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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쌈박한 설국, 쌈박한 행복

쌈박한 설국, 쌈박한 행복 - 안산(鞍山) 자락길의 눈꽃

눈부신 세상을 위해 누리는 아침부터 쥐죽은 듯 조용했을까

황홀한 설국에의 초대 길에 하늘은 그렇게 시침일 뗐어야 했을까

온 누리를 하얀 축복으로 감싸려 눈 춤의 오로라를 연출했을까

세상의 만물들은 깜짝 눈꽃을 위한 준비 된 마중물 이었던가

허공은 함박눈의 광란의 춤판을 위한 텅 빈 무대였던가

햇살은 순수의 눈꽃들 환희에 그리 냉정해야만 했을까

순간순간 내미는 햇빛의 위무에 설국은 허망하게 무너져가는

눈꽃이 눈물범벅의 땅이 되도록 하늘은 무심한 챌 해야 할까

눈부시게 찬란한 설국이 눈 녹듯 사라져도 외면하는

무심한 하늘에 석양도 불덩이를 쉬이 삭히지 않는-

고작 몇 시간의 설국을 위해 하늘은 진종일 혼돈을 떨고

덧없을 하얀 세상에 그리도 많은 함박눈을 쏟았을까

인생은 짧은 설국이요, 행복은 함박눈의 오로라인가!

눈부신 설국에서의 쌈박한 행복

아, 경의로운 자연의 신비 그 순간을 좇는 나의 삶은 이어진다

눈 녹듯이 아쉬움 녹여 씻는 밤으로의 여정에-

                                                     -<안산자락길 눈꽃 속에서>-

2024년 2월 15일 정오쯤부턴 진눈개비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영하를 벗어난 푸근한 날씨가 오후부턴 함박눈을 난무(亂舞)하여 아파트차창 밖 시계(視界)가 엄청 어지러웠다. 함박눈은 나무와 땅에 내려앉기 무섭게 사라지곤 한다. 속절없단 말뜻을 실험이라도 하나 싶었다. 세상을 온통 하얗게 분탕질할 듯이 휘날리던 눈발의 기세는 한 시간여 광분하다 기세가 꺾였다. 미친 듯이 분탕질해도 영상의 온도에 함박눈은 눈 녹듯이 무너지며 형체를 잃고 있었다.

눈 꽃다발 사이로 인왕산도 하얀얼굴을 내민다

땅위의 물체나 나뭇가지에 앉은 눈발은 가까스로 하얀 솜옷으로 둔갑한 채 말이다. 가히 혼돈의 시간이랄까? 눈발이 그친 오후3시쯤 일상처럼 안산(鞍山)자락길 트레킹에 나섰다. 눈 녹은 산길은 축축하고 무르다. 흠뻑 젖은 낙엽은 풀죽은 채 바짝 지표에 엎드렸다. 나뭇가지에 내린 눈이 물방울이 되어 햇빛에 영롱한 빛을 발산하면서 낙루하고 있다. 나뭇가지의 수많은 작은 물방울이 설경과 어울려 신비경을 연출하는데 고도가 높아질수록 설경은 설국으로 변하고 있었다.

상상도 못한 기막힌 설국이 산정에 가까이 오를수록 황홀한 진풍경을 창조해 탄성을 연발하게 한다. 미치게 아름다운 설화는 기온과의 암투에 무너지며 눈물을 짜내고 있어 안타깝고 허전하다. 신비경을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핸폰에 담는 수밖엔 없었다. 한 두 시간 후면 사라질지도 모를 황홀한 설경이 아니, 이런 깜짝 설국이 서울 한복판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에 멍때려 경외감까지 들었다. 함박눈 광란치는 날이라서 산님들도 뜸하다.

아깝다. 이렇게 신비경인 깜짝 설경을 서울시민 모두 감상해야 함인데~! 황홀경에 일상을 잊고 치유의 탄성에 신음할 절호의 찬스인데~! 기온이 떨어지는 밤엔들 기막힌 설경은 온전히 있을까? 아쉽다. 여백은 무한한 가능성의 씨알을 품은 채 내일을 향한 기대와 꿈을 잉태한다. 오늘 푹 빠진 하얀 설국에의 황홀경은 나를 며칠 동안 흐뭇하게 할 것이다. 운 좋은 오후의 세 시간의 행복은 멋진 추억앨범이 될 것이다.           2024. 02. 15

봉원사 뒤 약수터
도룡뇽서식지의 산란
용문암지붕
▲용문암▼
봉원사 뒤 도룡뇽서식지의 됴룡뇽과 개구리알의 월동모습
우수를 며칠 앞 둔 산죽이 푸르름 대신 하얀 눈꽃부터 피웠다
안산산악회 옆 약수터
안산정상이 머리를 움추렸다
▲안산자락의 소나무들이 이렇게 탐스런 눈꽃을 피우기도 세월께나 삭혀야 할 테다▼
▲안산자락길 체육장 쉼터▼
능안정 고갯길에서 조망한 여의도63빌딩
눈꽃숲길 사이로 남산타워도 아스라이 얼굴을 내민다
능안정
능안정에서 조망한 인왕산과 북악산(우)
안산정상, 송신탑이 회색구름을 띄운다
서대문역사박물관 주변의 아파트단지
하늘은 벌써 청백의 땅따먹기 전쟁에 들었다
▲싸움(?)에서 떠밀리는 백군, 흰구름의 퇴장에 눈물 떨구는 눈꽃들▼
20240215_174334.jpg
5.65MB
서대문로타리(지하철 서대문역)부근
남산타워가 잡힐 듯하다
이 아파트 우측에 울`아파트가 있다
함박눈이 데크길에 수놓은 눈아트페어

2024. 02. 15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