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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봉황(鳳凰)의 날

봉황(鳳凰)의 날

6월18일12시 반, 사당역8번나들목 한소반해물집에 봉황이 자릴 깔았다. 봉황이 정기적으로 자릴 펴는 연륜은 꽤 오래됐다는데 코로나19탓에 2년여 만이란다. 한 달여 전에 이 소식을 접한 나는 자못 설레고 있었다. 칠십 평생 처음 아님, 대게가 반세기는 훌쩍 넘겼을 봉황일가(一家) 상상속의 얼굴들 이어서였다. 친족대가족속에 내가 오늘 처음인 소이는 중학 때부터 시작한 이소(離巢)생활이 변방에서 줄곧 이어진 탓이다. 암튼 난 오늘 봉황들이 모이는 자리에 낀다는 기대는 가물가물해가는 향수와 센티멘탈의 흥분을 일깨우고 있음이었다.

수컷[鳳]과 암컷[凰]의 상서롭고 고귀한 상상의 새 - 봉황을 차용한 이름은 강(姜)씨 일가인 고향마을 봉동(鳳洞)에서 연유했을 테다. 그 봉황일가 20명이 자릴 편 한소반집은 코로나19와는 딴 세상인 듯 왁자지껄했다. 짬짬이 교우했던 지기(知己)C와M 이외의 얼굴들은 반세기 전의 어스름한 기억을 더듬어 포옹하며 반색을 했다. 회장S가 인사말에 이어 처음 참석한 나를 소개했다. 대다수가 처음 뵈는 얼굴을 격의 없이 안아주는 친족들, 기억의 파편들을 죄다 소환해도 생소한 얼굴들이 반색해주는 화기애애에 나는 기쁘고 달떴다.

고향 동구의 거대한 당산나무가, 방학 땐 조기청소를 한답시고 빗자루 들고 당산나무모정에 모여들던 개구쟁이들이, 누군가 집에 경조사가 생기면 일가어른들 죄다 모여 바쁜데 철없이 덤벙대며 흥얼대던 모습들이, 탱자나무에 책보자기 올려놓고 신작로를 달리면서 끌면 먼지 뽀얗게 일구던 정경들이, 춘궁기 한창이었을 이맘때 오디 말고 간식거리가 뭐였을까?를 고심했던, 고구마 밭이랑 지나치다 흙두덩이 쩍 벌어져있음 입맛 다신 허기진 시절이 그립다. 그때의 활동사진이 끊긴 필름처럼 획 지나가곤 하는 거였다.

갈 수만 있다면 그때로, 할 수만 있다면 그날을 재현하고 싶다. 그런 상상의 날갯짓이 애틋하여 그리움만으로도 흥분하는, 그런 추억을 사랑하며 끄나풀 놓고 싶지 않은 애절함이 연연한, 70대전후의 얼굴들이 모였다. 아니 몇 사람은 벌써 저승길에 들고 동생들이 자릴 매꾸기도 했다. '두 달 터울로 만납시다'라며 박수를 쳤다. 영화<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잡아라. 내일은 없을지도 모르니 오늘 최선을 다하라)을 역설한 키팅선생이 떠올랐다. 봉(鳳남자)들의 해물찜 식사자리엔 소주 한 병과 막걸리 두 병을 비웠던가?

모두 건강 챙기려 절주함인가? 하긴 애시 당초 봉황일가 중엔 술꾼은 쥐구멍 찾았지 싶다. 야단법석 식당은 소음천국이 됐다. 코로나19도 얼씬 못할 정도로? 자릴 떠나 찻집을 찾았다. 그곳도 마찬가지였지만 스무 명이 몸뚱이 쑤셔 넣어 차 한 잔씩 팔아주고 쫓기다시피 나왔다. 헤어지기 아쉬워 오붓한 자릴 찾았지만 말이다. 8월말에 다시 보자고 회장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만나면 한참을 지지고 볶고 싶었던 G와S와O에게 속내말 한마디 못 꺼내고 헤어져야 했다. 세무사J말따나 하룻밤 묵으며 흉금 털어야 속시원 할는지 모르겠다. ‘어찌던지 건강 챙기소’라며 아쉬운 손을 흔들었다.

회장이 오늘 나를 ‘대부(大父)님’이라했다. 내 항렬이 할아버지쯤 되어서였을 테다. 모두가 또래지 싶은데 나는 첨 듣는 호칭이라 기분이 묘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높은 게 모두 좋은 건 절대 아님인데~! 참으로 기쁘고 고마운 봉황일가 자리였다. 참 내 책을 소개하고 책값이 봉황의 날 찻값에 보태도록 배려해 준 집행부에 감사드린다. 글고 어쭙잖은 솜씨로 찍은 스냅사진이 거슬리거나 이 글이 행여 누를 끼쳤음 곧 지적해 바루도록 부탁드리고 싶다.  카르페 디엠!                           2022. 06. 18

# 여기 수록 된 그림 몇 장과 박스 속 기록은 총무님이 카톡방에 올린 것을 무단전재 옮겼습니다. 상기 글<봉황의 날>을 비공개로 함이 좋겠다고 연락주시면 그리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리고 잘못 된 부문 알려주세요.

# 2022년 6월 18일 봉황회모임(참석자20명)
* 강성환,재환,대화,차원,성광,용남,성태,양원,명구,원영,형구,덕금,경숙,영애,민순,선애,승화,양금,미자,부덕
*회비= 400,000원, 강승화님 후원금=200,000원, 강대화님 책 후원금=130.000원, 회장님=점심식비 제공, 강재원님 커피후원
*금일회비 및 후원금=730,000원   전월이월금=1,364,000원  총잔액=2,09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