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불 지핀 불갑산 & 성묫길4박5일

불갑산자락을 불 붙인 상사화

◈ 상사화

 

“사랑이 왜 이리 고된 가요

이게 맞는 가요 나만 이런 가요

고운 얼굴 한 번 못 보고서

이리 보낼 수 없는데

사랑이 왜 이리 아픈 가요

이게 맞는 가요 나만 이런 가요

하얀 손 한 번을 못 잡고서

이리 보낼 순 없는데”                              -안예은 작사`작곡<상사화란>-

불갑천과 신작로 사이의 홍화병 퍼레이드

그대가 수 억 홍화병(紅花兵)들의 퍼레이드를 받고 싶다면,

붉은 꽃길을 밟으며 붉게 타오르는 산문에 들고 싶다면,

9월 중순에 불갑산을 찾아라!

불갑초등학교앞 신작로에서 천년고찰 불갑사에 이르는 오리(五里)길에 도열한 상사화[홍화병]에 눈도 맘도 뺏기다 보면 일상은 까맣게 잊은 채 무아지경에서 헤엄치게 된다.

상사화카페트

산골짝에 불붙은 상사화는 불갑사를 휘두르며 산자락을 타고 연실봉을 향한다. 상사화(相思花. 꽃무릇)는 엄동설한2~3월경에 연녹색의 잎을 틔워 올려 꽃대가 올라오기 전인 6~7월경에 사라진다. 이윽고 꽃대를 밀어 올려 8~9월에 꽃을 피우는데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쳤기에 꽃잎은 토혈하듯 찢겨진 채다. 잎은 잉태시킨 꽃망울을 볼 수 없고 꽃은 낳아 준 잎을 볼 수가 없는 그리움의 일생이라 상사화라 한다.

그리움이 얼마나한 아름다움인가를 진홍의 꽃바다를 거닐며 여미게 된다. 나의 아픔만큼 그리움은 절절하고 그 애절한 상처만큼 상대의 아픔도 애간장 태웠을 거란 걸 가슴 새겨야 한다는 진리를 상사화는 일깨워준다.

살면서 예기치 못한 변수로 품어야 했던 아픔과 그리움은 짐짓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한 상대도 신산한 아픔과 그리움을 안아야 했을 테다. 상사화는 그리움을 통해 용서와 사랑을 곱씹게 하는 꽃이다.

상사화에 빠진 찍사. 행복한 오후 한 나절이었으리라

사찰에 피는 석산(石蒜,분홍상사화), 전라남도 백양산의 백양꽃, 제주도엔 흰상사화, 남쪽 바닷가와 섬에선 개상사화를 볼 수가 있단다. 특히 석산비늘줄기는 거담(祛痰), 이뇨, 해독, 최토(催吐)에 효험이 좋은 약용식물이라. 우리나라 남쪽지방에서 자생하는 희귀식물이 18세기 일본에, 1854년에 미국까지 건너가 사랑받는 정원용의 귀한 꽃이 됐다.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 정희성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중에서 -

초등생때 소풍와서 천왕문에 들어설 땐 사천왕 땜시 맘 단단이 먹어야 했다

불갑사는 진나라 승려 마라난타가 침류왕1년(384)에 창건했는데 그가 세운 도갑사(道岬寺)와 봉갑사(鳳岬寺)의 세 절 중 으뜸이라고 불감사(佛甲寺)라 했단다. 성리학자 수은(睡隱) 강항이 지은 『불갑사중수기(佛甲寺重修記)에 불갑사는 충렬왕3년에 도승 진각국사가 중창했으며, 그때는 전각100여 칸에 승방 70여 개소, 요사 400여 칸이었고, 수백 명의 스님이 앉을 승방이 있었다고 했다. 이 거찰이 아깝게도 정유재란 때 소실됐다. 대웅전(보물제830호) 중문의 연꽃무늬와 국화꽃무늬의 문살조각은 수려하고 화려하기 그지없다.

대웅전문짝의 연꽃, 국화, 빗살무늬

◈ 성묫길

 

상사화 오리 길에서 삯고개에 이르면 방마산 5부능선 송림 속의 묘역 한자리가 눈에 띈다. 나의 부모님묘소다. 불갑저수지입구 쪽에 진입로가 있다. 3년 만에 찾는 부모님 두 기의 봉분엔 억새가 봉두난발했다. 잔디가 사라진 봉분은 헐어지기까지 했다. 죄송했다. 아까 산 낫으로 벌초를 한다. 내가 아직은 손발이 튼실해 성묘를 하지만 언젠가는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주인 없는 묘소가 되고 이내 야산으로 환원될 게다.

어찌 생각하면 성묘란 게 부질없는 짓이기도 하지만 후손들이 고인의 생전흔적을 더듬고 회억하며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자성의 분기점이 되기도 한다. 서투른 낫질이나마 봉분의 제 모습을 살려내자 과일을 올리고 재배를 드리며 신고를 했다. 상사화오리 길은 구불구불 불갑산을 향하고 저만치 중간에 선친님과 내가 태어난 봉동마을이 닿을 듯하다.

서툰 낫질로 억새를 제거한 벌초 후의 봉분이 제 모습을 찾았다. 숲 사이로 봉동마실, 먼발치 산능의 연실봉이 다가선다

강문(姜門)자자일촌이라 모두 친족이지만 나는 들르지 않고 떠날 참이다. 초등학교만 다닌 고향마을은 왠지 사무치는 정이 없고 딱히 친밀한 사람도 없다. 고향도, 묘소도 그렇게 세월의 떼가 끼다보면, 나의 늙음과 죽음과 더불어 잊혀져가고 사라질 것이다. 자연으로 회귀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움이니 애석해할 건덕지도 없겠다.

불갑산저수지

독자인 나는 묘역에 부모님 이름을 새긴 비석을 세우려했으나 ‘등잔거리 명당’에 인위적인 구조물은 절대 안 된다고 친족들이 만류하는 통에 그마져 포기했던 것이다. 비석인들 얼마나 갈 거며, 찾는 이 없는 묘역에 석물인들 자연훼손 하는짓이라고 합리화 하면서였다. 또한 잔디 대신 억새가 무성해도 태조이성계의 억새봉분을 생각하며 방치하는 자위행위를 했다.

이성계의 묘도 부러 고향 함경도의 억새를 떠와 심어 억새봉분을 만들고 계속 억새를 보충하지 않았던가. 세상이치는 일체유심조라고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내 팔다리 움직일  수 있는 한 성묫길은 추억 더듬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달짝지근한 여행길인 것이다. 여행은 나를 살찌우며 지혜를 얻는 삶의 활명수이기도 하다. 부모님, 명년에 뵙겠습니다.

부도탑

◈부안호반과 새만금방조제

 

하늘만 알고

새들만 찾는

산속의 섬

해 뜨고 달 가는

별만이 속삭이는 섬

산바람소리에 숨 쉬다

눈비에 몸 푸는

쪽빛치마 두른 섬

눈길도 발길도 닿지 않는

첩첩산해의 섬

오늘도 사람들을 위해 안개이불 말린다.”

                                                                     <섬> - 부안댐 마상봉에서 -

부안댐과 호수

변산반도는 내변산자락이 서해바다 칠산도를 품으려고 툭 튀어나오다 갑자기 멈칫한 통에 요동치느라 깊은 주름살이 많이 생겼다. 성난 파도는 산자락을 파먹으며 바위절벽들을 깎아  해안절경을 이룬다. 깊은 주름살[협곡]속의 맑은 개울과 폭포들, 기암괴석은 사시사철 변화무쌍함 모습으로 나를 즐겁게 한 명산이었다.

부안댐

그 깊고 긴 협곡을 막아 부안댐을 조성하여 생긴 바다 같은 청정호수가 있다. 그 호반엔 그림 같은 섬 하나가 고립무원인 채 어쩌다 마상봉을 찾아오는 산님과 회포를 풀고 있었다. 마상봉을 찾는 산길은 인적이 뜸해 산길이 있는지 분간하기 난해한 지라 호반의 섬은 찾는 이를 한 없이 푸근하게 감싸주듯 한다.

문학공원 잔디밭

4년 전 나는 우연히 호반의 섬을 발견해 I와 동행했었다. 마상봉에서 반세기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정금을 따먹었던 기억이 애뜻해 오늘 다시 찾았다. 코로나19탓에 갈 곳 마땅찮아 설까? 4년 전엔 사람그림자도 없다시피 했는데 가족들이 피난 오듯 공원구석구석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에서 맘 놓을 수 있는 곳은 산골짝이어서일 게다.

문학공원 수변 산책로

글고 보면 우린 국토의 산지가 70%란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이냐? 아름다운 추억은 삶에서 늘 청량한 엔돌핀이 되어  심기일전시킨다.  문학공원을 나와 유명한 부안바지락 죽으로 포식을 하고 새만금방조제를 드라이브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나는 우매한 선량(?)들이 그럴듯하게 포장한 허황된 정책이 헤아릴 수 없는 국고탕진과 허탈감을 우리에게 떠 안기고 있음를 통감하는 거였다.

무진장한 보고였던 해안 갯벌을 황무지로 만들고, 개발이란 미명하에 다시 천문학적인 혈세를 탕진하는 무모한 공약과 그걸 자랑하듯 집행하는 정책자들의 철면피가 가증스러워지는 거였다. 국고를 탕진하게 한 정치인들과 거수기 노릇한 정책추진자들은 왜 면죄부를 줘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새만금방조제 아랜 어느새 선착장이 됐다

새만금방조제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이 된 노태우와 그의 막료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노다지를 캘 것 같던 방조제는 드라이브코스가 됐고, 방조제 아랜 강태공들의 낚시터로 탈바꿈했다. 어민들의 보고였던 황금갯벌은 우리들 혈세를 축내는 황량한 들판이 되어 무성한 잡초지가 됐다. 세계의 뜻있는 자연생태학자들에게 황금갯벌이 어떻게 세금 까먹는 불모지가 됐는지의 표본이 되었다는 걸로 자위 아닌 고소를 삼켜야 하나?

선진국들은  바다를 막았던 보를 부수고 갯벌을 복원하는 데 혈안인데,  노태우와 아류들은 자연생태계를 망치는 텍스트를 인류에 남긴 위대한 도박꾼으로 기록되길 자청한 꼴이다. 낚시꾼들이 낚는 어종은 고작 망둥어가 주종이란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 붓고 망둥어 몇 마리 어획하며 캠핑족들의 야영장으로 둔갑시켰으니 미쳐도 보통 미친 게 아니다. 오호 통제라!

강태공들이 낚아올리는 어종은 고작 망두어가 주종란다


◈수제전통차조합에서의 만찬

 

전북수제전통차 협동조합(www.koreanbeverage.com/)을 방문하여 이영숙대표님과 저녁식사를 하며 오붓한 시간을 가졌던 것도 ‘성묘 길’이 선사한 기쁨이었다. 이 대표님이 우리의 전통차에 빠져 일가견을 이룬지 한 참 후에,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나는 대표님의 단아한 외양과 옛 토속적인 분위기 물씬 풍긴 찻집에 이끌리게 됐었다.

전북수제전통차 조합 접견실

20여 년 전, 퇴락한 초가집의 널판자바라지를 단 찻집 <여보게! 차나 한 잔---!>을 가뭄에 콩나듯  찾았고, 그렇게나마 뜸하게 소통하며 지인행세 했던 건 전통차완 상관없는 대표님의 청아한 인품 탓이었다고 해야 옳다. 그런 발작이 몇 년 만에 발동하여 익산에 온 김에 뵙자고 전통을 띄웠다. 글곤 바쁜 대표님을 석양에 현영동사업장으로 찾아갔던 것이다.

전북수제전통차조합의 대표브랜드인 대추차

사업장은 규모가 큼직하고 전시매장은 예의 은은한 향기 베인 채 깔끔했다. 전문직여성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게, 사양길이다 싶은 전통 차에 매달려 브랜드화하고 수출까지 하는 협동조합으로 키운 열정과 의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대표님을 빤히 처다봤다. 청초하고 가녀린 모습 어디에 당찬 결기와 지혜가 숨었는지 궁금했다.

접견실 긴 탁자에서 단 둘이 기나긴 만찬을 즐겼다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답게 식사를 주문하여 접견실에서 만찬을 즐기며 지나온 희비를 반주 삼았다. 갈수록 외식문화를 선호하는 탓에 전통 차 사업은 기로에 서고 자연 대표님의 고충도 심난 한가 싶어 안타까움을 떨치질 못했다. 누구 탓 하랴. 나부터 커피애호가라 국산차는 생각도 않잖은가? 커피애호가는 한 번쯤 전통 차에 대한 연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아래는 대표님의 <전통차협동조합>에서 발췌한 글들이다.

# 고산별초이야기

 고산은 고어로 '나라(높다)다라(산)'로 이규보의 동국여지승람에서 높은 봉우리 우뚝한 재가 반길이나 벽처럼 서있고 길이 좁아서 발을 내려야 다닐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해발200m~500m의 완주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대추는 골짝천변의 맑은 공기속에 생산`건조돼 품질이 최상품이란다. 잘 선별하고 잘 말린 대추를 건조기를 거쳐 햇볕에 어떻게 건조시키느냐에 육질과 색깔과 당도가 결정된단다.

첨가물 없는 천연대추를 온 정성을 쏟아 ‘차 한 잔에 하늘을 담아내는 마음’(Bringing Heaven Scent in a cup of Tea)으로 빚은 게 <천다향>차란 게다. 하늘이 내린 차의 향기 <천다향>은 미국FDA승인을 받아 뉴질랜드를 비롯한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들이 좀은 전통 차에 애정을 갖는다면 조합원들도 심기일전 다반향초(茶半香初)조합으로 국위선양까지 기대할 수 있으려니~.

# 한국차의 종류

작설차(雀舌茶) : 찻잎이 참새의 혓바닥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화개.

응조차(鷹爪茶) : 찻잎이 매의 발톱과 닮아서.

맥과차(麥顆茶) : 찻잎이 보리의 알을 닮아서.

죽로차(竹露茶) : 대나무의 이슬을 먹고 자란 차라는 뜻 . 화개.

반야차 : 예로부터 내려오는 나름대로의 방법에 의해 만들어 지는 차. 사천 다솔사.

원후차 : 절벽의 차를 원숭이가 땄다고 해서.

유비차 : 유기농법으로 재배되어진 차.

화개차 : 화개지역에서 생산된 야생녹차를 말함.

찻잎을 딸 때 순은 창(槍), 어린 잎은 기(旗)라 하며 1창1기, 1창2기, 1창3기 등이라 부르기도 한다.

찻잎 중에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는 성분은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Polyphenoles)이다. 이 성분이 찻잎에서 존재하는 산화효소(酸化酵素)의 작용에 의해 황색이나 홍색을 띠는데 아플라빈이나 데아루비긴이라는 성분으로 바뀌면서 수색과 맛 향 등이 변화되는 과정을 발효라고 한다.

                                                                     2020. 09. 22

수백년 버텨 온 귀목이 꽃신을 신어 귀품이 더 했다
관유암과 안양루
조사전 앞의 굴뚝이 정답다
향로전의 배롱나무는 내 초등때 소풍와서 간지럼태우는 나무였다. 친구들이 만지작대면 간지럽다는 듯 떨고 있었다
불갑사호수에 띄운 데칼코마니는 붉은 띠를 휘둘러 낭만적이었다
천왕문 좌측 해우소의 연리목-귀목과 참나무의 연애질을 절간도 허락 했단다
데칼코마니의 비경▼

 

불갑사 영광문과 주차장의 만차. 코로나19해방구는 산사인가?
망향탑
▲새만금방조제▼
성묫길에서 횡재한 알밤과 도토리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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