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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싱가포르에서 온 두 외손자가 떠났다. 2주전 겨울방학을 기해 온달 때는 그애들 설렘 못잖게 아내와 나의 기다림도 자못 달떠있었다. 특히 명년에 중학생이 되는 큰애에겐 뭘 선물해야할지를 울 부부는 궁리하며 뿌듯해했는데~. 무릇 기쁨이란 건 베푸는 마음이 더 행복하단 걸 실감한 시간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두 손자에게 각기 편지를 한 통씩 쓰고 큰애봉투에 학자금일봉을 넣으면서 울 부부는 놈들을 손꼽아 기다렸다.

특히 아내는 3여년만에 보는 딸애와 손자들을 맞을 준비로 몸과 마음이 얼마나 바빴고 들떴는지를 곁에서 지켜보는 나는 은근한 시기심도 들었다. 인천공항입국장게이트에서 할머니,할아버질 부르며 달려와 품에 안기는 큰손자는 부쩍 자랐고, 둘째는 뒤뚱대는 꼬마어른(?)이 돼 있어 아내 말따나 우리 손자들 다 컸네!’를 실감케 했다.

덕수궁돌담길

다만 예쁜 딸의 얼굴이 수척하고 눈가에 잔주름이 생겨 짠한 생각이 순간적으로 가슴을 후볐다. 싱가포르외국인학교엘 다니는 애들을 뒤치다꺼리하는 한국어머니의 고심이 어떨지를 간혹 전화통화로 엿듣긴 했지만 막상 수척해진 몸꼴의 딸애를 보는 울부부는 좀 맘 아프고 언짢았다.

행주대교

암튼 큰 딸네와 맞는 희희낙락일과는 차가운 겨울의 훈풍이 됐다. 두 손자들이 고분고분 말 잘 들으며 쬠만 의젓했으면 흐뭇함은 배가 됐을 테다. 손자들은 별종이다 싶을 만큼 별났다. 도무지 말을 안 듣는다. 몇 번씩 말해도 들은 척도 않는다. 식사시간에 식탁에 냉큼 앉는 것도 어렵지만 가까스로 먹는 음식도 옆에서 채근해야만 먹고 더구나 지독한 편식이다.

종각근처의 야경

씻는 것도 입 닳게 재촉해야 고양이세수일망정 끝낸다. 모레 중학생, 초등5년이 될 애들이 솔선수범은커녕 짜증날 만큼 닦달해야 시늉이나마 낼 정도니 어디가 좀 이상한가(?)라고 의구심 들게 하는 거였다. 그렇지만 애들은 독서와 아이패드게임과 레고 등엔 정신없이 매달린다. 요는 거기에 빠져들어 다른 일들엔 무신경하는 것이다.

 

p호텔로비의 성탄트리

해도 학교성적이 상위인지라 속은 덜 상한다지만 둘짼 말썽꾸러기라 여차하면 담임선생이 전활 해온단다. 공부라도 잘하기 망정이지 말썽만 피우는 한국 어린이라고 개망신시킬 뻔해 맘 조인단다. 싱가포르초등학교5`6학년은 진로의 갈림길이라. 상위그룹에 들어야 상위중학교에 입학할 수가 있고, 줄곧 중학성적이 좋아야 좋은 대학진학이 가능해져 국가공직에 나아갈 수가 있단다.

 

중학성적이 별로면 이공계마이스터의 길을 밟아야 된다. 싱가포르공직은 엘리트집단이다. 두 손자들의 학교성적은 상위그룹이니까 어디가 모자란 건 아닌 것이다. 철딱서니가 좀 없음에다 지 애비를 닮아서지 싶다. 애들아빠도 학교성적은 늘 상위그룹이면서도 방과 후 숙제는 안 해 담임선생한테 꾸중과 체벌을 밥 먹듯 했단다. 그 별난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아서이리라.

 

문제는 그런 개구쟁이 놈들을 치다꺼리할 큰딸의 고충이다. 지 새끼들이니 그래도 애정으로 감내할 테지만 그렇게 힘들어 키워놓으면 효자노릇 할까? 요즘 세상에 효도하는 아들보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 아니던가? 울 부부는 그 기우 같은 심난함으로 딸애를 연민하는 거였다.

 잘 키운 아들은 며느리(처갓집)한테 뺐기고, 못난 아들은 부모 몫이란 시쳇말이 허언이 아닌 데, 두 놈들 키워봐야 소용없다고 한 숨 짓는 아내의 투정이 딸애한텐 어떻게 들릴까? 자식은 내리사랑이란 만고의 진리를 체증하는 셈이다. 당장 딸만 셋인 울부부만 해도 얼마나 행운인가!

오늘의 행복은 아들이 없어서라고 울부부는 염불하듯 말한다. 700여 년 전, 고려 때 어느 귀부인(장씨)의 발원문(發願文,국보`보물로 지정됐다)남자의 몸으로 태어나게 해 달라.’는 구절이 있다. 시집오는 게 아닌 장가가는 결혼 - 처가살이가 보편화된 사회였다.

the launge holl

재산상속도 남녀균등 했으며, 정조나 순결의식이 남녀 수평적이라 재혼도 자유로웠던 숭불고려사회는 남존여비의 유교조선조와는 달라 여자의 기세는 남녀평등이다시피했다. 귀부인 장씨가 남자의 몸을 축원했던 건 여성은 현세에 성불(成佛)할 수 없고 내세에 남자로 태어나야 가능하다는 변성남자설’(變成男子說)탓이었다.

p호텔 노래방 the launge입구

결코 남자란 성(性)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700여년이 흐른 지금의 여성들도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길 원할까? 팔`구활은 아닐테다. 남자몸 받길 원하는 건 남자로부터 입은  설음을 앙갚음하고자 한 잠재적 의식의 표현일성 싶다. 오늘날의 어머니들은 아들보다는 딸을 원한다.

 

딸은 나이들어선 영원한 친구이기 땜이다. 세 딸, 친구 셋을 둔 아내가 나는 부럽다. 세 딸애들한테서 누리는 아내의 호강은 곧 내 행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둘 중에 하나라도 딸로 태어났음 얼마나 좋을 텐데~?’라고 아내는 큰딸한테 푸념 섞인 안타까움을 뱉곤 한다.

the launge 노래방

그런 넋두린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맘만 심난해 진다는 걸 알면서~. 딸만 선호하는 세상이 돼 남자가 없다면 꼴은 누가 뜯고 소는 뉘가 키우며 고기는 어디서 얻어질까? 남자 없는 여자의 세상은 안꼬 없는 찐빵이다. 엊그젠 우리가족모두(큰사위만 빠진)P호텔서 만찬을 즐긴 후 지하라운지노래방엘 갔다.

베이징에서 온 막내네까지였으니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특히 세 손자`녀의 K팝노래와 댄스뮤직 그리고 아이돌흉내에 우리식구들은 파안대소하며 흥겨운 밤을 수놓았다. 세계의 팝뮤직을 영낙없이 따라 열창하며 춤추는 애들이 여간 대단하고 끼가 있단 걸 느껴졌고.

춤과 노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배웠을까? 내성적인 큰애의 열정적인 댄스뮤직을 보며 나는 큰딸에게 충고했다. 지가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분위기조성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일 것이다라고. 큰딸도 고갤 끄덕였다. 억지로 시킨다고 잘 되는 일 드물다는 걸 딸도 인식하고 있어서였을 것이다.

매사에 무리수를 두는 일은 서로가 피곤하고 상처안기 쉽다는 걸 고민해봐야 한다. 나이가 좀 더 들면 솔선수범할 애들이란 걸 확신하고 기를 살려줘야 한다. 요즘 언짢은 일로 상처받은 내게 '나는 아버질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의기투합해 준 큰딸이 무지 고마웠다.

딸아, 잘 가거라. 너희들이 딸이어서 울부부는 더할 수 없는 행복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이다. 애들이 말 안 듣는다고 너무 닥달하지 마라. 지금은 나이 더 들면 좋아지겠지 하는 낙관적인 기다림의 시기라고 여겨라. 순리를 따르는 생활에 희망과 행운이 깃든다. 그게 너의 잔주름살 안 생기는 처방이기도 하고-. 2018. 12. 19

시청 앞 성탄트리

p호텔 레시퍼의 송로버섯요리 시연

송로버섯은 엄청 비싸 셰퍼가 고객 앞에서 요리할 때가 많다.

(우측)휴대폰처럼 생긴 저울에 송로벗섯을 올려놓고 1g단위로 레시피한다

송로버섯요리, 송로버섯은 1g단위로 값이 책정된다

크로아티아산이 유명한데 종류는 15가지고

젤 비싼 백송로벗섯은 1kg에 700~800만원(현지값)상당 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