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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장산의 비하인드 스토리

장산의 비하인드 스토리

울 부부가 부산에 체류 중일 때 자주 오르는 산이 장산(萇山,634m)이다. 장산의 옥녀봉은 내가 30년 가까운 산행 중에 추락사고(2018년도)로 1년여를 고생한 뼈아픈 산력을 갖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그때의 설건방진 방심에서 자초한 팔골절상은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산행 중에 절대 조심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됐다. 오늘도 옥녀봉에서 그날의 아픈 기억을 더듬으며 자성(自省)에 들었다.

준설공사 전의 대천호수(2018년도)와 귀이빨대칭이 조개

경험에서 자각한 지혜는 평생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된다. 계곡물이 철철 흐르는데 장산입구 대천호수는 웬일로 바닥을 들어내 놓고 있었다. 수심이 얕아져 여름철 재해예방을 위해 준설작업을 하기 위한 호수물 빼기작업이란다. 지난 5월17일자 부산 국제신문기사가 오버랩 됐다. 난생 처음 듣는 ‘귀이빨대칭이 조개’란 어패류도 그 기사에서 알았다.

펄 속에 들어난 귀이빨대칭이 조개

이름도 길고 괴상한 ‘귀이빨대칭이 조개’는 강바닥이나 저수지등의 수심이 깊은 펄이나 모래흙 속에 서식하는 민물조개다. 수온이 20∼30℃정도에서 동식물성 플랑크톤이나 미세한 유기물을 먹고사는 민물어패류 중 젤 큰 멸종위기1급으로 지정 된 조개란다. 근데 놈의 태생과 번식과정이 여간 흥미진진 야릇한 게 아니다. 어패류도 조류(鳥類)처럼 탁란번식(托卵繁殖)을 하는 놈이 있단 사실을 첨 알게 됐다.

귀이빨대칭이와 공진화 하는 납자루

귀이빨대칭이는 잉어과의 ‘납자루’란 물고기와 공생한다. 납자루는 조개 속에 알을 낳아(탁란) 부화케 하고, 조개는 유패(幼貝, glochidium)를 물고기 아가미나 지느러미에 붙어 2주정도 숙주기생한 뒤 떨어져 조개로 성장한다. 귀이빨대칭이 조개가 1년에 2번 수정하고 한 마리가 10만∼70만 개의 알을 낳아 물고기(납자루)에 빌붙어 멀리까지 서식지를 넓혀가는 것이다.

옥녀봉

납자루는 알과 치어시기를 조개의 몸속에서 안전하게, 조개는 납자루의 활동영역을 통해 유패를 멀리멀리 퍼뜨리는 상부상조의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를 이루는 어패류다. 귀이빨대칭이 조개의 두꺼운 껍데기는 흑색이나 황갈색을 띠며 안쪽은 광택이 나는 진주층이어서 공예품의 원료로 쓰인단다. 그래 중국과 일본에서 귀이빨대칭이를 담수어장에서 인공양식 - 진주양식용으로 쓰인다.

장산의 녹음 우거진 계곡

그 희한한 귀이빨대칭이 조개가 서식하는 장산대천호수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호수바닥에 쌓인 펄이 그대로 상당히 남아있었다. 해운대구청은 귀이빨대칭이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두께50cm정도의 바닥 펄을 일정면적 준설하지 않는단다. 그 펄 속에 놈들이 살고 있어서다. 아뿔싸, 방관했으면 놈들은 대천호수에서 사라질 뻔했다. 자연을 개발할 때 당국은 사전에 철저한 생태관찰을 실시해야할 소이다.

장산계곡은 돌무너기골짝이다

나아가 시공업자들의 세심하고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감독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가 대청호수준설공사에서 입증됨이라. 무분별한 개발지상주의에 멸종된 생명체가 얼마나 많고, 또 복원하느라 천문학적인 비용은 물론 소요시간과 노력을 가늠이나 되는가? 우리 모두는 자연지킴이가 돼야 함이다. 귀이빨대칭이란 희소생물의 생태를 보유한 장산에 또 하나의 낭보가 전해졌었다.

장산 산림욕장 주변의 하천골짝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1992년 2월부터 소유한 해운대구 우동 산2번지 임야를 해운대구에 4월29일 기부했다는 소식이다. 장산산책객들에게 계곡의 휴식처로 애용되는 장산산림욕장 주변 임야로 축구장 5개 크기면적(약 3만8천㎡)이란다. 사유지를 국가에 헌납하여 국민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이회장유족의 뜻은 고귀하다. 부의 사회환원이란 대명제를 실천함에 환호 박수친다.

대천호수 옆의 장산공원

이 쾌거는 부동산을 과다하게 소유하고 있는 땅 부자들이 귀감삼아야 할 전범이길 기원해 본다. 지구상의 무구한 자연은 지구상의 어떤 유한한 동물도 소유화할 수 없단 건 진리다. 인간은 잠시 자연에 빌붙어 머물다갈 뿐이다. 물욕은 불행이란 사이클에서 벗어날 수 없단 걸 자각해야 함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 행복하다. 요즘 LH사건의 피의자들과 땅투기꾼들이 느낄 심난함이 이를 실증한다.

장산산림욕장 주변에 또 다른 개인 사유림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궁금한 것은 조선조 때에 장산은 국유림으로 이산(李山)이란 경계석까지 세워 일반인의 입산은 커녕 소나무 한 그루도 철저히 보호관리 했다. 근디 30년 전에 어떻게 사유림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장산산림욕장 위에 높이 8m의 양운폭포가 있다. 폭포수에서 피어오르는 물보라가 마치 구름 같다고 붙은 이름인데, 장산계곡에 있어 장산폭포라고도 부른다.

양운폭포

폭포 아래에 수심이 깊은 쪽빛가마소(沼)에는 용이 되다만 이무기가 살았다는 얘기와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놀다 승천하곤 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보다 좀더 팩트에 가까운 건 왕건이 가마소를 지나가다 목이 말라 물긷던 처녀에게 물 한 종지를 부탁하자 처녀는 종지물에 버들잎 하나를 띄워줬다. 후에 고려태조에 등극한 왕건은 그 처녀를 잊지 않고 찾아서 왕비로 맞았다.

양운폭포와 가마소

종지물에 띄운 버들잎[春川]에서 가마소의 버드나무를 춘천이라고 한다. 그런 가마소에 근래에 흰 두루마기 한 벌이 떠있고 남정네 몇이 막대기를 들고 소가장자리를 돌며 두루마기를 건지려 부산을 떨었다. 근디 그 두루마기가 갑자기 물속으로 사라졌다. 두루마기 주인은 아까 천제단과 마고당에서 제의(祭儀)에 참여 중인 운촌마을 노인으로 갑계(甲契)때 쓸 송아지를 잡아 제수(祭需)로 올리려던 참이었다.

바위너덜지대에서 조망한 삼신당과 부산시가지. 산속에 또 하나의 애추가 보인다 

날씨가 더워 제관들이 벗어놓은 두루마기 중 하필 그 노인 것이 가마소까지 날려온 건, 노인의 아내가 임신 중에 송아지까지 도살하여 제수로 올리자 장산의 마고당 할매와 삼신(三神)의 노여움을 산 까닭이었다. 삼신의 저주를 받은 노인은 결국 죽고 부인은 유복자를 낳았다. 이 비극의 집행자인 마고당할매의 돌집과 삼신당이 가마소 위 장산중턱 바위너덜지대에 있다.

마고당과 삼신당 안내표석

가마소의 폭포수는 여러개의 돌무덤 바위너덜지대를 흘러내린 지표수다. 화산암벽에서 떨어져 나온 거력들이 계곡경사면에 굴러 쌓인 암괴류(block stream)가 장산엔 9군데가 있단다. 애추(崖錐)라고도 하는 바위너덜지대는 수목이 없고 전망이 확 트여 부산시가지와 남`동해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 등산객들의 전망 좋은 쉼터가 됐다.

마고당 문짝과 향로

장산은 부산시민들의 생활용수와 산소공급의 유토피아이며 힐링 휴식처다. 나아가 길흉을 예지시켜주는 마고할매와 삼신당이 있다. 울창한 수풀 속에 애추라는 바위너덜지대가 아홉군데가 있어 여느 산과 다른 특이한 마력이 있다. 어느 중년사내는 애추 한 구석을 정리하여 바위정원을 만들어 놓고 매일 산책나와 호연지기 삶을 즐기고 있었다. 기이한 그의 행위가 부럽기도 했다. 장산이여! 영원하라!          2021. 05. 27  

신남정
너덜지대에서 조망한 해운대시가지의 빌딩 숲

# 하산한 후 오다행 공()사장의 안내로 대변항 회센터에서 전복죽과 모둠회로 식도락에 들었다

대변항 구름다리
대변항
대나무가 많아 죽도라 불렀던 섬은 별장이었다가 지금 무인도가 됐다
4만원짜리 모둠회, 비싸단 생각이 들었다
전복죽은 먹을 만했고 값도 괜찮은 편이다
▲회단지에서 죽도를 잇는 구름다리, 아름답단 소문이 났었다▼
회단지
초만원된 주차장, 외식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놀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