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냑 헤네시 X.O’로 만추를 수놓은 밤 

고대 스파르타에선 전장에 출정하는 전사들에게 시민들은 방패를 주면서 당부했다.

“이 방패로 적과 싸워 이기고 돌아오던지, 아님 이 방패에 실려 돌아오라”고.

호메로스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에서 그려냈듯 전쟁에서 목숨까지 희생하여 전쟁영웅으로 인정받는 클레오스(Kleos)와 온갖 죽음의 고난을 이겨내고 귀향하여 가족의 품에 안기는 노스토스(Nostos)얘기가 그걸 웅변한다.

클레오스의 대명사인 아킬레우스는 전쟁에서 전공을 세우고 전사하여 방패에 실려 돌아온 영웅이고, 오디세우스는 이십여 년 동안 세상을 떠돌면서 인간이 겪을 온갖 고통을 극복하고 끝내 고향의 가족들 품에 돌아온 노스토스의 화신이다. 허나 인간의 진정한 행복은 전쟁영웅 아킬레우스의 명예가 아니라 천신만고 끝에 가족과 식탁에 앉은 오디세우스의 영광이다.  두 사람이 실감하는 행복의 온도차이는 질적으로 다른 기쁨이란 걸 호메로스는 말하고 있다.

오디세우스를 저승에서 만난 아킬레우스가 고백한다. “죽은 자를 다스리느니 나는 차라리 지상에서 머슴이 되어 농토도 없고 재산도 많지 않은 가난뱅이 밑에서 품이라도 팔고 싶소이다.”라고.  인간의 삶에서 위대한 업적을 쌓았어도 그 기쁨은 가족과 쌓은 소소한 추억만 못하다는 걸 호메로스는 깨우쳐준다.  “부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금실 좋게 살 때처럼 강력하고 고귀한 것은 없다”라고 부언하면서.

코냑 '헤네시 X.O(Hennessy X.O)

율이 코냑 '헤네시 X.O(Hennessy X.O)’를 코르크 스크루 없이 맨손으로 코르크를 비틀어 딴다. 퐁, 하는 파열음색이 신기할 만큼 기분 좋게 한다. 코냑 잔에 한 모금 딴 투명갈색액체에 코끝을 댄다. 입안에 한 방울 머금자 달콤하고 향기로운 느낌의 짙은맛은 초콜릿과 바닐라향도 베어났다. 한 방울의 오묘한 풍미는 내 목젖을 타고 온 몸으로 퍼져 형언할 수 없는 달뜸에 저절로 '으음~!'하는 신음소릴 낸다.

율이 외국나들이 때 선물한 코냑을 오늘밤 식탁에 올렸는데 술에 문외한인 나도 '헤네시 X.O’의 풍미에 탄성을 하고 있었다. ‘좋은 술은 역시 다르다’면서. 코냑 '헤네시 X.O(eXtra Old)’는 모리스 헤네시가 1870년 절친들을 위해 특별하게 만든 꼬냑 라벨로 최상급의 대명사가 됐다. 꼬냑 지방의 포도 100%를 증류와 숙성, 그리고 블렌딩의 3가지 과정을 거친 포도주를 두번 증류해서 얻은 오드비로 10~70년 정도 숙성시켜 100여 가지 이상을 혼합하여 만든단다. 오드비 1리터를 얻기 위해서는 무려 9리터나 되는 포도주를 사용해야 된다나.

향신료와 참나무, 과일, 꽃향기 등을 이상적으로 버무린 맛과 온화한 향의 코냑은 초콜릿, 쇠고기 스테이크, 과일, 치즈 등과 궁합이 맞다. 우리식탁에 오른 '헤네시 X.O’는 40도짜리 70ml라서 율과 아내한텐 쪼금 아쉬운 편이긴 했다. 해도 세 식구가 오붓이 만추의 스산한 밤을 얘기꽃 피우며 또 하나의 추억 만들기를 한 행복은 오래오래 간직할 테다. 아내와 율과 셋이서 코냑 반주를 곁들인 식사는 오디세우스를 부러워 한 아킬레우스의 고백까지 안주 삼아 자정을 넘겼다. 아! 진정 행복한 밤이었다.      2021, 11

# 위 사진 중 일루미네이션은 해운대백사장 밤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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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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