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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그 여적

영화 <실버 스케이트>

영화 <실버 스케이트>

1899년 겨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빙판 위를 스케이트를 신고 빵 배달하는 '마트베이(표도르 페도토프)는 교통통제로 배달사고한 탓에 부당해고 당한다. 가로등불지기 아버지와 어렵게 살던 그는 빙하위에서 소매치기 리더 '알렉스(유리 보리소프)'와 그의 패거리일당과 조우하고, 이내 합류하여 짭짤한 돈벌이 재미에 빠져든다.

그걸 눈치 챈 아버지의 충고를 아랑곳 하지 않던 어느 날, 마트베이는 상류층 귀족의 딸 '알리사(소냐 프리스)'를 우연히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수놓게 된다. 아버지가 경찰청장이란 최고위층 귀족가문의 보수적 가풍 속에 자란 알리사는, 과학자가 되고픈 학구열과 자유 분망한 욕구의 갈증을 달랠 전환점에서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알리사는 마트베이와의 시간 속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 권력기득권자와 소외자의 간극을 타파하는 발걸음을 결단한다. 여태껏 서로 달랐던 이질적인 세상에 마음을 열고 동질감을 키우며 마트베이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녀는 귀족들의 무도회에서 도둑질하던 마트베이를 눈감아 보호해 주고, 나아가 대학입학 허가를 받아내려고 위장남편이 되달라고 설득하지만 쉽게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귀족사회에서도 강자와 약자가 엄연히 존재함을 마트베이도 실감하면서.

마트베이는 알리사에게 운하빙판에서 열린 야시장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밤풍경을 안내하여 빈민층의 삶의 적나한 모습을 보여준다. 데이트 중에 불공평한 세상에 연민의 정을 느끼는 공감대까지 키우며 한발짝 다가서는 진정한 연인의 길을 걷게 된다. 소매치기 패거리들의 단골술집에서 알리사는 담론도 벌리고, 무례한 동료들과 마트베이의 돌발적인 난투극 중에 알렉스가 알리사를 인질로 삼았지만, 알리사는 그를 용서할 만치 그들의 저변을 이해하고 마트베이와의 사랑을 확신하는 커플이 된다.

허나 정부의 적극적인 소매치기 소탕작전에 초토화 된 알렉스와 소매치기 아지트, 화염속에 사라진 아지트 - 그런 혼돈의 역경 속에서 프랑스로 탈출하여 학구열에 매진하는 알리사는 마트베이와 사랑의 결실을 맺을까?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토르 대제가 1703년부터 9년간 걸쳐 강 하구 둑 위의 습지를 매립해 만든 신도시로 1712년에 러시아제국의 수도가 됐다. 러시아의 군항(軍港)이자 미항(美港)으로 유명하기도 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겨울풍경이 더더욱 아름답다. 영화<실버스케이트>에서 눈 내리는 1700년대의 고도(古都)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름다운 풍정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낭만여행에 흠뻑 빠져든다.      2023.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