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04 07 귀빠진 날
2여 년만에 울`가족 일곱식구가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한나절을 보냈다. 하나 싱가포르에 사는 큰애네 네 식구가 같이 못해 아쉽긴 했지만~. 지난 석탄일 전 날이 나의 생일이라 축하모임을 주말에 하자고 애들이 각본(?)을 짠 소이다. 코로나 앤데믹(endemic)이란 다소 설익은 해방구이긴 하지만 인원과 거리제한에 신경쓰질 안하는 것 만으로도 살맛나는 세상인 것이다.
오후2시, 예약한 을지로4가 우래옥(又來屋)에 들어섰다. 1946년에 문 연 우래옥은 전통평양냄면`비빔냉면을 맛 볼수 있는 명문가다. 메밀면과 고기육수가 일품이다. 오늘 우리가 주문한 등심구이와 불고기 맛도 소문 난 이유를 알만하게 연하고 맛깔났다. 특히 냉면류는 젊은이들로 항상 만석이라 예약하지 않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대기시간을 감내해야만 한다.
우리는 고기구이에 소주를 반주삼아 얘기꽃을 피우다 입가심으로 냉면을 시켜 2시간여를 즐겼다. 서빙아줌마에게 팁을 준 뚤째가 일어서면서 불고기 5인분, 3인분을 따로 포장시켜 막내네와 울`부부에게 선물했다. 예기치 못한 친절과 좀은 과하단 생각이 드는 선심은 상대방을 다소 불편케 할 수도 있다고 몇 번 지적을 했었지만 마이동풍(?), 나름 즐기는 거였다.
지난 3월23일 오픈한 한국식 컨템퍼러리 바 ‘오울(OUL)’로 자릴 옮겼다. 오울(OUL)은 서울 ‘SEOUL’의 OUL을 따와 올빼미를 뜻하는 ‘OWL’의 발음을 차용 잠들지 않는 도시 서울을 의연함이란다. 한국의 전통음식과 한국식 주류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을 오울은 주류감이 비싸단 생각이 들었다.
밤9시 반, 포시즌스 오울을 나와 막내네와 헤어진 울`부부와 둘째커플은 다시 울`집에서 와인잔을 기우렸다. 큰애네는 교육문제 땜에 싱가포르에 그대로 안주하고 성훈이만 대만에서 직장을 다녀야 하는 기러기아빠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모두가 중지를 모으는 화상전활 했다. 늙어가는 시간은 유수같이 덧없고 그래 소슬해 지는 허허로움을 자식들 한테서 위무 받는다. 행복한 한나절이었다. 2022. 05. 14
'사랑하는 사람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얄 살루트(Royal Salute) 38년을 음미하며 (0) | 2022.07.05 |
---|---|
봉황(鳳凰)의 날 (0) | 2022.06.19 |
잔인한 4월의 끝자락에서 (0) | 2022.05.01 |
섣달그믐날의 향연 - 새해엔 뜻하는 바 이루소서 (0) | 2021.12.31 |
코냑 ‘헤네시 X.O’로 만추를 수놓은 밤 (0) | 2021.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