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

단풍나무숲천연기념물 - 문수산

단풍나무숲천연기념물 - 문수산

 

“가을은 푸른 하늘에서 온다

가을은 푸른 하늘햇살의 소식이다

가을은 푸른 하늘햇살이 사위면서 번지는 그림이다”

영하(零下)로 곤두박질하려던 일기는 눈부신 가을햇살에 움츠려든다. 푸른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은 은행나무 잎에서 금빛으로 차환되고, 들녘은 박무 속에 기지개를 편다. 아내와 나는 23번 국도를 타고 만추로 치닫는 고창의 산하를 달린다.

문수사일주문

어제 서울을 출발하면서 문수사단풍숲 산책을 필수일정에 넣었었다. 고창읍을 벗어나 왼편의 고수로로 진입하면서부터 차창에 밀려오는 산촌의 가을이 얼마나 풍요로운지 망각의 깃발 뒤 어릴 적의 고향의 풍정이 오버랩 되고 있었다. 한적하고, 청량하고, 여백이 풍성한 가을풍경이 푸근했다.

일주문 옆 불붙은 단풍나무거목은 금방 쓸어질 듯 자빠지고 있다

조산저수지를 휘도는 호반도로변의 애기단풍나무는 단발머리를 예쁘게 다듬고 환영을 나왔다. 정겨웠다. 앙증맞기도 했다. 애기단풍의 퍼레이드 속에 굽이굽이 산속을 파고든다. 오전11시쯤, 문수사(文殊寺)주차장에 닿았다. 문수산(축령산이라고도 함)은 누가 칠칠맞게 색색이잉크를 뭉텅뭉텅 엎질러 놨다.

문수사단풍숲길은 다양한 수종으로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산중턱을 향해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세월아 나 잡사’라고 오른다. 고개를 넘자마자 거목단풍나무는 이글이글 타면서 자빠지고 있다. 하도 작열하는 통에 불빛이 오색찬란하다. 옆에 서 있는 일주문이 불붙지 않고 있어 희한했다. 여기서부터 문수사까지 700m의 단풍숲은 언어도단이다.

황금빛으로 물든 단풍 숲

오죽 예뻐야 ‘단풍나무숲천연기념물 제463호’로 국가에서 유일하게 지정보호 하겠는가?! 수령100살~400여 살의 단풍나무500여 그루가 세월의 무게만큼 농염한 아름다움과 멋을 뽐내고 있어 그저 황홀하단 감탄사의 연발 이외 마땅한 수식어가 떠오르질 안했다.

낙엽을 밟으며 호젓한 단풍터널을 산책하는 정취는 문수산의 일품이다 

입소문나면 천연기념물단풍 숲의 장래가 뻔할 뻔자라 쉬쉬한 걸까? 라고 내가 이제 탐방 온 둔치를 엉뚱하게 생각해 봤다. 문수사는 644(의자왕 4) 자장(慈藏)율사가 당나라유학에서 귀국길에 이곳에서 7일간 기도를 올리다가 현몽을 하고 창건하였다. 문수산이 당나라에서 수도했던 청량산과 닮아 석굴에서 기도를 했던 거였다.

문수전은 자장이 문수보살출현 꿈을 꾼 장소다. 땅에서 솟는 문수보살 반신불을 모셨다

근디 땅 속에서 문수보살(文殊菩薩)이 나오는 꿈을 꾸고 거기를 파보니 문수석상이 나와 그곳에 문수전을 건립하고 절 이름을 문수사라 하였단다. 문수산엔 단풍나무 외에 졸참,상수리,서어,고로쇠,귀목,팽나무 같은 활엽수와 물푸레,쪽동백,박쥐,초피나무 등의 다양한 관목이 혼재하여 단풍이 더 예쁘다.

문수사굴뚝과 종각,

문수사는 고창과 장성을 잇는 해발620m 중턱에 있는 사찰이다. 빼어난 단풍 못잖게 기삼연(奇參衍)을 비롯한 의병대원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일제의 탄압에 항전하여 승전보를 울리기도 한 애국애족의 산실 터이기도 하다. 일제는 1907년 11월 자위단을 조직하여 내국인을 탄압하는 일본군‘토벌대’의 보조병력으로 활용했다.

푸른 가을하늘에 수 놓은 애기단풍 

분개한 기삼연은 1907년 10월 영광과 무장(고창)에서 의병을 일으켜 토벌대를 습격하고 문수사에 들어가 진을 치고 항전한다. 박영건(朴永健), 정원숙(鄭元淑) 등 고장출신 간부들과 협의 고창(모양)성을 공략하여 대승한다. 기삼연 사후엔 박도경(朴道京)·김용구·이대극(李大克) 등 각 의병장들이 집결하여 격전을 도모했던 성역이었다.

문수사입구의 단풍나무 거목퍼레이드

불의에 항전하는 불굴의 정신은 호남의 자랑이다. 문수사는 단풍의 아름다움 이전에 애국애민의 열혈의 넋이 베어 더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산사의 적요와 신성한 서기가 엷은 안개처럼 어리는 고즈넉한 미풍에 젓고 싶걸랑 문수산단풍숲에 빠져볼 일이다. 경외심이 절로 난다. '잘 왔다'는 충만감에 달뜨는 거였다.

만추의 하늘을 이렇게 황홀경으로 그릴 수 있는 화백은 문수산에만 있을 듯!

아름다움이란 게 어느 경지인지를 좀은 깨닫게 될 것 같았다. 이래저래 문수사단풍숲 탐방을 강추 하고 싶다. 기왕이면 아침햇살이 기웃대며 단풍이파리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아침나절이면 황홀경의 극치에 이를 것이다. 푸른 가을하늘에 그려진 오색의 단풍을 감상하다보면 우리생의 아름다움까지도 발견 행복에 젓는다. 2020. 11. 11

몇 백년을 굿판 벌린 거목달인들의 춤사위는 단풍보다 더 멋지다
단풍나무숲은 천연기념물(463호)이라설까? 쉼터가 없다. 오직 산책하며 행선의 경지에 이르라는 성싶었다
가파른 산허리에 성벽을 쌓아 터를 닦은 문수사, 그 절개지 공간을 단풍으로 치장했다
문수사단풍숲은 산책객과 사진사가 반반이다 
문수사스님들은 욕심이 많나 싶었다. 이 황홀한 아름다움을 뉘 알까 싶어 소문 내는 걸 꺼리나 싶어서다(?)
소리 없는 입소문 탓에 찾은 탐방객들이 엉덩이 붙일 의자 하나 없다. 천연기념물 숲이 망가지까봐설까? "제발 소문 내지 말아 주십사 하고 염불하는지도 모른다.천연기념숲 망가지면 안됩니다" 라고
빛 바랜 대웅전각이 고찰의 품격미를 한결 발산한다. 처마 당간지주 원통받침석이 애사롭지 않고~! 
산신각,법륜전,응향각을 한 지붕에 모신 전각도 문수사만의 품격
삼신각법당, 탱화로 장식했다
대웅전법당도 법신불 대신 탱화로 모셨다
갈수기인데도 불타는 단풍은 화톳불 마냥이였다
요사채와 장독대
불이문 입구의 카페'청향'
불이문입구, 햇빛 따라 더디게 발길을 옮기는 찍사들의 정중동이 행복해 보였다
단풍골짝은 입산금지다. 눈과 맘으로 원근의 미감각을 살리라는 나무울타리의 암시가 밉지만은 않했다
단풍숲을 산책하는 중년커플, 쏟아지는 황홀한 햇살의 넉넉함이 행복하다 
다섯 세기를 버텨 온 단풍나무는 힘이 부치는지 깨벗기 시작하고~
다섯 세기동안 단풍숲을 지켜 온 서어나무도 알몸자랑으로 나섰다
적막하리만치 조용하고,청량하고,황홀한 치장을 한 단풍숲길의 주인공은 여인과 새들 뿐이었다

 

▲홀로여인들의 눈길이 머문 곳은 어딜까?▼
홍시와 마른단풍잎이 그리는 가을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