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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길 - 산행기

폭염속의 남산속살을 더듬다 – 남산둘레길

폭염속의 남산속살을 더듬다 남산둘레길

 

새벽 남산정의 서울타워를 담은 묵화 

 

유래 없이 지글대는 폭염을 피한다고 8월 첫 주말을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묵었다. 월욜(86)새벽 5시 반에 호텔과 연계된 육교를 건너 남산공원에 들어선다. 어스름한 새벽, 꼬부랑소나무군락도 열대야의 후텁한 기온을 걸러내지 못한 채였다.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의 야외 풀장과 선텐장

 

해도 매미들의 새벽합창이 도심탈출을 가슴 설레이게 한다. 푸나무들이 아웅다웅 빼곡하게 들어서 하늘을 가린 남산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불타는 태양을 마시며 뜨건 햇살을 응축하여 빛의 열매를 만드느라 혼신을 다하는 야생화들 앞에 잠시섰다.

 

무릇 살아 있는 것들의 끈질긴 생명투혼은 자연을 풍요롭게 함에 절로 경외하게 된다. 질곡의 삶을 사는 그들 앞에서 불덩이 햇살을 피해 호텔로 숨어든 덩치 큰 나는 여린 야생화에 비해 참으로 초라하단 생각을 해본다. 매미들의 합창이 절창을 향한다.

 

남산생테공원

 

간사하기로 말하면 사람만한 동물도 없으리라. 새벽서기에 함초롬한 푸나무와 야생화들 사이를 걸으며 생태공원 좌측의 남산둘레길에 들어섰다. 갈림길목마다 이정표가 있어 헷갈리진 않는다. 반시간쯤 걷다 용암천약수터와 마주했다. 여기서부턴 조붓한 숲길에 들어섰다.

 

생태공원의 또랑

 

흙과 자갈길, 바윗길에 바닥 들어난 골짝의 징검다리 돌길도 건넌다. 인적도 없어 아뿔사 둘레길이 맞나 싶기도 했다. 이윽고 야자포대를 깐 둘레길에 이어진다. 여기서 직진하산하면 후암동 어느 골목길이 나타날까? 라는 의구심이 들뿐 울창한 숲속은 위치파악이 안 됐다.

 

 

서울을, 남산을 알고 산지 몇 수십 년이 흘렀는데 실은 남산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고작 내가 안다는 건 오래전 어쩌다 남산에 올라 맞닥뜨린 남산N타워와 팔각정과 봉수대, 끊긴 성곽이 있단 것 말곤 무지였다. 글고도 서울남산을 아는 척 으시댔었다.

 

남산둘레길의 마른골짝 돌징검다리

 

남산(262m)을 목멱산, 인경산, 글고 마뫼라고도 했단다. 동쪽의 낙산, 서쪽의 인왕산, 북쪽의 북악산과 함께 서울의 심장부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조선조 태조 때 한양의 외침을 막기 위해 능선을 따라 도성을 쌓았으나 이렇다할 성과도 없이 성곽일부만 남았었다.

 

안중근의사 동상

 

현재는 거의 복원돼 성곽길답사 트레킹코스가 열렸다.

남산의 N서울타워(237m)는 송신탑으로 서울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휴식·관광시설로 애용되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부터 봄`가을에 제사를 지내던 국사당이 있고, 국가 위난을 알리는 통신수단의 봉수대가 남아 있다.

 

N서울타워

 

그런 남산의 속살을 오늘 새벽에 좀이나마 들여다보며 만질 수 있는 건 한 세기만의 폭염이 준 선물이라. 하여 바지런히 발길 옮겨 남산둘레길 7.5km와 정상을 밟아보기로 했다. 일방통행갓길의 둘레길을 한참 트레킹하며 느낀 건 아름드리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뤄 도심 한 귀퉁이도 안 보이는 심산골짝 같다는 게다.

 

도서관, 서울교정원(옛 어린이회관)

 

남산복원에 얼마나한 정성을 기우렸는지 가늠이 간다. 어쩌다가 안중근의사동상과 서울시교연정보원광장에 닿았다. 남산도서관에서 둘레길은 N서울타워를 향한 오르막계단으로 이어졌다. 느닷없이 서울성곽도 예스럽게 복원돼 길동무가 된다. 남산케이블카로 향하는 길목에서 둘레길을 이탈한다.

 

 

오랜만에 정상의 남산타워에서 서울을 조망하고 싶었다. 계단은 빡세고 정상까지 줄 차게 이어진다. 까만 남산타워 옆 나무에 일출이 걸려 세상의 모든 걸 시꺼멓게 태우고 있다. 검게 탄 이파리사이로 부신 햇살이 오늘도 여지없이 지글지글 모든 걸 볶아댈 거라고 의시대나 싶었다. 계단을 오르느라 땀으로 멱을 감는다.

 

여명의 남산

 

포토아일랜드에 섰다. 안산과 인왕산과 북악`북한산을 병풍처럼 휘두른 서울시가지가 아침안개를 거두며 일어선다. 우후죽순처럼 빌딩들이 솟아나고 있다. 저 빌딩숲에 인구 천만 명이 우글거리고, 자동차300만대(2012년 통계)가 굴러다니니 땅덩이는 열섬이 될 게 뻔할 뻔자다.

 

포토 아일랜드 입구

 

글도 서울이 좋다고 이 뜨거운 열섬에서 살려고 늙은 나부터 발버둥 친다. 탑골공원의 팔각정을 뽄따 지었다는 남산팔각정 앞에 봉수대가 있고, 4개의 봉수대 뒤에 사랑의 자물쇠(Heart Lock Zone)’마당이 있다. 영원히 둘만의 사랑의 포로가 되자고 열쇠채운 커플들은 중국, 일본, 동남아에서 원정(?)까지 왔나부다. 그들이 쓴 사랑의 언어가 궁금하다.

 

포토아일랜드서 조망한 인왕산 쪽 서울

 

사랑을 열쇠로 잠글 수만 있다면야 별짓인들 못하랴. 열쇠를 건 울타리가 무너지고, 남산이 무너져 내려도 열쇠커플의 사랑이 영원하다면 뉘 잡소리(서울시가 철거 운운한?)하랴? 그 등살에 (열쇠 한 통에 5천원)열쇠장수도 괜찮코~. 그래서 남산은 유명관광지가 된다면야!

 

사랑의 열쇠 마당

 

네 개의 봉수대는 할 일 없이 왕따 당한 박물이 됐나싶어 우울했을 텐데, 느닷없고 뜬금없는 연인들의 사랑노름에 사랑의 열쇠 파수대가 돼 때깔이 번들번들해 졌다. 제발 여기에 사랑의 열쇠를 매단 커플은 이별을 모른다는 소문이 전설이 돼 세계의 관광지가 됐음 싶다.

 

역사의 박물이 된 봉수대가 지금은 연인들의 사랑의 약속을 지킴이 하는 수호처로~

 

푸른 느티나무이파리 사이로 파란 하늘을 향해 사랑의 큐피드 화살을 쏘아 올릴 것만 같은 N서울타워가 아름답다. 남산에 올라와서 사랑의 열쇠를 단 커플이 N서울타워에 올라타 쿠피드의 화살처럼 솟아 서로의 파란가슴에 쏘아대면 어떨까? 화살 맞은 가슴의 상처는 사랑의 멍애가 돼 남산의 사랑의 열쇠 문신으로 남으리라.

 

팔각정

 

다시 성곽을 타고 하산 남산둘레길에 들어섰다. 서울 한 도심에 이렇게 울창한 숲길이 있었단 사실에 경탄했다. 그랜드하얏트 숙소에 닿았을 땐 아침8가 훨씬 지나서였다. 피곤이 커튼 사이로 밀려드는 햇살처럼 나를 감싼다. 서울도심의 심장, 허파인 남산의 가슴팍을 쫌은 더듬게 한 올 여름의 폭염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으리라.

2018. 08. 08

남산의 랜드마크 N서울타워

남산정을 오르는 줄 찬 계단

 

남산새벽을 여는 요가체조

사랑의 열쇠엔 세계의 언어 집합장이기도 하다. 여러나라 연인들이 여길 찾아 써 놓은 사랑의 언어들을 시집으로 내면 어떨까? 

우측 슬그머니 솟은 산은 안산

좌측의 인왕,북악,북한,도봉산에 이어 수락산도 보일듯 말듯하다

서울성곽

조선총독통감관저터에 세워진 동상 아래 비석이였다고..

세월이 흘러 여기 저기 굴러다니다가 남산 내의 벤치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새겨진 글자로 벤치의 정체를 알았다고..

 

일본을 찬양하는 이 비석을 여기에 거꾸로 세움으로써

지나간 역사를 반성하고, 일제를 비웃는 의미.

비석 아래 검은 대리석에 비석에 새겨진 글자가 비추게 했는데

이는 어두운 역사는 땅 밑으로 들어가라는 의미에서 설치했다

좌측 남산케이블 카 탑승장에서 산정을 오르는 계단의 아름다움 

남산행버스 길과 둘레길