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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간절곶(艮絶串) - 나사해변 - 진하해수욕장

간절곶(艮絶串) - 나사해변 - 진하해수욕장

간절곶을 향한다. 근래에 들어 신년 해돋이로 각광을 받는다고 매스컴이 난리(?)를 치는 곳이다. 사실 난 해돋이하면 정동진이나 호미곶 정도 알고 있어 간절곶이란 곳은 낯선 지명이었다. 동해남부선주변의 볼거리를 찾다가 눈에 띄어 전철에 올라 서생역에서 내렸다. 화장실 갔다 와선지 역사(驛舍) 안팎에 아무도 없고 버스정류장도 안 보이는 다소 외진 곳의 신설역인가 싶었다. 다시 역사 안으로 들어와 역무원한테 간절곶행 버스정류장을 물어 골목(?)안에서 발견한 정류장을 찾았다.

나사마을 해안가
▲나사해수욕장 방파제 뒤로 고리원자력발전소 하얀돔이 보인다. 가까운 돔 2개는 지금 신축공사 중이란다▼

여인 한 분이 달랑 앉아있다. 간절곶행정류장이 맞는지를 묻자 “네 맞아요, 금방 올 건데 참 잘 오셨네요, 난 반시간이상 기다렸네요.”라며 친절하다. 시골아낙처럼 무던해 보이는 부인이 자기 따라 타면 된다며 마을버스에 올랐다. 백팩과 쇼핑백 하나를 든 부인이 밭에 가는 중인데 자기가 내린 후 좀 더 가면 간절곶이란다. 버스타고 밭에 다닐 부인의 행색이 궁금해 어디서 사시냐? 고 물었더니 부산서 산단다. 버스 속에서의 짧은 얘기로 부인은 부산에 살면서 밭농살 짓느라 20여년을 이렇게 다닌다고 했다.

강태공과 어선과 미역양식장이 아른댄다
고리원자력발전소

이 마을 출신도 아닌 부인은 복덕방소개로 마련한 밭뙈기를 묵힐 수가 없어 이것저것 심어먹는데 풀매기하느라 오곤 한단다. 내가 따라가 봐도 되느냐? 고 엉뚱한 질문을 하자 좋다면서 자기네 밭에서 20분정도 걸어가면 간절곶이란다. 버스에 내리는 부인을 따라 내린 곳은 해안가 팬션단지였다. 나사리라는 마을이었다. 봉태산자락의 해변은 아래쪽에 고리원자력이 들어서고 만(灣) 깊숙이 나사해수욕장을 품고 위쪽으론 간절곶을 향한다. 해안가 칼바위지대에 밀려드는 파도가 잘려 부서져 팝콘 치솟듯 한다.

▲나사마을 해변길을 해맞이 길이라 하는데 쭈빗쭈빗 솟은 하얀바위군락이 푸른파도와의 실랑이 벌리는 헤프닝이 즐길만하다▼
해맞이 길 바위가 하얗서 등대도 하얗가!

언덕빼기 300여 평쯤 된다는 풀밭이 부인네 밭이었다. 그 풀밭 속에다 군데군데 이것저것 심어놓은 채소 - 상치,쑥갓,감자,파 등등 며칠 전 심었다는 고구마가 뿌릴 내렸다고 부인은 환하게 웃었다. 휴식처 움막 옆에 커다란 프라스틱통 두서너 개는 빗물저장고다. 천수전(天水田)이라 빗물을 받아서 농수로 사용한단다. 근년에 xx암 대수술을 받았다는 부인은 풀밭 속에 버짐자국처럼 일궈 가꾼 채소를 돌보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시골바닷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활동하는 치유의 맛은 건강을 담보한단다.

해맞이 길의 어느 카페
해맞이 길의 이 허름한 카페에 손님인지 주민인지 왁좌지껄해 발길을 멈췄으나~?

소일거리로 며칠에 한 번씩 나들이하는 행복에 싱싱한 푸성귀는 덤으로 얻는 부식거리였다. 상추 한 주먹 뜯어주겠다는 성의를 사양하고 간절곶을 향해 부인의 풀밭(?)을 나왔다. 풀밭언덕에다 작은 집을 짓고 노후를 보내면 덧없이 뿌듯해질 듯싶었다. 나사마을해변 길을 ‘해맞이길’이라고 한다. 해맞이길 트레킹은 트레킹의 진수를 맘껏 누릴 수 있는 천혜의 산책길이었다. 푸른 수평선 어디 해원(海源)서 시작한 윤슬들이 파도의 실체가 되고, 파도는 질리지도 않은지 수억 년을 육지와 싸워 천태만상의 해안을 조성한다.

나사마을 부두의 어선과  미역건조 모습

그 기기묘묘한 절경과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해원의 바람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원초적인 욕망의 해방구일 것이다. 하여 사람들은 바닷가를 찾아 심신을 내려놓으려 기꺼이 여정에 나선다. 특히 동해안바닷가는 청정 무한대여서 더더욱 사랑받는다. 눈 호강에 시원한 해풍으로 환장까지 하면서 간절곶에 섰다. 간절곶이라는 이름은 먼 바다에서 이곳 - 돌출해안을 바라보면 긴 대나무 장대가 간짓대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졌단다.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의 간절곶은 동해안에서 아니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수 있는 곳이다.

▲간절곶은 북쪽 서생포와 남쪽 신암리만 사이에 돌출된 암석해안이다▼
▲간절곶 표지석과 수평선의 화물선▼

간절곶 등대는 1920년 3월 26일 들불을 밝혀 100여 년을 울산항 뱃길을 인도해오고, ‘2000년 1월 1일 오전 7시 31분 26초’에 새천년의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른 간절곶 등대로 유명해졌다. 낮은 언덕 나선형계단위의 하얀 등대는 새천년 기념비와 함께 해맞이 조각공원에서 마주하는 전망은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해 일상의 찌꺼기를 일순에 씻은 듯하다. 간절곶의 일출은 영일만의 호미곶 보다도 1분, 정동진보다도 5분 더 빨리 해 돋는다. 하여 매년 12월 31일부터 다음날 1월 1일 일출시까지 간절곶 해맞이 축제가 진행된다.

▲간절곶 주변은 난류와 한류가 혼합되는 구역으로, 수온은 4월이 가장 낮고 8월에 가장 높단다.▼
해맞이공원의 소망우체통

해맞이 축제로선 가장 규모가 큰 전국적으로 몰려든 관광객이 10만 명이상이 되어 관람 기록을 새롭게 세우는 축제가 된다. 간절곶 해안 길을 ‘간절곶 소망길’로 명칭을 바꿨는데, 한반도의 새해를 여는 간절곶의 명칭과 해맞이를 통해 소망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을 포함하는 의미란다. 간괘(艮卦)는 긴 간짓대(대나무로 된 긴 장대)처럼 보여 간절끝(艮絶)이라 불렀다. 마침과 시작, 열매, 새싹을 상징하는 간절끝에서 간절곶이 명명됨이다. 동해 제일 깊이 뻗친 바위에 앉아 기갈을 때웠다. 짭조름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은 양념이다.

간절곶등대 난쟁이 거울에 포착된 필자. 달리 보이는 거울이 있는데 하필 거기서~, 나는 귀가 후에 알았다

진하해수욕장을 향하는 해변에 ‘정크아트 기획전시장’이 요지경천지를 만들었다. 어린이 놀이터로, 가족공원으로 신바람 날 축제마당이 신기루처럼 펼쳐졌다. 이윽고 빼곡 찬 해송산림지대를 통과한다. 소나무들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기분 좋게 한다. 솔향은 고사하고 멋들어진 춤사위까지 말이다. 게다가 간절곶 소망길은 해안절벽을 오르내리는 긴장감과 얼핏설핏 숲 사이로 내미는 푸른 해원의 숨바꼭질에 나를 완전히 잊게 한다. 자연에 흠뻑 빠진, 몰아의 경지에서 나아가는 트레킹의 진면목을 체감하는 코스였다.

▲간절곶 등대전시장과 소공원▼
나무기둥 사이를 통과하는 걸로 건강체크가 된다나! 난 모두 거뜬히 통과했다

절애 밑을 찰싹대는 투명한 바다 속엔 해초가 춤을 주는데 고기란 놈은 한 놈도 안 보인다. 물속에서 자갈을 헤쳐도 조개가 없다. 수온이 차선가? 근디 방파제 끝에선 강태공이 동해를 낚고 있다. 솔개공원입구엔 캠핑족 승용차들만 즐비하고 사람그림자도 안 보인다. 낯선 곳의 낯선 풍경이다. 나는 여기서 빠꾸한다. 오후3시니 4시간째 트레킹한 셈이다. 아니 어디서 버스를 타고 어디 역을 가야하는지는 내 발길만이 안다. 사람도 없고 내 휴대폰내비는 작동불능이다. 아까 출발한 서생역까지 해찰 않고 2시간이면 족하지 싶었다. 나를 힘들게 할 건 없지 싶었다.                   2024. 05. 03

간절곶 해맞이공원에는 등대와 우체통, 풍차, 드라마 <욕망의 불꽃><메이 퀸>세트장, 영화 <한반도>등의 촬영장으로 사용됐다
▲정크아트 기획전시장▼
회센타(우)
진하해수욕장
▲간절곶 소망길 중 송림군락지는 해안절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곡예길인데 돌계단은 층고가 높아 힘들고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솔개공원은  다음 기횔 여수기로 하고 여기서 돌아섰다.
소나무숲 어딘가에 군부대가 있는가?
▲이런 평지의 솔밭과 대밭 속 트레킹은 산책이라  간절곶 해맞이길과 소망길은 최상의 트레킹 코스란 생각을 했다▼
청정수역이라 해초의 춤사위를 즐기는데 물고긴 안 보였다
▲아까 앞부분만 일별했던 정크아트장을 회귀하면서 후방도 훑었다▼
유채꼴
서생역; 넘 깨끗, 한가하다
서생역이 들어서면서 개발붐이 부는듯!
개장을 미루고 있다는 활어시장과  회센터
부인네 밭두렁에서 기고만장한 당근의 허우대
유채꽃풀밭 속에 상치와 감자고랑이 있고 빗물저장 프라스틱통과 움막이 어째 서먹한 느낌이 들었다
나사마을의 옛집의 모습, 졸담과 낮은 지붕은 시간이 정지된 어촌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전(?)하고 있다
개발바람을 탄 현대식 숙박건물
나사마을 한 가운데 빈집을 지키고 있는 해송(곰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