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어리목코스 -나목(裸木)들의 쇼쇼쇼  (제주여행3박4일 넷째 날)

봄 시샘바람이 아닌 강풍이 맹위를 떨친다. 제주도의 삼다(三多)가 바람, 돌(현무암), 여자(해녀)란 속설은 수정해야 될 듯싶다. '해녀'를 '나무'로 바꿔야 할 듯싶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나무들은 기똥차게 멋지다. 영양가 없는 현무암에 뿌릴 내리고, 모진 바람과의 싸움에서 살아남다보니 기상천외한 수형을 이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리목탐방지원센터를 들어서자마자 떼 지어 다가서는 나무들은 현란하기 보단 어지러울 지경이다. 허나 한 걸음만 멈춰서 응시하면 놈들이 얼마나 멋들어진 몸매를 가꿨는지 감탄케 된다. 모진 바람과 현무암의 제주도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멋진 수형의 나무들이 온 시가지와 한라산에 자생하고 있어서다.

어리목코스는 음습한 곳에 겨울을 숨겨놨다

더구나 깨 벗은 민낯의 나목들의 아름다운 자태는 겨울자락 속에서만 감상할 수가 있다. 자연이 일궈낸 기막힌 수형의 멋은 인공적으로 다듬은 조형나무의 운치와는 비교가 안 된다. 제주도에선 걸어가는 곳이 멋들어진 나무들의 콘테스트장이고 수목원이다. 놈들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제주여행은 행복하다.

어리목코스는 빡세지 안해선지 영실코스보단 산님들이 많다. 깨 홀라당 벗은 참나무 종들은 강풍에 떨며 울면서도 서로 몸 부딪치지 않는 절도가 있다. 빼곡하게 들어선 나목들이 접촉을 피해 공간을 공유하는 지혜가 놀랄 노자다. 서로서로 성가시게 글지 않으려는 공존의 예의는 우리가 배워야할 자연학습장이기도 하다.

한라조릿대는 한라산의 두터운 옷이고 이불이다

초목들의 삶은 들여다볼수록 신비하다. 이파리에 노란 문신을 한 한라조릿대의 모둠살이는 몸뚱이 비벼대야 살맛이 나는 식물표본 같다. 놈들은 한 치의 땅도 빈틈없이 푸른 양탄자를 깔았다. 그렇게 나목들의 이불이 돼주고, 대신 비바람의 횡포를 그들로부터 보호받는다.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는 건 없다.

숲속의 머진 나체쇼!

한라산조릿대군락은 상상을 절한다. 앙상한 나뭇가지를 빠져나온 바람이 조릿대에 닿으면 살랑대는 조릿대소리는 자장가처럼 은근하다. 아니 나뭇가지에 잘린 햇살이 조릿대에 떨어지면 초록이파리는 은빛파도를 일궈 빨아들인다. 놈들의 기막힌 생존의 지혜를 훔쳐보는 재미에 빡센 산행도 거뜬해진다.

상고대 핀 어리목코스는 3월의 선물

한라산겨울산행의 백미는 결코 눈꽃산행만이 아니다. 깨 홀라당 벗은 나목들이 바람결에 휘파람을 불며 벌이는 춤사위콘테스트장이다. 어리목코스의 나목들의 멋진 경연은 무아지경에 들게 한다. 화산석 너덜길이라 조심해야 하지만 왕복 네댓 시간 코스이니 여유롭게 즐기는 산행이라.

상록의 고산지대를 관통하는 데크길을 걷는 낭만은 어리목코스의 특전

더구나 만세동산에 오르면 광활한 사막(?)을 횡단하는 기분까지 느낄 수가 있고, 윗세오름에서 선뵈기 시작한 붉은오름, 누운오름, 새끼오름의 부드러운 능선은 이내 검틔틔한 항아리를 엎어놓은 한라산의 기이한 형태에 눈길이 빨려든다. 한라산은 산정은 뾰쪽하다는 정설을 무참하게 한다. 

“부악(釜岳)이라고도 하는데 물을 저장하는 그릇과 비슷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원진은 그의 저서 <탐라지>에서 한라산을 말한다. 분화구인 백록담(白鹿潭)이 큰 솥 같아서다. 누군가는 흰사슴(白鹿)이 떼 지어와 물을 마셨다고 백록담이라 했다는데 남벽에선 항아리를 쳐다보며 상상의 날개를 펴는 낭만이 제격이다.      2021. 03. 22

윗세오름쉼터에서 남벽의 한라산위용
어리목 탐방지원센터, 강풍 탓인지 비교적 한산했다 
▲부딪칠세라 조심스래 공간을 공유하는 나무들의 생존의 지혜는 자연의 교과서다▼
촘촘히 뒤엉킨 조릿대의 삶은 작을수록 모듬살이의 중요성을 실증하나 싶고~ 
어리목교를 지나서부턴 가파르고 울통불통한 계단이 시작된다
사제비동산을 오르는 옹색한 길엔 나목들의 퍼레이드 위무에 매혹당한다
▲나목들의 나체쇼! 겨울한라산의 스페셜코스다▼
상고대꽃동산
조릿대세상을 횡단하는 모노레일, 한 때 관광객들이 이용하게 한다고 지자체는 떠벌렸었다. 한라산을 빨리 망가뜨리려 환장을 했나?
만세동산조망대
겨울이 꽁꽁 숨겨놓은 눈덩이가 볼거리가 됐다
1500고지 한라고원의 관목숲을 산책하는 낭만파가 되는 행복이라니!
한라 어리목코스만이 선물하는 하늘 아래 수평 데크로드 
빙하위의 모노레일
▲제주의 삼다- 차가울만치 시원한 바람, 정갈한 화산돌,  깨 벗고 춤추는 나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 고산트레킹은 어리목의 특전!▼
윗세오름 쉼터의 토박이 까마귀

Posted by peppuppy(깡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