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4월의 끝자락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겨울은 따뜻했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주었다.
T.S 엘리엇(Eliot)의 <황무지> 중 ‘죽은 자의 매장’에서의 독백이 떠오른다.
코로나19팬데믹에서 탈출하려 4월은 기지개를 펴려는가!
2년여를 움츠려든 죽은 땅에 새싹을 움트려 기억과 욕망을 버무려 안간힘을 쏟아 낸 4월의 생명은 꽃을 피울 텐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시간제한이 사라진 4월의 끝자락에서 이태리식당 엘로우 보울(yellow bowl)에 울`집 순혈(純血)들만이 모였다.
곁가지 다 뺀 직계식구만의 외식자리를 참으로 오랜만에 갖게 됨이다.
잔인한 4월 끝자락의 달뜸은 비단 울`집뿐만이 아닌지 엘로우 보울은 만석이었다.
유쾌한 담소가 홀 안을 넘쳤고 생기발랄해 보였다.
용케도 무사한 사람들의 생기는 방역과 배려의 인내란 백신이 북돋아 주었다.
진정 사랑의 달 5월엔 팬데믹세상에서 탈출할 수가 있을는지?
샴페인 잔을 부딪쳤다. 반가운 얼굴들이 파안대소한다.
팬데믹 세상에서 방콕생활 해야 하는 불안과 우울 속에서
전파로나마 안부를 나눌 수 있다는 피붙이가 있다는 게 행복이었다.
팬데믹의 추운겨울을 따뜻한 안부로 온기를 심어줘
오늘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할 수 있음이다.
6시부터 시작한 만찬은 10시 반까지 이어졌다.
와인 3병을 비워도 일어설 줄 모르는 딸애들을 울`부부는 강권하다시피 자릴 털었다.
잔인한 4월의 끝 주말 밤은 그렇게 홍당무가 된 채였다.
구준회의 <봄날의 시간>이란 시를 떠올려봤다.
“봄비에 떨어진 꽃잎 땅 위에 쌓이네
꽃잎이 품고 가는 아름다운 생각들
꽃이 떠난 가지엔 꽃 이름만 남았네“
2022.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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