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야경의 고북수진 사마대장성

 

수향마을 야경 뒤 산정의 불길이 만리장성

 

오후1시 울 부부는 한 여행사를 통해 승합차로 베이징`망경을 출발했다. 승합차엔 달랑 세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인가족이었다. 베이징에서 120km쯤 떨어진 고북수진(古北水镇,구베이수이전)은 약 2시간 걸렸다. 울 부부가 오후에 출발한 건 네댓 시간쯤 소요된다는 고북수진관광은 황홀한 야경이 기똥차다고 소문나서다.

 

원앙호수에서 흐르는 하천의 유람선

 

구불구불 휘도는 맑은 하천을 따라 고풍스런 목조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중국전통마을에 들어섰다. 수향마을[W-Town]의 민속가옥들은 하나같이 빨간 담쟁이넝쿨을 치렁치렁 걸친 채 불 붙은 정경을 흐르는 물속에 풀어 몽환적인 풍정을 만들고 있다.

 

 

 

하천 양편에 늘어선 각양각색의 전통가옥들은 돌다리로 이어지고, 하천엔 나룻배가 물살을 가르는 낭만적 풍정에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애초엔 만리장성을 경계선으로 남쪽은 한족, 북쪽은 오랑캐의 땅 이였다. 한족이 오랑캐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성이 만리장성이다.

 

 

 

장성을 가까이 끼고 있는 베이징은 물이 없는 황량한 분지라 사람 살 만한 곳이 못되어 몽골이 만리장성을 넘어 한족을 정복하기 전까진 가난한 사람들과 부랑자들이나 은거한 시챗말로 몹쓸 땅이나 다름없었다. 한족을 정벌한 몽골도 처음엔 수도를 남경이나 서안을 생각했었다.

 

 쓰마소주방의 술독

 

대륙을 정복한 칭기즈칸손자 구빌라이칸이 수도를 북경으로 천도하여 자금성을 증축하고 국호를 원나라로 칭하면서 세계의 중심이 되는데, 굳이 베이징을 수도로 정한 건 한족이 살고 있는 광대한 땅 한 가운데가 불안한 탓이었다. 한족이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한족의 포위망 속에 갇힐 게 명학관화해서였다.

 

장성 아래 오지 베이징을 수도로 정해 몽골족을 이주시키면 통치하기 용이할뿐더러 야차하면 말 타고 튀어 만리장성을 넘으면  되는 거였다. 물은 수로를 파서 양즈강물을 끌어쓰면 해결되고~. 그런 베이징변두리 만리장성 아래 오지마을 고북수진이 지금 각광을 받는 건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이 있어서다.

 

만리장성 중에서 젤 험난한 요충지에 하천이 있어 관광지로 개발하면 떼돈 벌 수 있겠단 생각에 부동산 개발업체 우전투어리즘컴퍼니’가 팔을 걷어부쳤. 2010년에 삽질시작하여 개발비용만 45억위안(7700억원)을 들여 201710월 개장했다.

 

유람선선착장

 

물의 고장으로 아름다운 우전(乌镇)과 화베이지역 건축양식을 융합해 여의도 면적의 3(총면적만 9)에 달하는 주택단지를 조성하여 온갖 편의시설을 만들고, 전통 민속체험과 경극공연, 나룻배유람이 이은 만리장성답사 등 다양한 인프라시설로 관광요충지를 만들었다.

 

인공폭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400m가량 계단을 오르면 세계문화유산이자 국가4A급 관광지인 만리장성 중 원형에 가장 가까운 쓰마타이창청(사마대장성) 8관문에 도착한다. 장성에 올라 조망하는 시계는 감동이다. 하여 영국 타임지는 '전 세계에서 꼭 가봐야 할 25곳 관광지중 첫 번째로 사마대장성을 꼽았을 정도다.

 

노천 족욕탕(무료)

 

고즈넉한 고샅길로 이어진 민속촌마을을 어슬렁대며 중국 전통 술도가 '사마소소주방(司马小烧酒坊)'과 염색집 '영순염방(永顺染坊)'에서 제조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전통마을은 실제 거주지가 아닌 관광객을 위한 마을에 가깝단다.

 

 

무게가500되는 수십 개의 커다란 술독에서 술 냄새가 진동하는데 전통방식으로 주조하는 술을 시음하면서 100위안쯤으로 전통주를 살수도 있다. 50짜리 고량주 한 병 값은 100위안(17,000) 내외인데 고량주는 반드시 수수가 원료로 섞여야 된다.

 

 

오만색깔로 염색된 천이 파란하늘에 널려 춤추는 영순염방도 재밌다. 수작업으로 수천 년 동안 전수돼온 염색법과 꽃무늬 본뜨기 등의 기술수법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중국판 런닝맨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수향마을 둘러보는 관광객은 날로 늘고 있다.

 

 

전통가옥의 거실과 침실을 엿보고 소수민족의 라이브공연에 빠져드는 문화탐방은 노천온천에 족욕을 하며 피로를 푸는 은근한 즐거움까지 더한다. 특히 오후6시부터 야간입장 하는 만리장성의 야경트레킹은 그 자체만으로 흥분이었다.

 

 

험준한 요새의 만리장성을 밤중에 올라선다는 감개는 사마대장성이 아니곤 상상불허인 것이다. 사실 캄캄한 방중에 만리장성에 올라 뭘 볼 수가 있을 텐가! 조명등에 희미하게 밟히는 돌멩이와 차가운 어둠속을 포효하는 바람소리뿐이다.

 

 

그 돌멩이는 그냥 돌멩이가 아닌 어느 이름 모를 장정의 넋인 것이다. 한 번도 제대로 써먹은 적이 없는 장성은 애꿎은 시체로 쌓은 사자들의 무덤이라. 장성을 스치는 밤바람소리가 죽은자들의 호곡소리 내지 한맺힌 절규 같아 으스스하다.

 

불빛의 사마다대장성

 

그 호곡소리엔 병자호란 때 끌려온 십만 조선인포로 중에 누군가의 비탄의 통곡도 들리는 듯하다. 찌질한 왕(인조)탓에 2천리나 끌려온 조선인들은 오랑캐의 노예였고, 장성보수공사에 동원돼 피말리는 노역끝에 이 돌더미속에 산체로 파묻혔을 테니 말이다.

 

사마다장성에서 조망한 수향마을 밤풍경

그들의 애통한 죽음이 중국인들의 관광자원이 됐다? 군비증강, 전쟁불사를 염불하는 강경보수정치인들은 병자호란을 자청한 김상현일당을 귀감했음 싶다. 수향마을은 불빛 속에서 황홀의 진수를 발산한다. 밤중에 만리장성에 올라 저 아래 불빛의 인적을 본다는 건 사마대장성뿐이라. 

 

불밝힌 사마다장성

 

붉은 담쟁이넝쿨로 불붙은 고가들이 다닥다닥 불타면서 하천으로 흐르는 몽환적인 야경은 언어도단이다. 게다가 까만 하늘에 명멸하는 드론불빛 쇼는 탄성! 탄성! 관광객들은 연 탄성 지른다. 해가지면서 밤손님들은 어디서 몰려왔는지 인산인해를 일궜다.

 

장성에서 조망한 수향마을

요술천국 같은 휘황찬란한 불빛의 수향마을에서 나를 잊기 위해 관광객들은 밤중에 부나비처럼 몰려드나 싶었다.

한 자본가의 손으로 황폐지에 만들어진 요지경을 구경하면서 중국의 내일을 가늠해봤다. 그들의 굴기가 무섭다.

 

 

대규모 스키장과 온천을 개발 종합레저타운을 건설 중인 고북수진! 상상 밖의 중국의 굴기! 밤으로의 여행! 영국타임지가 쓰지 안했어도 한 번쯤은 밤손님으로 황홀경을 훔치러 올만한 곳이었다.

2018. 10. 26

사마다장성을 오르는 산길

산능선의 불길은 불밝힌 장성

케이블 카 승강장(장성 쪽)

수향마을의 불빛

야간에도 노천온천은 관광객발을 담궈준다

염색집

밤하늘의 드론쇼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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