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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북한산순례길 - 역사힐링길

북한산순례길 - 역사힐링길

生而才非拙劣 태어나 재주가 부족하지 아니하였으나

家極貧兮學不成 집안이 극히 가난하여 배움을 이루지 못하였다

長而夙抱大志 자라서 일찍이 큰 뜻을 품었으나

時不利兮事未成 때가 이롭지 못하여 일을 이루지 못하였다

만주에서 독립군을 편성하여 항일투쟁을 하다 일제에 쫓기던 강재(剛齋신숙(申肅)은 모친의 묘소에 은거하면서 시절에 대한 한탄과 회한을 시<遺詩>에 담담하게 담았다.

▲솔밭공원, 아파트단지로 개발하려던 걸 주민들의 반대로 공원화 하여 강북시민들의 힐링처로 각광을 받는다▼

밤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아침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는 백로(白露)가 지났는데 낮 기온은 연일 30°C를 웃돌아 산행하기 멈칫거리게 한다. 요즘 핫이슈가 된 홍범도 장군을 검색하다 독립운동가 신숙선생을 접하고 선생의 묘역이 우이동 골짝 북한산 순례길에 있어 북한산둘레길2코스 순례길 ~ 역사힐링길 트레킹에 나섰다. 징그러웠던 긴 여름철 뜨건 햇살에 주눅이라도 든 걸까? 농익은 초록숲길은 바람 한 점도 없다.

사산금표(四山禁標)란 도성안과 한성부관할권 10리 내에서 송림벌채와 장지(葬地)쓰는 걸 금지한다는 비석 내지 석물에 새긴 궁금장(宮禁場). 조선 후기 장안의 인구팽창으로 산림황폐를 방지하기 위한 조정의 방책이었다.

쥐 죽은 듯한 정적의 숲은 태양을 떠안느라 시원하다. 우이골짝을 빠져나온 고랑물소리가 청량감을 보탠다. 초록잎차일사이로 비집고 든 햇살이 유령처럼 숲길을 떠돈다. 어느 장년커플이 지나치며 인살 한다. 설사 입에 바른 건성의 인사라도 산속에서 나누는 인사말은 반갑다. 뭔가 공유란 유대감을 교감할 수가 있어서다. 북한산둘레길은 자연친화적이고 적당히 오르고 내리는 등고선의 흙길이어서 좋다. 솔밭근린공원에 발 디뎠다.

▲조계종 선학원인 보광사(普光寺)는 1788년 금강산에서 수도한 원담스님이 창건한 대찰로 신원사라 했는데, 6.25때 소실 1979년 정일스님이 중창하여 보광사라 개명하였다▼
대웅전 앞의 요사채, 정면에서 보면 3층건물로 웅장하다

수백그루의 소나무들이 춤을 추는 듯한 솔밭 속엔 산책하는 사람과 벤치에서 담소하는 사람들로 공원의 풍요를 물신 풍긴다. 나도 벤치에 엉덩이를 걸치고 소나무정기를 호흡한다. 멋들어진 둘레길도 있는데 울창한 솔숲공원까지 끼고 사는 강북시민들은 복 터졌다. 저쪽 귀퉁이에선 무슨 잔치마당도 벌리는 판세라. 다시 소나무와 참나무군락의 숲길을 헤친다. 보광사에 들러 카타르시스를 즐기고 깔크막을 오른다.

김병로 초대대법원장묘소(좌)와 이준열사 묘(우)

소나무벌채와 장묘를 금한다는 사산금표(四山禁標)석이 천덕꾸러기마냥 갓길 숲에 숨어있다. 조선후기 땐 저 돌멩이 위세가 대단했을 테다. 국립4.19민주묘역을 조망한다. 이참에 묘역에 들어가서 기갈도 때우고 땡볕도 피하려 발길을 묘역공원으로 틀었다. 4.19혁명 이후에도 권력욕 탓에 민주행정을 한답시고 삐딱하게 꼼수부리는 독재자들로 4.19정신은 얼마나 훼손 됐던가? 정치 후진국=대한민국! 이란 소리 창피하다.

강재 신숙선생은 만주에서 독립군을 편성하여 일제에 항전하다 쫓겨 모친의 묘소에 은거했다
우이동골짝 산밭뙈기를 주민들이 주말농장으로 사용하나 싶었다

지금도 민주시민이 위임한 권력을 조자령이 썩은 칼 쓰듯 남용하고 있나싶어 슬프다. 4.19민주영령들이 일제히 무덤을 열고 나설까 싶다. 아니 불통의 위정자들은 편가르기 싸움 그만하고 4.19묘소와 주변의 근현대사의 위인들의 묘소를 참배했으면 좋겠다. 손병희,여운형,유림,서상일,김도연,신숙,김창숙,양일동,이시영,김병로,이준,신익희,신하균,안형생,조병옥,윤극영, 광복군 17위의 합동묘소 등 선현들의 묘역을 잇는 초대길이 늘 열려있다. 노상 편 갈라 싸움질하고 거짓말을 하는 그들은 자식들한테 부끄럽지도 않은지?

광복군합동묘역

세종의 둘째따님인 정의공주가 남편의 명복과 나라의 안위를 기도하려 세운 본원정사(本願精舍)도 순례길에 있다. 그녀는 총명하고 지혜롭고 산술과 책력에 밝았다. 세종은 특별히 아껴 한강의 저자도(옥수동쪽)와 낙천정(자양동에 있다)을 하사했을 정도였다. 윤석열대통령은 국민 태반이상이 1+1=100으로 알고 있는 과학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그들과 싸워야 한다. 라고 국민의 힘 2023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역설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방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일컬어서였다. 

대한국민은 세종과 정의공주의 디엔에이가 누누이 전수 되어 산술과 과학에도 능하다. 손바닥에 王(왕)자 써갖고 다닌 분이 과학을 논하다니 세종대왕이 뭐라할까? 초등학생들이 헷가닥할까 걱정된다. 화계사(華溪寺)에 들어섰다. 해외포교의 요람지 화계사는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불법에 귀의케 하는 국제포교의 온상이고 흥선 대원군의 원찰이다. 구천계곡 울창한 숲속에 있는 화계사는 춘성(春城)스님이 연상 돼서인지 나는 생활불교의 요람이란 생각이 든다.

삼각산 백운대와 인수봉과 영봉이 보인다
▲우이구곡▼

육두문자설법의 달인이신 무애도인 춘성선사의 다비식이 화계사뒤뜰에서 축제마냥 밤새워 거행 됐다는 사실에 나는 연연하는 사찰이다. 춘성(1891년 3월30일 ~ 1977년 8월22일)스님은 대한민국의 승려이자 독립운동가로 문인이기도 했다. 이 답답한 사회에 춘성스님이 나타나 육두문자로 일갈하면서 해방구를 열어줬음 좋겠다.  2023. 09. 11

어느 산악회 단체산님들
본원정사
꽃무릇(상사화)이 막 개화했다, 딴 놈보다 빨리 꽃피면 그리운 잎새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서둘렀을까?
윤극영선생 집과 시 <반달>
춘성 선승의 다비식이 이 자리에서 밤새워 거행됐지 싶다. 다비식은 축제 한마당이었단다.
▲화계사▼
화계사국제선원
화계사 일주문, 우측 건물이 해외포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