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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7월 끝 날의 피서 - 포`시즌스

7월 끝 날의 피서 - 포`시즌스(FourSeasons)에서

랍스터 과일셀러드 & 스프

금년 7월의 끝머리는 별나게 푹푹 찐다. 5호 태풍‘송다’가 서해 먼 바다에서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통에 어제 밤엔 눈뜬 뱁새의 밤이 됐다. 일욜 아침에 실비가 흩뿌리는데도 후텁지근한 날씬 진땀이 솟게 한다. 아침먹자마자 서둘러 안산초록숲길 트레킹에 나섰다. 시간이 정지된 숲길은 바람 한 점 없이 무겁게 침묵한다. 갑자기 어두컴컴해 진다. 짙은 잿빛구름 한 떼가 숲 하늘을 뒤덮는다.

별실
파올로 스카비노 와인은 보랏빛을 띈채 블랙베리, 자두 등의 향긋한 과일향이 풍부한데 혹자는 제비꽃향도 음미한단다

후두둑---빗발이 갈참나무이파리를 때린다. 폭우가 쏟아질 것 같던 산골짝은 언제 그랬냐? 라는 듯 적요하고 하얀 구름이 파란하늘 한쪽을 끌고 나타났다. 여름날의 변덕은 태풍전야 땐 더더욱 극성을 떠나싶다. 땀으로 멱 감으면서 잰걸음 질한다. 정오에 포`시즌스에서 점심약속이 있어서다. 어제 호주와 싱가포르에서의 보름간의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J회장이 울`식구들을 초청한 약속이다.

1~3층을 관통하는 로비

이슬비속에 포시즌스 호텔로비는 체크아웃 탓인지 피서객들로 북적댔다. 울`부부와 둘짼 포`시즌스3층 그랜드 볼룸에 들어섰다. J회장이 활짝 웃으며 양팔을 벌리고 다가선다. 탄탄한 근육의 넓은 가슴으로 꽉 껴안는 그의 포옹은 신뢰감의 무게처럼 느껴진다. J회장과 집사람은 죽이 얼추 맞는다. 아니 집사람과 소통하려는 J회장의 심심한 배려의 공감일 것이다. 그의 유머러스하고 진솔한 언변은 상대방이 그 누구일망정 금세 허물이란 벽을 허물 것이다.

별실로 자릴 옮기기 전 정오에서 15시까지 뭉그적 댄 테이블
소고기와 트러블 까넬로니 파스타 & 가지카포나타

가감 없이 마음을 열고 진정성을 이해하려 든다면 말이다. 그래서 때론 이럴 수가 있을까 싶게 격의 없는 절친 같은 상황이 된다. 어쩜 새침때기 요조숙녀란 말을 듣는 집사람이 외간남자와 그것도 외국인과 흉금 털면서 파안대소하는 경우는 결혼생활 반세기 동안 기적 같은 현상이다. 그런 집사람의 희열의 시간이 울`부부의 행복의 순간이기도 해 울`내외는 J회장과의 시간을 못내 기대하는 욕심을 부린다.

1층로비와 별실 유리벽에 투영된 동아일보,프레스센터, 감리교회관
디저트

그 욕망이란 게 나와 아내의 일방적인 허욕(?)이지만 말이다. 창밖엔 빗발이 굵어졌다. 샴페인을 터뜨려 구운 아티초크와 대파에 잘게 썬 돼지고기조각을 넣은 스프로 입가심을 했다. 가로수 몸부림이 태풍‘송다’의 최후일까 싶기도 하고. 혹서(酷暑)는 7월과 함께 송다가 이끌고 사라질까? 8월엔 열대야만 없어도 좋겠다. 화이트와인이 아내의 테스트그라스에 깔린다. 아내가 ‘으~음!’소릴 내며 엄지 척 하자 J회장이 익살스럽게 웃었다.

치즈`감자피자와 아이스크림

J회장은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애주가일 것이다. 아내도 술이란 디엔에이를 타고난 체질이라 와인 잔 부딪치는 재미는 쿵짝이 맞는 셈이다. 그렇게 코스요리 몇 가지를 곁들이는 술자리는 정오에 시작 돼 오후3시 영업종료시간이 돼도 계속됐다. 아니다. 포시즌스의 VVIP인 J회장이 고급와인을 주문하면서 종업원들한테 한 병을 선물하는데 누가 싫은 기색을 할 텐가? 젊디 젊은 종업원들이 깍듯한 존경과 꺼림 없는 친절을 베푸는 까닭을 헤아릴 만하다.

'신의 물방울'이란 찬사가 따라다니는 프랑스 샹파뉴지방이 원산지인 삼페인 돔 페리뇽 빈티지 로제 2006

지배인은 우리한테 별실을 제공했다. J회장의 반칙(?)은 어쩌면 호텔 측에서도 은근히 즐기는지도 모른다. 그가 쓰는 매상액은 손님 몇 테이블을 상회해서일 것이다. 그리고 60대의 외국인 월드체어맨이 딱히 호텔 아닌 즐길만한 장소가 없다는 사실을 호텔 측은 꿰뚫고 있어서일 것이다. J회장은 애주(愛酒)에 쓰는 비용 외엔 참으로 검소하다. 그의 고액연봉 일정부분은 사회적 빈곤층과 가까이 지냈던 주변의 어려운 지인들을 위해 적잖케 쓰여 진단다.

NGO회원으로 동남아 및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활동을 한다. 그런 그의 인품과 CEO로써의 성공은 세계일류기업의 헤드헌팅의 제1순위가 됐을 테다. 문외한인 내가 알 턱이 없지만 기업이란 어차피 사람이 하는 장사고, 장사의 성공은 상품에 앞서 자신의 진정성이 깃든 신뢰와 열정을 상대방에게 세일하는 행위일 것이다. 누구나 탐내는 그의 가치는 순수와 열정과 신뢰일 것이다. 그는 명품의 노예(?)됨을 철저히 배격한다. 그가 울`집과 상통하는 트랜드 하나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진솔한 삶의 공감대일 거라고 짐작한다.

그는 언제나 깔끔하고 간편한 서민차림새다. 난장(亂場)의 세일상품 쇼핑도 그가 즐기는 생활패턴이다. 포시즌스호텔 앞 길 건너엔 아름답기로 소문난 구 ‘아시아나 빌딩’이 있는데, 사주의 과욕과 허세가 회사를 통째로 넘어간 상징성의 건물이 됐다. 수년 전 J회장이 만찬자리에서 아시아나빌딩의 호사스런 네온치장을 가리키며 안타까워했던 일침이 문득 생각났다. ‘부채로 도산할 직전의 기업이 저렇게 낭비할 염두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리나라의 일부 졸부들이 자기도취에 빠지는 기업경영은 성공한 외국CEO들의 철저한 상인정신을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테다. 

소믈리에가 2006년산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샴페인 (Champagne Dom Perignon Rose Vintage 2006)을 아내에게 소개하고 빈 잔에 따랐다. 아내가 황홀감을 애써 삭힌다. 일찍히 '신의 물방울'이란 닉네임이 붙은 와인이 아닌가! 삼페인의 연자줏빛은 와인그라스에서 상들리제 불빛을 투영시켜 절묘한 색깔로 유혹한다. 지배인과 소믈리에 잔에도 그 빛의 향연을 담아 브라보를 합창했다. 하루를 와인과 함께 지내는 그들이지만 돔`페리뇽을 마실 수 있는 기회는 드물 것이다. J회장은 종업원들과 그렇게 스스럼없는 교감으로 희열을 공유하는 거였다.

평상시 그의 비즈니스일정은 세칭 고위층 사람들과의 미팅으로 짜여지나, 쉬는 날엔 시민의 일상에서 그 나라의 고유의 생활문화를 공감하며 현지인이 되려 애쓰나 싶다. J회장이 이따금씩 울`집의 집밥을 즐기는 소이는 한국의 가정풍습과 문화에 천착하려는 열정 땜이리라. 별실로 옮긴 오찬은 오후5시까지 즐겼다. 밖엔 여전히 가랑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태풍 6호 트라제가 제주도에 접근했다나? 그래 빗발은 내일도 이어진단다. 땡볕 보다는 더 낫겠다고 자위하며 호텔을 빠져나왔다.                2022. 07. 31

# 돔페리뇽 로제 2006 빈티지   -메이커스 노트-

완벽하게 숙성된 다양한 향의 부케가 감각을 사로잡는다. 짙은 향신료와 코코아가 조화를 이루는 첫 향에 이어 곧바로 과일 향이 느껴진다. 구운 무화과와 살구, 설탕에 절인 오렌지로 구성된 향긋한 과일 아로마가 잊을 수 없는 감각을 선사하며, 전반적으로는 스모키한 향이 돋보인다. 입 안에서는 특유의 풍부한 식감이 단번에 두드러진다. 달콤함과 더불어 산뜻한 청량감이 어우러지며 와인의 강도와 풍미가 완성된다. 가볍게 느껴지는 채소 향과 함께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하고 질감있는 구조로 녹아들며 입 안에서 부드럽게 퍼진다. 쾌적한 풍미의 소금기도 느끼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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