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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호랑나비의 죽음의 사랑

호랑나비의 죽음의 사랑

호랑나비가 짝짓기 중에 부끄러워 살짝 나뭇잎으로~ ~!

징글징글 쪄대는 폭염 속에 간헐적 불어오는 바람결의 맛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 무겁게 침묵하는 숲길의 초록이파리가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진다. 오후5시경 안산(鞍山) 능안정 숲길에서였다. 부신 햇살 속을 호랑나비 두 마리가 방정맞게 곡예를 하면서 내 앞에 나타났다. 어디서 날아와 어디로 갈참인가? 별반 바쁘지도 않은 듯 내 주위를 뱅뱅 돈다. 아니다, 두 놈이 허공에서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순간 푸나무 잎에 매달리려는데 심술궂은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어 방해를 한다. 일생에 단 한번 있을 사랑놀이가 내가 지켜봐도 안쓰럽고 절박하다.

짝지기 이 순간을 담아도 놈들은 엿볼 테면 봐라 식이었다

푸나무 끝에 간신히 매달려 일생일대의 사랑 - 짝짓기를 바람이 나타나 훼방(?)을 부리고, 곰 같은 나까지 핸드폰 들고 설쳐댄다. 근데 호랑나비커플은 훼방꾼들을 철저히 무시하나 싶었다. 아니 짝짓기에 열중하느라 보이는 게 없지 싶었다. 내일 태풍 ‘카눈’이 온다니 오늘 중에 합궁해야 할 최후의 날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짝짓기는 끝나지 않은 채 숲속으로 사라져 깊은 여운이 남았는데 성공하길 빌었다.

산호랑나비

호랑나비는 페르몬을 분비하여 원거리의 짝을 유인하고, 시각과 후각을 통해 짝짓기작업에 든다. 이때 구애는 날개비늘로 자외선을 반사하여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어렵게 짝짓기를 성공한 수컷은 곧장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고, 암컷은 몇 시간 안에 알을 낳는데 유충이 쉽게 먹이에 닿을 수 있는 부드러운 풀 잎눈이나 꽃눈에 산란을 한다. 나비는 알·유충·번데기·성충의 어느 한 단계에서 겨울잠을 잔단다.

호랑나비 알 & 애벌레

나비는 배에 최대한 태양광을 쪼여 그 복사열로 체온을 높이는데 머리, 가슴, 배에 털이 변형된 비늘이 덮여 있어 열손실을 막는다. 호랑나비는 수컷보다 암컷몸집이 더 크고, 봄형과 여름형 있는데 월동한 번데기에서 우화한 봄형은 여름형에 비해 몸집이 작고 무늬가 선명하다. 날개의 흰색 부분은 빛을 배 부분으로 반사하여 복사열을 전하는 기능을 한단다. 전 세계적으로 나비는 15,000~20,000여 종이 있고, 일생은 ·알·유충·번데기·성충 네 단계를 거친다.

나비의 몸은 머리·가슴·배로 나뉘며, 겹눈은 대단히 커서 머리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홑눈은 없다. 배는 10마디로 이루어져 있으며 끝 부분의 8~10마디가 수컷은 변형하여 사마귀 같은 돌기가 생기고, 암컷은 수컷의 돌기에 상응하는 변형이 일어난다. 아까 능안정 숲의 호랑나비커플은 합궁에 성공했겠지!  수컷은 어디 평안한 곳에 몸뚱일 내려놓고 최후를 맞고, 암컷은 안락한 곳에 산란을 했을까? 태풍 카눈이 들이닥치기 전에 무사히 그들의 성업(聖業)이 끝나길 염한다. 그들 후손들이 명년 이맘 때 내 앞에서 까불대기를 기도한다.             2023. 08. 09

능안정 숲에서 대면한 꿩, 짝쿵 찾는 눈치가 안 보였다. 멍청한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