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천(炎天)하에 오줌 절이다만 고행(苦行) - 삼척응봉산

 

금문교 데칼코마니

 

응봉산(鷹峰山)을 품고 있는 삼척`울진날씨가 35도를 웃돈다는 토욜 정오쯤 울 부부는 덕구온천주차장 땡볕에서 갈팡질팡하며 포장길신작로를 오를 때 기진맥진하다시핍니다. 등산로를 찾아 숲길에 들어서기까지 반시간쯤 열탕에서 허우적댄 탓일까?

 

덕구온천 주차장

 

송림이 울창한데다 말쑥한 금강송이 영접을 나왔어도 반갑질 않아요. 늘씬한 미인송이 퍼레이들 펼처도 내 몸뚱이는 솔바람기척만 찾습니다. 바람 찾아 산허리를 더듬어도 소식이 없고, 산허리 돌아 능선자락에 올라서도 바람얼굴은 보일생각을 않습니다. 누렇게 탈색된 꼬리진달래꽃이파리가 가늘게 떠는 것도 순간입니다.

 

꼬리진달래

 

염천은 바람까지 증발시켜버렸데요? 아님 일본애들 혼쭐내려(?) 태풍 몰고 간 적막이란가요? 암튼 바람 찾는 산길은 응봉산등정도 까먹게 했습니다. 그래도 잘 생긴 금강송과 놈의 허발 나게 뻗은 허우대에 눈길 뺏느라 바람에의 갈증도 잊곤 합니다.

태양이 이글이글 탈 땐 초목들도 숨쉬길 멈추능가?

 

 

시원한 산소나 상큼한 피톤치드 냄새도 없이 후덥찜합니다. 꽃답잖은 꽃 피우느라 바위는 골수를 짜는데도 꼬리진달래는 누렇게 말라가고 있습니다.

놈들이 띄엄띄엄 자생하는 걸로 봐선 태백준령이 분명한데 그 많고 많던 바람은 어디다 팔아먹고 씨를 말렸디야?

옛재능선에 올라도 바람기척은 없습니다. 

 

금강송의 최후

 

산정 오르는 길이 완만한 숲길이기 망정이지 뒤처진 아내는 연신

얼마나 가야 된디?” 하면 나는 상황따라 한 시간만~”.

하도 조용해 뒤돌아보면 사람장승처럼 서 있어서

죽겄서?”라고 물으면 얼마나 남았서?”라고 되묻습니다.

“1키로쯤 남았을까?”시큰둥한 대답에 아낸 위안이 댔던지

반시간이면 가겠네” “길 좋으니까 그리 안 걸려~”

나는 또 얼렁뚱당 구렁이 담 넘습니다. 

 

 

이렇게 선문답하는 산행은 몸뚱이속의 땀이란 땀은 다 짜내고 드뎌 정상(매봉,999.7m)에 섰습니다. 산정엔 그 흔해빠진 소나무 한 그루도 없이 파란하늘이 따갑습니다.

염천오후2시를 넘긴 햇살은 독수리머리(매봉)털을 태워 대머리독수릴 만들었습니다. 염천의 열기가 겹겹이 구비치며 태백준령의 마루금들을 몽환적으로 그려놨네여!

 

매봉에서 조망하는 태백준령의 파도

 

허나 그 장대한 수묵화를 감상할 기력도 염(念)도 아내에겐 없었습니다. 사진도 후다닥 찍고 원당 쪽 하산길에 들었습니다. 근디 급경사 바위너덜길은 오살 맞게 요철이 심하여 사람생간을 녹게 합니다. 더구나 이 급살 맞은 울퉁불퉁한 너덜길은 잠깐이나마 멈춰 숨 돌릴 틈도 안 줘요.

"하산길이 계속 이럴랑가? 발가락아파 죽건넌디!"아내가 등산활 벗어 살핍니다. 아직은 괜찮아 보였습니다.

 

쓰러져죽기 일보 전의 아내가 산정에 서다

 

난 뜬금없이 스틱 없는 산님들은 요가선수쯤은 돼야 평형을 유지하며 하산할 수 있겠다고 씨부렁대다 아내한테 치사(?)을 들었습니다.

별 걱정 다한다.”. 글면서 아낸

어디까지 이런데?”라고 쏘아뱉자 내가

천천히 와, 시간 충분한게~라고 동문서답합니다.

아직 계곡은 커녕 물소리도 없네” 아내의 혼잣말이 목청에서 기어듭니다.  

 

얼마나 에두르고 얼만치 사기처서 예까지~

 

저 아래가 골짝이니 그러지” “얼마나 가야  되는데?”

내려가는 길이라 한 시간쯤이면 될랑가?”

지금 몇 신데?”라며 아낸 휴대폰을 꺼내 봅니다. 글곤 당황한 빛으로

“4시가 다 돼가. 5시까지 오라고 했잖아요?”라며 참았던 찌증을, 불신을, 분노를 터뜨리기라도 해야 시원하겠다는 듯, 아니 잘도 에둘러대는 내가 애처롭다는 듯 노려보는(?) 겁니다.

 

염천하의 금강고사목

 

아내의 심정을 헤아릴 만하지요. 정상을 500m쯤 앞두고 십분만 참으라.’는 내게 그 전에 쓰러져죽을 것 같은데~’라고 죽을 시늉 지었던 아내에게 '쓰러지면 들처업을 나도 죽게?' 라고 대꾸했더니, 마누라 죽는 것보다 자기 죽을까 걱정한다고 어퍼커드 한 대  맞았지요.

근디 급살 맞을 너덜길을 한 시간이상 오줌 절였는데도 골짝물은 커녕 물소리도 못 듣고 버스엘 오르게 됐으니 아낸 짜증나게 마련이지요.

 

산능 너머 희뿌연 열기속에 동해가~

 

내가 오늘 응봉산등정을 꿈꿨던 까닭은 산행 후에 덕구계곡의 시원한 청정수를 끼얹으며 한 시간쯤 노닐고 싶어서였지요. 마침 응봉산정엘 오르는 산길이 빡세지 않아서 아내를 꼬드긴 게 낭패가 될 줄을요.

남의 산행기 읽고 덕구계곡이 피서산행지로 좋겠단 나의 예단은, 험난한 하산길과 폭염으로 공염불이 될 판이었습니다. 산력20여년을 넘기며 산님행셀 하는 나도 죽을지경인데 산행왕초자인 아내의 인내는 한계점에 달은 겁니다.

 

된비알 너덜길에 정자가 있다

 

빠듯한 시간을 염천 탓 핑계로 합리화할 순 없고, 더구나 오늘 아내에게 수없이 거짓말(?)을 하면서 선도해온 불신감이 들통 난 셈이지요.

12km의 산행거리에 산정까지의 완만한 산길5km2시간 반 소요했는데, 하산길7km (아내)오줌 절이게 급살 맞은 너덜길4km를 딍굴며 구르면 몰라도 2시간에 주파한다는 건 애시당초 무리였던 탓이지요.

 

거창한 금강송도 아내눈길 밖이었다

 

그래도 골짝물에 잠시 시원한 족탕의 맛을 보곤 공짜온천수족탕은 눈길만 준채 잰걸음질 쳐 효자샘에 닿았어요. 빈병 두개를 채우고 얼마나 퍼마신 후 마당소용소폭포 앞에 섰습니다. 찍사되기도 전에 아낸  5시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득달하며 선도합니다. 스냅사진도 찍어야하는 나는 이제 아내의 지청구가 되어 눈엣가시일 수밖에요.

 

데칼코마니의 비밀찾기는 언감생심

 

지금 사진 찍을 정황 있어요?”라고 쏘아대는 아내 뒤꽁무니에서 한 컷 찍어봤자 제대로 풍광이 담아지기나 했을랑가요?

세계의 유명다리 13개를 본뜬 미니어처식다리도 순식간에 발아래로 흘러갑니다. 발 아래 소(沼)에 드리운 데칼코마니신비경은 차라리 안보였으면 속이나 편했지요. 날머리에 드니 울 부부를 태우고 왔던 한숲산악버스가 있어요.

 

콰이강의 다리던가?

 

안도한 울 부부는 여태 참고 절인 오줌 싸러 화장실로 직진, 카타르시스를 만끽했는데 씻을 수돗물은 뜨건 온천수지 뭡니까? 덕구온천지대라 공짜온천수서비슬 한답니다.

폭염에 온천수로 더윌 해결하라? 이열치열이라 했겄다!

버스에 타고 보니 울 부부 뒤를 이어 하산 하는 산님들이 아직 도착 안 한듯? 약속시간 땜에 찍사는 커녕 눈에도 담지 못한 골짝풍경에 대한 아쉼으로 더 뭉그적대지 못한 후회가 밀려오려는 찰나 버스는 출발합니다.

 

용소폭포

 

약속시간보다 반시간 늦은 오후5시반에~. 근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세 분의 자리가 빈 챕니다. 세 분은 자기들이 알아서 상경하겠다고 연락했다네요. 순간 멍 했습니다. 아내의 득달이 없었으면 나도 세 분처럼 됐을 겁니다.

용케 세 분을 만나 끼어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생판 모르는 분들을 어찌 찾아 매달릴 수 있을랑가? 서울까지 고속도로 질주로도 4시간거리인데~!  기우(杞憂) 걷우기로 했습니다.

 

바위와 물빛과 데칼코마니의 3D

 

약속은 지켜야 약속입니다. 세 분이 약속의 뜻을 일깨워줘 감동 먹었습니다. 그 약속은 오늘 버스에 탄 모든 산우님들과의 약속이니깐요. 난 여태 뒤풀일 핑계로 늦출발하는 산악회에 느즈막이 승차하기 일쑤였걸랑요. 근디 오늘은 버스가 반시간쯤 늦출발했다고 서울산님들은 모두 교대전철역에서 하차했습니다. 아침에 승차했던 곳까지 데려다주긴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셈법이지요.

 

 

산님들이 기사님의 황금시간 30분을 빼앗을 순 없어서겠지만 어떤 게 좋은 건지 헷갈렸습니다. 오전 11시반, 덕구온천에서 기사님이 응봉산행들머리에 내려줬다면 모든 산님들이 땡볕 포장길에서 반시간쯤 허둥대지 안했을 겁니다. 폭염속의 반시간은 산님들이 초장기운을 빼앗겨 산행을 지치게 만들었지 싶었기에 말입니다. 약속어긴 세 분은 벌(?)을 감수하고, 기사님의 부주의로 딴 곳에 내려줘 낭패한 산님들의 반시간은 뭔가요?     

 

 

일체의 뒤풀이가 없다는 점도, 버스 안은 피로를 푸는 휴식처란 것도 공감했더이다. 오늘 영천`울진`삼척의 온도가 37도에 이렀다고 티브이가 말하네요.

염천하늘속 대머리매봉에 올라서자마자 후다닥 내려서고, 지랄 같은 덕구계곡을 뜀박질하느라 오줌절인 울 부부의 산행은 추억창고에 오래도록 저장될 것입니다.

2018. 07. 14

응봉산들머리, 기사님이 엉뚱한 곳에 주차 산님들을 하차시켜 여길 찾느라 그늘없는 땡볕속에 반시간쯤 진땀을 짰다 

금강송의 열병도 반갑질 않고~

암벽줄타기도 있고~

일제의 송진채취로 깊은 트라우마일생을 사는 금강송얘기를 아내에게 하며 분위기쇄신을 노렸지만 뻔한 아부일 뿐.

송진채취로 상처난 소나무들은 1000m정상까지 줄곧  이어졌다 

상처난 금강송이 태백바람더러 태풍몰고가서 일본애들 각성시키라고 원정보냈을까?

덕구온천 원탕

응봉산의 금강송떼거리를 일별하는 재미만으로도 산행의 멋과 맛을 만끽 할듯~

 

  

용소폭포

 

 

 

 

 

Posted by peppuppy(깡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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