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텐로드 달빛숲길
문탠로드 산책길은 내가 해운대에 머물 때 무시로 찾는 숲길이다. 하버타운을 나서 해운대백사장을 거닐면서 쉼 없이 달려와 거품으로 사라지는 파도에 나를 던진다. 세상의 모든 잡것들을 품어 안아 재생시키는 바다의 포용이 윤슬이 되어 밀려오는 게 파도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수고로운 바다의 포용심이 갈수록 버거워 주름살이 늘고 거칠어져 해안가에 내려놓는 파도소리도 보채는 듯싶고 부서지는 물거품도 커지는 것만 같다.
미포항에서 본격적인 달맞이 길 입구에 들어서서 벚나무 퍼레이드를 받으며 블루라인 파크와 숨바꼭질 하는 워밍업을 하다보면 문탠로드 산책길에 내려선다. 사스레나무와 팔손이와 광나무 같은 관목 숲에 들자말자 해송군락지대가 융숭하고 넓은 가슴을 열어 나를 맞는다. 해원을 달려온 바닷바람이 솔잎을 간질거려 솔향을 듬뿍 품고 나를 전신욕 시키는 호강은 집을 나선지 채 반시간도 안 걸려서다. 초록숲속의 전당,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다.
게다가 여기 문탠로드 산책길은 울창한 숲이 으스스한 원시적인 분위기인데다 너무 호젓해 이곳 토박이주민 아니면 찾는 이가 뜸해 ‘고독한 산보자의 꿈’을 여지없이 펼칠 수가 있는 별천지다. 나는 이 숲길로 청사포를 에둘러 다릿돌전망대가 발아래 깔리는 공알바위 쉼터에서 수평선 해원을 가늠해본다. 해원을 향해 직진으로 달리다보면 얼마쯤 걸릴까? 다시 이 공알바위에 되돌아올 거고 그래 세상은 둥글고 마음도 둥글다는, 모질게 살아갈 하등의 이유가 없단 걸 유추해 보게 되는 거였다.
문탠로드 산책길을 소요하다보면 숲 사이로 지나가는 스카이캡슐 손님과 손을 흔드는 깜짝 이벤트도 즐기게 된다. 해운대 스카이캡슐은 미포에서 청사포까지 2Km남짓의 신비로운 해안절경을 높이7~10m 공중레일 위에서 느릿느릿 미끄러지면서의 관광이다. 탁 트인 창해와 해안에 부서지는 파도너울을 시리도록 구경하는 호사스런 캡슐여정이다. 4인승 캡슐엔 커플만 타기도 하고, 홀로 탄분도 보여 손 흔드는 인사를 나누지만 나는 그들이 나만큼 재미 쏠쏠할까? 싶다. 숲길을 거닐며 온 몸으로 체감하는 기분이 더 나을 터다.
해운대 미포항 - 청사포 구간 스카이캡슐 승차시간은 반시간쯤 소요되고 하루 80회(4인승)자동으로 운행하는데 이 낭만적인 캡슐여행은 부산관광의 명물이 됐다. 또한 옛 동해남부선 패선을 복원한 블루라인 해변열차는 송정해수욕장까지 래왕한다. 문탠로드 산책길을 소요하다 마주치는 캡슐`열차 안의 손님들을 보면서 편하게 즐기는 관광의 재미(?)가 얼마나 기똥찰까? 하는 의구심이 들곤 한다. 또한 나를 낯선 곳에 오롯이 던져 오감으로 얻는 낭만의 진수는 도전하는 자만의 전유물일 것이다. 2024. 05. 07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린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 비정의 함묵에 안으로 안으로 채찍질 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 유치환의 <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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