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흩날리는 선`파크(Sunpark 朝陽公園)
쾌청한 가을 날씨가 아니라서 아쉽긴 하지만 모자를 깜박 잊고 나선 나는 햇살 없어 다행이었다. 세찬바람이 곱게 물든 단풍나무들 훼방꾼노릇 하고 있는 조양공원엘 찾았다. 작년 이맘때도 여길 찾아 단풍에 파묻혀 탄성을 지른 터라 그 정취에 빠져들고 싶은 울 부부였다.
공원단풍은 절정을 향하는데 짓궂은 바람은 앙탈을 부리며 치렁치렁 늘어진 수양버들을 미친년산발처럼 휘날린다. 여기저기 휩쓸리다 검붉게 멍든 낙엽들이 갈피를 못 잡고 뒹굴다가 후미진 곳을 찾아 숨어드느라 부산을 떤다.
어설프나마 안식처를 찾은 낙엽들은 먼저 도착한 동료들한테 혼쭐난 여정을 소곤대느라 바스락대고 있다. 인생이란 것도 때 아닌 풍파에 떠밀리다가 다행히 피신처를 구해 한숨을 돌릴 수도 있음이라. 바람에 얹혀 허공을 떠돌다 호수에 빠진 낙엽은 또다시 헤엄치는 여정에 들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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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여정은 차가운 물위에 떠다니다가 살얼음 속에 갇히고 풀리기를 반복하다 물귀신으로 생을 마감한다. 허나 낙엽이 땅이던 호수든 최후로 정착한 곳을 비옥하게 하여 후예들을 위한 영양소가 되어 재활하나니 사회에 기생충노릇만 하다 죽는 못난 인간보다 값진 일생일 것 같다.
해도 나는 호수를 어지럽힌 그가 수면을 일렁이는 바람 못잖게 밉다. 깨끗하고 잔잔한 호수가 빚은 예쁜 가을풍경을 볼 수가 없게 훼방부려서다. 울긋불긋 치장한 푸나무들과 파란하늘이 하얀 구름을 대리고 와 들여다보는 호수의 요술경은 탄복할만큼 아름답잖은가!
웅덩이 속에 비친 지 얼굴이 얼마나 예뻤으면 나르시스소년은 가까이보려다 풍덩 빠져죽었을까! 실상보다 허상이 더 아름다울 때를 우린 종종 발견하게 된다. 허나 아름답지 못한 실상에서 이쁜 허상을 기대할 수 없음은 진리다. 낙엽이 수면 가장자릴 차지했다.
공원의 호수와 개울이 바람의 장난으로 데칼코마니의 비경을 포기함도 나를 아쉽게 한다. 그런 바람 탓일까? 일요일인데도 넓은 공원은 쓸쓸할 만치 한적하다. 키드랜드 놀이기구 앞 안내여성의 호객행위가 안쓰럽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딜 갔을까?
노란은행나무이파리가 우수수 바람 등을 타고 어린애들처럼 키드랜드를 기웃거리며 부유한다. 젊은 커플들의 단풍 속 러브액션이 이쁘다. 진한 사랑표현을 살짝 훔쳐보는 나는 솔직히 부러워서다. 우리부부는 여태 저 멋진 애정표현을 공공장소에서 해본 적이 없어 그 또한 아쉽다.
아내는 내숭떨며 아닌 척 감정을 숨기는 게 진짜 사랑인줄 알고 살아온 여자다. 허긴 그 짓에 말려들어 지금까지 아내허리춤 붙들고 사는 나를 가끔은 한심하다고 여길 때도 그 속내가 진정이거니 단정하며 벙어리가 된다. 우린 공원 서북부문을 나와 쇼핑몰타운을 향했다.
개천돌다리를 건너 란써강완(蓝色港湾, 람색항만) 레저타운에 들어서자 젊음이 넘친다. 쇼핑몰, 음식점, 전람회장, 오락유흥장 등 최첨단시설물들이 15만㎡에 으리으리하게 조성 된 휴양`쇼핑센터가 공원보다 청춘들한테는 더 매력있는 곳인가 보다.
청춘을 헤집고 으리비까한 쇼핑몰을 어슬렁대다 시장기가 들어 먹거리탐색에 나섰다. 피자집Tube Station이 우리의 눈길은 붙잡아 갈팡질팡하다 결국엔 들어섰다. 젤 큰 게 190위안인데 우린 대뜸 주문했다. 두 끼를 생각한 스쿠리지작전이 번개처럼 스쳤던 것이다.
무거운 쟁반에 얹힌 지름50cm를 넘는 대형피자는 먹음직스럽기보단 질리게 한다. 예상했던 울 부부의 두 끼 식사를 훨씬 초과 세 끼도 넉넉치 싶어 까무러질 뻔했다. 근디 그 맛이 여태 먹어본 피자와는 다르면서 식욕을 돋웠다. 두 조각씩 먹고 나머진 포장을 했다.
피자집이 있는 대형 쇼핑몰은 생활에 필수인 모든 걸 집합 전시한 파라다이스쇼핑몰이다. 미끌미끌한 대리석바닥의 최신식 건물은 멋진 조명시설과 화려한 디자인으로 호화찬란한 궁전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런 호화판 쇼핑몰이 서울에 몇 개나 있을까? 싶게 말이다.
조양공원의 한적함을 쇼핑몰에선 보란 듯 북새통을 이룬 젊은이들의 천국이었다. 피자집Tube Station에 나오면 레저타운중심인지 타원형의 안개분수와 직사각형형태의 분수2개가 있고 새를 막 날리려는 남성조각상이 언덕중앙에 있다.
그 조각상에 석양빛을 걸친 구름한 점이 깃발처럼 걸려 있잖은가! 너무나 아름답다. 그 황홀경에 빠진 어느 여인의 뒷모습이 흡사 기도하는 성녀 같았다. 그녀가 간절한 기도를 했담 기필 이뤄질 것이다. 그 그림을 보는 나는 행복했다. 행복은 마음의 평화이리니!
석양뒷마당의 여백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사그라지는 햇살잔영은 파란하늘을 한없이 애절하게도 만든다. 하루를 마감하는 아쉼일까? 그리움일까? 내일에 대한 간절한 바램의 끝자락이어 설까? 그 모든 걸 아우른 서글픔 같은 걸 보듬고 의자에 깊숙이 파묻혔다. 베이징의 일욜이 저문다.
2018.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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