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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중국몽'에서 탈출- 만추의 베이징, 열이틀간의 산책(4)

'중국몽'에서 탈출- 만추의 베이징, 열이틀간의 산책(4)

 

비행기서 조망한 인천 앞 어느 섬

다왕징공원 트레킹 후 울 부부는 왕징소호를 찾았다.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1시반경 이었다. 작년에 한 번 먹어봤던 마라탕생각이 나서 부러 점심시간을 피했다. 작년엔 줄서기를 10m쯤 하다 겨우 자릴 잡았는데 썰렁한 노천간이식탁이어서 빌딩사이를 내다리는 찬바람에 시달였었다.

 

 

면류와 고기,야채,버섯.어묵,소시지,해물 등을 끓는 육수에 넣어 살짝 익혀먹는 샤브샤브요리가 마라탕인데 오묘한 국물맛이 일품이었다. 게다가 푸짐한 량과 싼값 탓에 직장인들한테 인기 짱이지 싶었다. 음식 값은 냉장쇼`케이스에 있는 재료들을 먹을 만큼 쟁반에 담아오면 그 무게로 산정한다.

 

 

대략 200위안쯤이면 배터질 정도라. 맵고 안 맵고를 꼭 주문해야한다. 배고팠던 우리는 라면사리를 한 묵음씩 더 넣었는데 막상 마라탕을 들고 와선 엄청난 분량에 질려 절반쯤 먹곤 남겨야 했다. 식탐이 부른 멍청한 헤프닝에 우리부부는 주위의 눈칠 살피며 도둑처럼 빠져나왔다. 돈 버리고 찌질이 되면서~.

 

 

음식을 남기는, 특히 많이 남기는 짓은 부끄럽고 지탄받을 일이다. 먹을 만큼의 식재료로 샤브샤브레시피를 했어야  마라탕’의 진면목일진데 울 부부는 푼수 짓 했으니 말이다. 바로 옆 소호건물엔 탐엔탐스(Tomntoms)소호점이 있다.

커피,퍼니버터브레드 등을 파는 교포식당 같은데 손님이 많다.

 

 

울도 언제 한 번 가보자고 했다. 점심때 여기 소호먹거리식당엔 직장인들로 북새통이다. 그인파 속에 덩달아 주문음식을 들고 배달 가는 택배꾼들의 종종걸음도 볼만하다. 줄서기 귀찮아 사무실서 주문한 점심일 테다. 중국은 택배천국이다.

 

 

단돈 1000원짜리도 배달된다. 근디 울 부부 같은 엉성한 이방인들은 택배를 꼭 좋아할 일이 아니다. 택배주문 할 땐 물건 값을 준비하던지 아님 위챗(WeChat)페이 아님 알리페이결재를 해야 낭패당하지 않는다. 물건 값을 고액지폐로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받은 게 위조지폐일 수도 있어서다.

 

 

위조지폘 나중에 알고 항의해 봐야 속앓이만 더할 뿐이다. 시침이 때며 적반하장 하는 그들의 능청을 당할 재간이 없다. 위챗은 결재수단과 메신저의 총아다. 위챗이나 알리모바일결재는 모든 카드를 대신한다. 우리처럼 각 은행별카드가 필요 없다. 원카드 올 팻싱이다. 우리도 그들처럼 카드 하나로 모든 결재가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IT선진국이라는 우리가 연회비 내면서 몇 개의 카드를 갖고 다녀야 적재적소에서 사용가능한 시스템은 국민편익은 안중에 없고 기업돈벌이만 생각하는 위정자들 탓이다. 모바일결재카드면 안 되는 게 없는 중국의 전자결재시스템은 우리가 후진국으로 추락한 꼴이다. 해외시찰이나 연수 다녀오는 공복들 눈엔 콩까풀이 끼었나?

 

 

위챗은 메시지, 사진, 동영상전송과 직접대화를 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개인 QR코드를 만들고 상대방은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번호, 아이디가 없어도 친구를 맺는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비용 없이 앱마트(앱은 무료)에서 내려 받을 수 있어 중국엔 201512월 위챗의 회원 수는 10억 명을 돌파했단다.

 

 

그래 중국선 택배재벌이 생기고, 알리바바 전자상거래기업은 아마존과 겨루는 홈쇼핑글로벌 기업이 됐다.

115일부터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中口博)에서 알리바바는 향후 5년간 2000억달러(225조원)어치의 제품을 수입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세계어디에서든 오늘 주문한 상품을 내일까지 배달하겠다는 알리바바의 호기에 찬 상술은 글로벌 시장변혁을 엿보게 한다.

아마존이 만들 일자리를 유치하고 싶으면 도시별로 제안서를 내라.”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다.

 

 

금년1월, 북미지역238개 도시들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여 뉴욕과 버지니아주가 티켓 한 장씩을 탔다. 특히 뉴욕시는 3조원의 세제(稅制)혜택을 주겠다는 인센티브까지 제안하면서였다. 까닭은 아마존이 입점할 도시에 “25천억원을 투자해 총 25천개의 일류급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공언해서다.

 

 

사실 아마존본사가 있는 시애틀시는 오피스빌딩 33개동에 4만명을 고용하고 있어 미국에서 가장 부자도시 중 하나가 됐으니 유치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만약 아마존이 아시아제국에 입점하겠다면 우리나라는 가능할까? 온갖 규제와 노사조건 땜에 꿈도 못 꿀 것이다.

 

 

재래시장이 대형마트 땜에 쇠퇴하듯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전자상거래의 공룡 알리바바와 아마존 같은 글로벌기업 탓에 몰락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해외직구입이 성황중인데 불원간 우리의 시장이 알리바바나 아마존한테 송두리째 빼았기지 않는단 보장이 있을까?

 

 

반부패정책으로 중국인들의 신뢰를 얻어 사다다(사씨 아저씨)란 애칭이 붙은 시진핑은 중산층이 잘사는 '샤오캉 사회-중국몽'을 약속하고 매진하고 있단다.

중국은 1978년부터 작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9%를 넘고, 1인당 GDP40배나 늘었단다.

 

포스코베이징센터가 있는 망경상업지구

 

중국인민들이 중국몽을 현실로 받아들일 만하다. 지금 우린 미`중무역전쟁으로 새우등 터지는 판에 정치인들은 정쟁싸움으로, 정부는 규제 탓하고 노조는 밥그릇 챙기느라 혁신은 뒷전인 듯싶다. 답답하고 암울하다는 생각을 해 본 게 베이징에서의 열이틀간의 산책이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10여년전만해도 어쩌다 중국에 간 나는 그들 앞에서 우쭐댔었는데 지금은 그들의 눈부신 발전 앞에 주눅들 정도가 됐다. 베이징하늘이 뿌옇다. 저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덮친다고 항의해도 동문서답하는 그들이다. `중사이에서 생존할 담대한 지략이 있어야 할 게다.

 

 

서울의 짙은 안개 땜에 2시간 늦게 출발한 KAL편은 베이징공항 출발도 2시간 순연됐다. 베이징국제선청사 서울행게이트 앞은 흡사 한국비행장으로 착각할 정도로 온통 한국인들 차지였다. 단체관광객이 많았다. 사드폭풍으로 유커(游客, 중국인관광객)는 줄었는데~.

 

 

명년초부턴 다이궁(보따리장사꾼)단속마저 하게되면 관광불균형의 수지타산은 더욱 심각해질 테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솟는다. 잔뜩 뿌연 베이징을 탈출한다. 만추의 베이징에서 2주간이 쏜살 같이 차창을 스친다. 왠지 베이징은 다시 오고 싶단 생각이 안든다.

 

구름위의 산책

하늘을 난다. 바다위를 난다, 글다가 하늘과 바다가 한 통속이 돼 난 대기의 허공에 붕 떠있음을 자각한다. 구름 한 떼가 동행이 된 나는 우주인이 된 듯싶었다. 사라질 수만 있음 우주속의 한 점으로 남았다가 없어지고 싶었다. 대양의 화물선 한 척이 점이 됐다가 사라지듯 말이다.

 

아래 흰점 하나는 배

 

낼 오후엔 아내가 강북삼성병원에 입원한다. 모레 목에 생긴 혹을 레이져수술로 재거하기 위해서다.

반시간이면 시술하는 간단한 수술이란다. 문제는 '1주일은 묵언, 담 1주일은 묵언하되 가장 작은소리로 말해야 된다.'는 의사의 주의에 반벙어리가 되야 해서다.

 

 

담 주말부턴 겨울방학이 시작돼 찾아 올 싱가폴애들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아낸 걱정이다. 아내 수술 후엔 내가 작년 팔목골절수술 때 뼈속에 박아놓은 철심을 재거하는 재수술로 4일간 입원해야 하는데 말이다. 왼손 쓰는 데 신경써야 함이라.

 

 

삶이란 건 외면하고 싶은, 별스럽지도 않은 일들을 기어히 감수해야 만하는 여정이다. 그런 뜻하지 않은 돌발상황이 육체를 갉아먹는 대신 정신을 살찌운다고 했다. 아니 그리 생각해야 행복을 붙들 수 있단다. 서울이 미끄러지면서 비행날개를 붙잡는다.   

2018. 11. 04

 

위 아래그림은 비행기서 본 인천남동공단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