소나무와 공생하는 수국! 경의스런 원예식물이다
분홍색 수국은 열정적인 사랑, 건강한 여인을 의미한다

# 수국과 빼닮은 불두화(佛頭花)가 있다. 사실 잎 모양만 좀 다를 뿐이다. 그 불두화에 대한 신기한 얘기는 장생포 외딴 주막집에서 수국처럼 피어났다. 

" 옛날 장생포구 외딴바닷가에 인심 좋은 노파가 주막을 열어 소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늦은 아침에 남루한 차림의 노인이 주막에 들어오더니 먹을 것을 부탁하자 노파는 정성껏 밥상을 차려 주었다. 식사를 마친 노인이 엉거주춤 일어서서 미안하지만 음식 값이 없으니 무슨 일이라도 시켜달라고 사정을 했다. 딱한 사정을 들은 노파는 손사래 치면서 혹시 다음에 이곳을 지나가걸랑 들러서 갚으면 된다고 했다

소나무 아래는 어떤 식물도 고사하는데 수국만 무성하다. 길가 소나무 아래에 수국을 식재했음 좋겠다
모노레일과 울산대교
웨일즈판타지움

노인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다가 돌아서서 말했다. 내년 4월경에 할머니손자가 종기가 나서 고생할 테니 그때 앞산 절 뒤 숲으로 오면 병을 낫게 할 약초를 주겠다고 했다. 노파는 노인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러버렸었다. 근디 다음해 4월에 손자한테 종기가 나서 낫지 않아 걱정과 고생이 태산이었는데 문득 작년에 밥 한 끼 줬던 노인생각이 났다. 노파는 얼른 절 뒤 숲을 찾아갔다. 

모노레일 트랩은 원형설계다

노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숲에서 나와 하얀 꽃송이를 주면서 꽃잎을 찧어 종기에 바르면 낫는다고 하지 않는가. 노파는 주막에 돌아와서 꽃나무 잎을 찧어 손자의 종기에 붙이자 거짓말 같이 나았다. 하도 신기해서 꽃 이름을 수소문해 보니 불두화(佛頭花)였다. 불두화와 수국은 꽃잎만 다르다. 불두화 꽃잎은 세 갈래로 단풍잎 같고, 수국은 깻잎모양이다."

고래광장에서 조망한 옛 장승포마을
고래광장에 소풍나온 유지원아들
▲고래광장 조망터의 뷰와 인증사진 대기행렬▼
▲고래마당에서▼
▲고래조각공원의 빛의 정원▼
▲고래조각공원▼
아웨나무가 한창 만개했다, 와웨나무는 공원 곳곳에 식재되어 훌륭한 조경수와 방화수 역활을 한다
수국사생에 빠진 아마추어 화가들
아웨숲 산책로
하얀 수국은 순결과 은혜, 동정심과 상냥함을~. 동시에 변덕, 변심, 교만, 허영심을 의미하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고래놀이터의 꼬맹이들
고래만나는 길의 고래조각작품
▲라벤더공원▼
고래만나는 길에서
▲수국은 급경사지역에서도 잘 자라 원예용으로 최상품일 듯~!▼
고래바다여행선
포구의 고래상
건너 편 좌측에 울산함 군함이 보인다. 아마 수령이 다해 퇴역하여 전시박물관용으로 쓰이나 싶다
▲화물선과 부두▼
▲장생포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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