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운대 - 화손대 - 구덕포해수욕장
몰운대 - 화손대 - 구덕포해수욕장
온 누리가 원색을 찾아가는 5월의 신록은 낮이 길어져 일조량이 많아진 소이일 것이다.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낙조(落照)를 기다리다 못해 백사장벤치에서 일어섰다. 일몰이 가까워질수록 안무가 짙어져 그럴싸한 황혼을 기대난망일 것 같아서다. 유명한 몰운대의 석양을 보고 싶어 두서너 번 찾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아쉽게 돌아서곤 했었다. 구름에 빠져드는 섬이라서 몰운도(沒雲島)라고도 불렀던 몰운대에서의 황홀한 노을빛감상은 여간한 행운이 따라야 함이다. 몰운대는 낙동강 하구에 안개와 구름이 자주 끼어 섬이 그 안개구름에 빠져들기 일쑤란다.
옛날부터 낙동강이 끌고 온 흙모래가 쌓이고 싸여 다대포와 몰운섬이 연결되어 육지가 되자 몰운대(沒雲臺)라고 불리게 되었다. 암튼 석양노을에 반한 사진작가들은 그 황홀경을 담기 위해 아미산전망대나 몰운대를 출사 포인트로 삼아 시간과 자기와의 싸움을 즐기나 싶다. 한 장의 사진을 얻으려는 기다림과 인내는 자기수양까지 보너스로 챙기는 셈이다. 아직 수온이 차서 입수하는 사람은 없지만 넓디넓은 백사장을 놀이터로, 해안가 돌밭에선 해산물 줍는 한량들로 멋진 스냅사진이 된다. 주위사람들에게 패 안 끼치면서 자기만족을 체감하는 여정은 옹골차다.
낙조전망대에서 조망하는 다대포 해수욕장과 수평선에서 달려온 파도가 모래사장에 토해내는 거친거품과 숨소리, 5월의 신록을 병풍처럼 휘두른 하얀 아파트들은 탁 트인 바다공간에서 더 평안하게 공감케 하는 풍경화가 된다. 바다는 그 무한대의 가슴으로 안는 포용력 탓에 우리를 매료시킨다. 해원을 향해 활개 펴고 함성 질러도 괘념치 않는 바다다. 게다가 심신을 얼마나 시원하게 어루만져 주는지! 낙조전망대 벤치에 앉아 한참동안 나를 바다에 맡겼다.
낙조전망대 데크길 중간에 몰운대로 가는 가파른 산길이 있다. 그 빡센 산길은 6년 전만해도 으스스한 원시 숲속에 길 같지도 않았었는데 이젠 밧줄로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안전한 등산로로 단장했다. 가파른 산길을 잠시 오르면 완만한 산등성이 길은 울창한 상록수터널 길로 바뀌어 상쾌하기 그지없다. 다대진동헌을 지나면 정운공 순의비 가는 길(출입금지)과 몰운대전망대 길 삼거리다. 몰운대전망대는 군주둔지였던 토치카 폐허 - 천길 벼랑바위 꼭대기다. 쥐섬이 닿을 듯이 가깝고 발밑은 절애(絶崖)에 몸 맡긴 강태공들 낚시 포인트다.
허물어진 토치카벼랑에서 조망하는 강태공들이 소인국사람 같게 아득한데 저길 어찌 갔을까? 무섭지 않을까? 그것이 걱정됐다. 몰운대등대섬 뒤로 동섬, 그 옆에 쥐섬이라는데 쥐치고는 어마어마한 놈이다. 몰운대 전망대에 서면 휑했던 부산앞바다에 이렇게 섬이 많았나 싶다. 해운대, 영도 앞바다 섬들을 모두 여기에 몰아다놨지 싶다. 쥐섬 뒤로 지나가는 여객선 또는 화물선이 망망대해가 생동하는 우주의 단면임을 알려준다. 우측자갈마당 해안은 파도가 어르는 자갈들의 합창 코러스가 서정을 일깨운다.
몰운대(다대포)에서 좀 먼 바다에 남형제도와 북형제도가 문지기노릇을 하고 동섬, 동호섬, 쥐섬, 모자섬, 팔봉섬, 솔섬, 오리섬, 자섬, 목도, 금문도 등등이 오순도순 모여 물맥질치고 있다. 몰운대에 있는 또 하나의 전망대인 화손대(花孫臺)를 향한다. 여기서 1km남짓 되는가? 상록수림 우거진 터널 길은 구릉을 더듬는 오밀조밀한 산책길로 이만치 멋진 트레킹코스가 있을까? 싶다. 화손대는 몰운섬의 다리 하나가 기형적으로 쭉 뻗어나온 형세라 항만을 지키는 요새로 최적이었을 테다. 화손대 해안은 지금도 철조망이 휘둘러있다.
浩蕩風濤千萬里(호탕한 바람과 파도 천리요 만리로 이어졌는데)
白雲天半沒孤臺(하늘가 몰운대는 흰구름에 묻혔네)
扶桑曉日車輪赤(새벽바다 돋는 해는 붉은 수레바퀴)
常見仙人賀鶴來(언제나 학을 타고 신선이 온다.) -李春元의 시(詩) <동래부지(東萊府誌)>에서-
임진왜란 때(1592년9월1일) 이순신장군은 휘하부대 선봉장인 정운장군과 화준구미(花樽龜尾)에서 500여 척의 왜선과 맞붙어 수십여 척을 격파시키고 대선5척을 격파했다고 선조임금에게 보고하면서, 녹도만호 정운장군이 전사한 애통함도 조정에 보고했다. 그 화준구미가 화손대 앞바다의 솔섬과 모자섬과 등대섬 사이를 말함이고, 충장공 정운공순의비가 아까 지나친 몰운대에 있다. 그날 정운장군은 앞서 연이은 전투에서 지친상태라 이순신장군은 그의 출정을 만류했으나 선봉장으로써 태만할 수가 없다고 기꺼이 독전했었다. 막료를 잃은 충무공이 어찌 애통해하지 안했으리요.
화손대 벼랑바윌 빠져 나오려니 다대포해안 바위에서 강태공들이 낚시삼매경을 즐긴다. 내려가서 그쪽으로 나가는 길이 있는지 묻자 없다면서 빠꾸하라고 손짓한다. 어마어마하게 큰 국제수산물시장 센터건물이 즐비한 다대포만은 세계를 향한 수산업의 메카로의 웅지를 튼단다. 다대포해수욕장 우측 회색안무 속에 빠진 석양은 뿌옇다. 좀 더 있으면 이글대는 태양이 구름도 붉게 태울런가? 아서라, 오늘도 또 그렇게 저문다. 끼니를 어찌 때운다? 휑한 오피스텔에서 달랑 혼자 다대포기행문이나 끌쩍이다 침대로 기어들어야지. 이것도 호사다. 호사다 말다 빠른 세월이 얼마나 남았다고~! 2024. 0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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